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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와 헌신의 '기적'… 288g '작은 아기'의 무사 퇴원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초미숙아' 건우, 서울아산병원 집중치료 후 153일만에 집으로

국내에서 매년 태어나는 1.5kg 미만 미숙아는 3천여 명에 달한다. 미숙아는 호흡기계, 신경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모든 신체 장기가 미성숙하다. 출생 직후 미숙아는 호흡곤란, 장폐색증, 패혈증 등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산모 고령화와 인공수정 증가로 미숙아 출산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울한 현실을 달래듯, 기적 같은 이야기도 들려온다. 288g으로 태어난 아이가 무사히 회복해 퇴원한 것이다. 국내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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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4일째 된 건우가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 153일 만에 무사히 퇴원
지난 4월 4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체중 288g의 아이가 예상보다 일찍 세상에 나왔다. 예정일보다 15주 앞선 24주 6일 만에 태어난 건우는 폐포가 아직 완전히 생성되지 않아 스스로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 의료진은 곧바로 기관지 내로 폐 표면활성제를 투여했고, 다행히 심장이 뛰기 시작한 건우는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다.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장염이 생겨 정맥관으로 영양관을 공급하기도 했으며, 심장이 갑자기 멎어 긴급 소생술을 받기도 했다. 폐동맥 고혈압과 미숙아 망막증, 탈장도 발생했지만 약물치료와 수술로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건우의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는 "건우를 처음 봤을 때는 제 손바닥만한 정도로 아주 작고 미성숙한 아이였다"며 "신생아팀 의료진은 건우를 돌보기 위해 항상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4시간 건우 곁을 지킨 의사, 간호사, 약사 등의 노력에 답하듯 건우는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 나갔다. 생후 80일경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으며, 체중도 1kg을 넘었다. 생후 4개월 후에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났고, 생후 5개월이 지났을 때는 2kg를 넘었다.

153일간의 집중치료를 마친 건우는 지난 3일 무사히 퇴원했다. 건우의 엄마 이서은 씨는 "건우는 우리 부부에게 축복처럼 찾아온 아이로 어떤 위기에서도 꼭 지키고 싶었다"며 "의료진 덕분에 건강한 건우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애란 교수 또한 "건우는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이라며 "온전히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아이오와대는 초미숙아 등록 사이트를 운영해 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아이들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286명의 미숙아가 등록돼 있는데, 건우는 이곳에 '전 세계에서 32번째로 가장 작은 아이'로 등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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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4개월 중반이 지난 건우는 체중 2kg을 넘어섰다./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미숙아 예방 어렵지만… 의료진, 부모 뜻 모아 극복할 수 있어
매년 3천여 명의 아이가 1.5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며, 서울아산병원에서만 최근 3년 동안 19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태어났다. 미숙아는 장기 미성숙으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치료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주삿바늘을 이용해도 그 길이는 아이의 팔뚝 길이에 달해 삽입이 쉽지 않고, 단 몇 방울의 채혈만으로도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건우처럼 미숙아 중에서도 아주 작게 태어난 아이들에겐 표준 치료법도 적용하기 어려우며,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쉽사리 수술을 시도할 수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미숙아 출산은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어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산모 나이가 16세 미만 혹은 35세 이상 ▲장시간 서 있거나 과도한 물리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급성 또는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다태아 임신 ▲임신성 고혈압·당뇨병 ▲흡연·음주 등이 미숙아 출산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선 위험요인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산과 진찰을 통해 관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신 기간에는 흡연과 같은 위험한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

미숙아 치료는 앞선 사례처럼 전문 의료진의 도움이 우선적이지만, 부모의 노력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미숙아에게는 모유가 분유보다 훨씬 흡수율이 높고, 괴사성 장염 등의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질, 탄수화물, 무기질, 미량원소,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도 함유돼 있어 신체 발달에 큰 역할을 한다. 실제 건우의 부모님은 모유를 전달하기 위해 다섯 달 동안 1주일에 한두 번씩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왕복 700km 이상을 오갔다. 새벽 3시에 출발해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모유 유축을 하며 그렇게 다섯 달 동안 1만4000km를 달렸다는 후문이다.

김애란 교수는 "최근 산모 고령화와 인공수정 증가로 미숙아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행히 치료 기술이 발전해 미숙아 치료 성공률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며 "미숙아를 가진 많은 분이 건우를 보며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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