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이 그림'으로 스트레스 알 수 있다는데...[이거레알?]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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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스트레스 측정 심리 테스트./사진=유튜브
이 그림이 움직이는가?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것이라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의 여러 게시물에서 소개하고 있다. 댓글을 보면 '역시 정말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등 실제로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런 동적 착시 현상 외에도 음영 착시 현상을 이용해,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하는 심리 테스트로 이용하기도 한다. 회색 알약을 두고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보이지 않는지 묻는 식이다. 시각 효과로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정말 스트레스 수치를 대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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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스트레스 측정 심리 테스트. ​알약이 회색이 아닌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보인다면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라고 게시물에서는 설명한다./사진=인스타그램
◇SNS 착시 심리 테스트, 재미로만 봐야
스트레스 수치와 관련이 있을 수는 있으나, 신빙성은 낮다. 시각은 물체 표면에 반사돼 망막에 입사된 빛이 대뇌에서 어떻게 해석해 인지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레티넥스 이론(retinex theory)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레티넥스 이론을 고려하면 시각은 대뇌 피질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며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대뇌 피질이 피로해 휘어진 무늬나 음영으로 유발되는 착시 현상들이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스트레스는 심박수를 올리고 집중력과 주의력은 떨어뜨려 쉽게 착시에 빠지게 한다. 문제는 모든 착시 현상이 스트레스로 유발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임명호 교수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면 착시현상이 잘 보일 순 있지만, 착시현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다는 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착시 현상이 얼마나 강하게 느껴지는지에 관한 연구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심리 검사의 신빙성을 높이려면 매우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면서 명확한 기준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SNS에서 떠도는 심리 테스트는 그런 근거가 없어, 타당도와 신뢰도 모두 낮으므로 재미로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스트레스 수치가 높으니까, 테스트에서 말하는 결과대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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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서 유행한 스트레스 측정 심리 테스트 착시 그림으로, 빨리 움직일 수록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라는 설명이 함께 게시됐다. 그러나 이 그림은 심리테스트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Yurii Perepadia​
실제로 심리테스트가 아닌 그림이 심리테스트로 둔갑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한 틱톡에서 유행한 심리 테스트(△자료 사진)가 '일본 신경과 전문의 야마모토 하시마(Yamamoto Hasima)가 제작한 것'이라고 알려졌었는데 사실은 우크라이나 프리랜서 그래픽 아티스트 유리 페레패디아(Yurii Perepadia)가 제작한 그림이었던 것. 야마모토 하시마는 심지어 실존 인물도 아니었다.

◇로샤검사, 같은 착시 이용했지만 신빙성 훨씬 높아
착시 그림이 심리테스트로 인지되며 신빙성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Rorschach Inkblot Test) 덕분으로 보인다. 로샤 검사로도 불리는 이 검사는 스위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1년 설계해 지금까지 무려 100년 가까이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는 신빙성 높은 검사다. 모호한 데칼코마니 잉크 얼룩 착시 그림 10장으로, 스트레스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피시험자의 정신 건강을 확인하고 성격과 성향까지 유추한다. 위 착시 심리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착시 그림을 이용하지만, 원리는 다르다. 위 검사들이 단순 시각 반응을 보는 것과 달리 로샤 검사는 환자의 심리 반응을 해석한다. 미국 심리학자 헨리 머리는 로샤 검사의 원리를 "사람들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자극을 접하면 분명한 자극으로 인식하려고 하고, 이런 습성 때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피실험자의 내적 갈등이나 성격의 특성, 심리 상태가 강하게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도 다르다. 피시험자의 반응 시간, 내용, 반응 영역 등을 전문가가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도출한다.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로샤 검사는 객관적으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주관식으로 환자 반응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투사검사"라며 "100년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임상 테스트와 논문이 축적돼 증거가 쌓여왔고, 발전했다"고 말했다. 보통 상급 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성인 환자 대부분에게 시행된다. 곽금주 교수는 "해석이 굉장히 어려워서 신빙성과 타당성이 높은 결과를 얻으려면 전문 임상 심리학자들에게 검사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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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 1번 그림./사진=위키백과
한편, 스트레스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심박변이도(HRV) 검사가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심박 간격은 주기적으로 미세하게 변화하는데, 스트레스 지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자율신경계가 빠르게 서로 균형을 맞춰 변화가 많다"며 "이 점을 이용해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 지수 높으면 동반되는 신체 증상은…
아쉽게도 아직 스트레스 지수를 정밀하게 알 수있는 방법은 병원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 수치가 높을 땐 여러 가지 증상들이 동반된다. 이 징후들을 살펴 정신 건강이 더 악화하기 전에 빠르게 스스로의 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몸의 증상은 소화불량증이다. 위와 장은 감정 영향을 많이 받는 자율신경계에 따라 조절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면 위와 장운동이 저해돼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방귀도 잦아진다. 실제로 미국 로마재단 연구소와 프랑스 다논 뉴트리시아 리서치 공동 연구팀 연구에서 장·가스 설문지(IGQ) 점수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참가자들이 호소한 주요 장 관련 증상은 ▲방귀(81.3%) ▲배에서 나는 소리(60.5%) ▲트림(58%) ▲구취(48.1%) ▲가스 찬 느낌(47.2%) ▲복부팽만·배부름(39.6%) 등이었다. 혈당도 올라간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이 분비돼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 작용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근육이 굳으면서 긴장성 두통도 자주 동반된다.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되도록 벗어나 운동, 산책 등을 하며 스스로에게 다른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심호흡, 족욕, 명상 등으로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된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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