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 비만만큼 위험하다 ①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SPECIAL REPORT ■저체중이 왜 문제인가 ■체중을 건강하게 늘리는 법 ■근육을 키우는 운동& 식사법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과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응급질환의 씨앗이다. 비만한 사람은 건강은커녕 장수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며, 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만을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인식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오고 있다. 저체중이면 뼈·근육·장기 등이 약해져서 비만일 때만큼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고 사망 위험도 높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비만일 때보다 저체중일 때 더 위험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팀은 저체중 그룹(BMI 17.5 이하)의 사망위험도는 비만 그룹(BMI 25.1 이상)의 1.9배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한국인 1만6000여 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114만 명을 평균 9.2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BMI에 따라 나뉜 10개 그룹 중 깡마른 BMI 15 이하 그룹은 정상에 속하는 그룹(BMI 22.5∼25.0)에 비해 사망위험도가 2.76배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심근경색·협심증 환자 중 저체중인 사람의 사망률이 비만한 사람보다 높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가정의학과·재활의학과 전문가 등은 “저체중은 비만만큼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체중은 무엇이며, 우리 몸에 어떤 해악을 끼칠까? 그렇다면 살을 찌워 체중만 늘리면 되는 것일까? 저체중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PART1 저체중의 위험성

저체중은 우리 몸에서 사용해야 하는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다. 우리 몸은 세포 하나 하나가 기능을 잘 해야 건강한데, 영양분이 부족하면 세포대사율이 떨어지고 근육·뼈·혈관 등 각 기관이 모두 약해지며 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유해 세균·바이러스를 이겨낼 힘도 떨어지며, 질병을 치료해도 회복이 더디고, 수술 후 합병증·재발 위험도 높다.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 위험이 커진다. 체중은 그 자체로 뼈에 무게를 가해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저체중 여성은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골밀도가 떨어진다. 골밀도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려우며, 골절 등의 문제가 발생해야 알아차린다. 골다공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퇴행성척추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근육 근육세포가 위축되고 적어져 근육이 줄어든다. 저체중인 사람은 단백질·칼슘·비타민D 등의 영양소 섭취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육이 더욱 약해지기 쉽다. 저체중으로 근육이 위축되면 낙상을 당했을 때 골절 위험이 높다. 골절은 활동량 저하→심폐 기능 저하→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소 저체중으로 영양이 부족하면 지방도 지나치게 적은 상태가 되기 쉽다. 지방은 많으면 독이지만, 적당량은 필요하다. 지방세포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내뿜는데, 이 호르몬은 간에서 성호르몬이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줘서, 난소에서 임신에 필요한 난자가 제대로 성숙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지방세포에서 렙틴호르몬이 지나치게 적게 나오면 이런 체계가 깨지면서 난자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다. 이 탓에 성호르몬 결핍과 무배란증이 생길 수 있다.

면역력 영양분이 부족해 면역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 병원균 등 외부 침입자와 싸워 이길 힘이 없다. 저체중인 사람이 결핵이나 간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폐결핵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저체중자의 폐결핵 발생 위험이 정상 체중자의 2.4배나 됐다.

암에 걸렸을 때의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저체중인 유방암 환자는 암의 재발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더 많으며, 두경부암이나 식도암 환자는 암 진단 시 저체중이었을 때 사망위험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다. 대장암 진단 후 저체중(BMI 18.5 이하)인 여성의 경우 사망 위험이 89% 높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저체중은 치매 위험을 높인다. 영양분이 적어서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인 비타민D·E가 부족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적으면 세포가 분비하는 렙틴호르몬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 호르몬은 신경세포를 보호해 인지 기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영국 위생대학 연구팀이 45~66세 성인 195만8191명의 15년간(1992~2007년)의 건강기록을 분석한 결과, BMI지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치매에 더 잘 걸렸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지수가 20kg/m2 미만인 저체중군은 비만지수가 20~24.9kg/m2인 정상체중군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34% 높았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실렸다.

심장·혈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도 높아진다. 2006년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이 발병한 사람의 경우 저체중군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 심하지 않은 비만군(BMI 25~29.9)에서는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호흡기 근육 등으로 이뤄져 있는 호흡기도 약해진다. 이 탓에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다. 네덜란드 웁살라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자 중 저체중자는 정상체중자에 비해 사망위험이 1.7배였다. 호흡기질환자는 숨 쉬는 것이 힘들고, 잦은 기침으로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져 질환 자체가 저체중을 유발하기도 한다.


저체중이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짧은 시간에 갑자기 살이 빠지는 경우는 질병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당뇨병,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암, 감염성 질환, 심질환, 콩팥질환 등이 있으면 따로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저절로 살이 빠진다. 아무 이유 없이 1년간 체중의 4~5% 이상 빠진다면 특정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이어트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5년간 5% 이상 빠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18%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체중, 비만만큼 위험하다 ②

저체중, 비만만큼 위험하다 ③

저체중, 비만만큼 위험하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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