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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다음날이면 침침한 눈, 시력저하 신호?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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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음 다음날 눈이 침침해지는 현상을 겪는 사람이 많다.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술이 시력까지 떨어뜨리는 걸까?

과음 다음 날 눈이 침침해지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알코올은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독성물질을 만들어낸다. 아세트알데하이드와 같은 발암물질은 세포의 유전 물질을 손상시킨다. 중추신경까지 악영향을 받으면 사물이 흐려 보일 수 있다. 독성물질을 체내에서 분해하려면 물이 필요하다. 따라서 음주를 하게 되면 눈의 수분도 부족해져서 건조해진다. 각막 표면이 마르기 때문에 통증과 함께 일시적인 시력 저하가 찾아올 수 있다.

알코올이 맥락막을 두껍게 만드는 것도 원인이다. 맥락막은 안구를 감싸고 있는 중간층인데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흡수해 분산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가톨릭관동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을 섭취하면 맥락막이 평균 10% 정도 두꺼워진다. 이러면 시야가 흐려질 수 있다. 알코올로 두꺼워진 맥락막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랫동안 알코올을 과다 섭취하면 진짜 눈이 안보이게 될 수 있다. 혈중 엽산 수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동국대 의대 연구팀은 과도한 음주로 시력 저하를 겪은 45세 남성 A씨의 사례를 대한안과학회지에 보고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A씨는 25년간 매일 소주 한 병을 마셨는데 통증 없이 양쪽 눈 시력이 떨어지고 색깔 구분이 안 돼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A씨는 혈중 엽산 수치가 2.97ng/mL로 정상 수치 3.89~26.8ng/mL보다 감소해 있었다. 의료진은 엽산 부족으로 인한 영양결핍시신경병증 가능성을 고려해 A씨에게 경구용 엽산 2mg을 하루 한 번 먹도록 처방했고, 다행히 2주 후 색각과 시력이 호전됐고, 6주 뒤에는 최대교정시력 우안 1.0, 좌안 1.0으로 회복됐다.

A씨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체내 엽산 결핍으로 인해 시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알코올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췌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장관 점막 기능이 떨어져 체내 엽산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엽산이 부족하면 미토콘드리아 작용에 문제가 생겨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하게 술을 만시는 만성 알코올 중독 환자 중 갑자기 시력 이상이 나타난 사람은 엽산 부족을 의심하고 이를 보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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