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과

아이패드 프로도 좋지만, 아이 ‘머리’ 생각한다면…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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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연필로 글을 쓰는 행위는 다양한 감각경험을 하고 고유 수용성 감각을 자극하는 데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애플이 신제품 아이패드 프로 6세대를 공개했다. 태블릿이 책·종이·연필의 역할을 대체하며 종이 노트에 필기하는 모습은 드물어졌다. 그러나 종이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경험이 어린아이들에겐 무척 중요하다. 태블릿을 비롯한 전자기기에 타자를 치거나 디지털 펜으로 글을 쓰는 것만으론 할 수 없는 ‘감각 경험’ 때문이다.

◇’손글씨 쓰기’가 ‘타자’보다 뇌 많이 활용
손으로 글을 쓰는 행동은 타이핑처럼 단순한 활동보다 뇌 성장에 이롭다. 손은 운동·감각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 겉질과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손을 많이 움직일수록 뇌가 많이 자극되는 이유다. 손을 이용한 활동은 여러 가지 인지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종이접기할 때만 해도 ▲종이를 어떤 모양과 크기로 접을지 결정하는 능력 ▲새로운 모양을 구상하는 창의력 ▲접는 부위의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 등 다양한 기능이 동원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것에 비하면 무척 복잡한 과정이다. 

손으로 하는 활동 중에서도 글씨 쓰기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 능력’ 발달에 중요하다. 종이에 글씨를 쓸 땐 우리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 단어 간 간격, 자모음 간 간격을 계산하는 복잡한 사고를 거친다. 태블릿을 비롯한 전자기기에 타자를 칠 땐 이런 사고가 생략된다. 자판을 누르기만 하면 시스템에 의해 글자가 자동으로 입력되기 때문이다. 손글씨로 단어를 연습한 아이들은 타이핑으로 연습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좋았다는 연구도 있다. 독일 울름대학 연주팀이 4~6세 유치원생 23명에 16주간 독일어 알파벳과 단어를 연습하게 한 결과, 손으로 글을 쓰며 단어를 배운 아이들은 타이핑으로 배운 아이들보다 몇몇 단어를 더 잘 읽고 썼다.


◇연필·종이의 감각경험이 디지털 펜·태블릿보다 풍부
디지털 펜과 태블릿 기능이 향상되긴 했지만, 아직 종이에 연필로 글을 쓸 때의 감각 경험을 온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각하는 고유 수용성 감각은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쓸 때 더 잘 자극된다. 연필을 쥔 손의 힘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선의 굵기와 농담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엔 태블릿도 디지털 펜의 필압에 따라 선 굵기와 농담을 조절할 순 있지만, 아직 종이에 연필을 사용할 때만큼 미세한 힘의 변화까지 반영되진 않는다. 디지털 펜·태블릿만 사용하면 연필·종이를 쓸 때보다 고유 수용성 감각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연필로 글을 쓸 때의 ‘사각사각’ 소리 ▲연필 끝이 종이에 마찰되는 느낌 ▲힘 조절에 따라 달라지는 선의 굵기와 농도, 이 모두가 아이에겐 배움이다. 반면, 매끈한 디스플레이 위에 디지털 펜으로 글을 쓸 땐 마찰력이 부족한 탓에 펜이 자꾸 미끄러진다. 종이 질감 필름을 붙이지 않은 채 디지털 펜으로 글을 쓴다면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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