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산모 자궁경부봉합수술, 저위험군은 약물치료 우선해야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8/11 10:33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진 임산부에게 자궁경부봉합수술(일명 맥도날드 수술)이 오히려 심한 태반 염증과 위험한 임신 결과에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박혜아 임상강사, 최석주 교수, 노정래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8~2019년 사이 자궁경부봉합수술을 받고(타원 수술 포함) 본원에서 분만한 총 310명을 적응증에 해당하는 군과 해당하지 않는 군 두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적응증에 해당하는 군에 비해 해당하지 않는 군에서 자궁경부 길이가 2cm 이상이었을 때 오히려 28주 이전 조산과 신생아 이환 위험도가 약 4배 정도 증가하고 심한 태반 염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데 자궁경부봉합수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조산 과거력이 없는 저위험 산모의 경우 경부 길이가 짧더라도 실제로 조산할 확률은 18~20% 정도로, 5명 중 4명은 만삭에 분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자궁경부봉합 수술을 받는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산모 1,000명당 수술을 받은 건수는 최소 8.1명(최대 14.3명)으로, 미국보다 2-4배 이상 많았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자궁경부봉합수술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수술 건수가 ‘감소 추세’라고 발표한 미국의 연구 결과와 대조를 이룬다.
조산의 과거력이 없는 저위험 산모에서는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진 경우 미국, 영국, 캐나다 학회의 지침은 모두 수술 대신 ‘프로제스테론’이란 호르몬 치료를 일차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오수영 교수는 “학회에서 제시한 자궁경부봉합수술의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불안함에 불필요한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 이른 조산 및 심한 태반 염증 등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자궁경부가 짧다고 모두 조산하는 것은 아니니 (특히 저위험군에서는) 지나친 걱정은 피하는 것이 좋고, 수술을 결정할 때는 신중을 기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의대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現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회장)는 이번 연구에 대해 “임상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연구로 신중한 자궁경부봉합수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SCI급 대만 산부인과 학술지 ‘Taiwanese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7월호에 게재됐다.
한편, 일반적으로 임신 16~24주 사이에 경부가 짧아지고, 자연 조산 과거력이 있는 산모에서 조산할 확률이 30~4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조산은 조기 진통 또는 조기 양막파수로 인한 조산을 말한다. 자궁경부 길이는 질초음파로 측정하며 대개 임신 16~24주 사이에 측정한 길이가 2.5cm 또는 2.0cm 미만인 경우를 짧다고 정의한다. 임신 28주 이후에는 자궁경부 길이가 생리적으로도 짧아질 수 있어 이 시기 이후 경부 길이 측정은 조산 예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