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내가 만난 정신과 의사 ⑨] 김동욱 원장의 '청년 우울증' 이야기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8/21 13:30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 김동욱 원장 인터뷰
환자들이 웃는 병원.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기자의 첫인상이다. 정신과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라… 다소 익숙지 않았지만 실제 그랬다.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는 환자의 증상을 해결하는 '일시적인 치료 기관'이 아닌 진정한 사회 복귀까지 책임지는 또 하나의 '세상'을 자처하는 병원이라는 것. 그것이 환자 웃음소리의 비결이었다는 것을 인터뷰를 진행하며 깨달았다.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는 '낮병원'을 운영하는 몇 안 되는 국내 정신과의원이다.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 김동욱 원장은 소위 '돈 되지 않는' 낮병원을 오직 환자를 위해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지한다고 했다. 낮병원은 정신적 어려움으로 학교를 거부하거나 사회생활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곳이다. 이들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자들이지만,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밤이 아닌 낮에 '정신병동'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낮병원 혹은 낮병동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등교를 어려워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낮병원을 운영했어요. 아이들에게 왜 학교에 가기 힘든지 묻고 그림을 그리게 했죠. 그랬더니 학교에 가기 싫어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들이 그린 그림<사진 참조>을 보면 남과 어울리는 것에 두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그림들을 보면서 학교를 '못 가는' 친구들이 사회적 관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 과정 세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조현병 환자들도 비슷한 케이스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 불리던 병으로, 환시·환청 등 환각을 느끼고 사고·감정·행동 등 여러 측면에서 이상을 일으킨다. "조현병 환자 중 직장 다니길 꺼리는 사람들은 역시 남이 쳐다보는 시선에 대한 큰 두려움을 느껴요.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평생 병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죠. 단순한 약 복용이나 10~15분의 짧은 외래 진료만으로 사회 생활 복귀까지 책임지기는 어렵습니다"
개인 의원에서 낮병원을 운영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낮병원 운영이 금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환자가 충분히 회복돼서 취업까지 성공한 여러 사례를 보면 단순히 병이 나은 모습이 아닌 '삶이 변화된 모습'을 보게 돼요. 이것이 낮병원을 운영하는 힘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위한 사회적 세팅이 거의 없는 실정인데,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환자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포기할 수 없어요" 김 원장은 앞으로 정신과 병원이 입원 치료 위주에서 환자의 '거주시설'과 '낮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원장은 자신만의 '진료철학'이 '가성비와 가심비를 잡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정신과의원마다 진료 비용 차이가 커요. 그런데 정신과 환자는 대부분 마음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돈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들이 '바가지 썼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도록 가장 합리적인 비용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치료의 질도 떨어지면 안 되겠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최적화된 진료비에 신뢰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하는 것. 그래서 환자가 마음을 더 편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진료철학입니다"
김동욱 원장은 개인 유튜브 채널(맘편한TV)도 운영중이다. 구독자가 1만8000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 김 원장은 일주일에 꼬박 2~3편의 영상을 찍을 정도로 유튜브에 열심히다. 처음에는 병원 홍보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환자들이 "궁금한 점을 해결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청년 우울증, 기억력 저하가 대표적 증상
김동욱 원장과는 '청년 우울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 나눴다. 청년 우울증과 중장년 우울증은 증상이 다르다고 한다. 청년은 '생각'이 우울해지고, 중장년은 '감정'이 우울해지는 게 특징이다.
"청년에게 우울증이 생기면 한 번에 일을 처리하는 능력, 상황 판단력, 단기 기억력, 집중력이 크게 떨어져요. 20~30대 직장인들이 병원에 와서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젊은 치매'가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단기 기억력 저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중장년 우울증은 피로하고 지치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우울감을 느끼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아주 많이 우울한 상태죠. 자신이 처한 현실적인 부분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우울감의 일종이에요"
실제 심각한 우울증인데 자신이 스트레스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저도 개원 초기에는 식사량이 두 배로 늘었었어요. 모르는 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그걸 먹는 것으로 풀고 있었던 거죠. 정신과 의사인 저도 제 감정 이해가 쉽지 않다는 걸 배웠어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감각에 예민한 편인데, 자기 스트레스에 대한 인지는 의외로 둔해요.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거울'이 왜서 자신이 보지 못하는 감정을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갑자기 잠이 급격히 늘거나 줄어드는 것도 우울증 신호다. "잠은 자신의 정서상태를 가장 잘 반영해주는 지표예요. 평소 같으면 편히 넘어갈 주변 자극, 잔소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울컥하는 것도 우울감 신호일 수 있어요"
우울증 치료 방법 다양해져
우울증은 보통 세로토닌 호르몬 양을 늘리는 약을 주로 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뇌파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증상에 맞게 치료를 한다. 실제 기억력이 떨어져서 ADHD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을 정도로, 각 질환끼리 증상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뇌파를 찍어보면 우울감 때문인 건지 충동 조절에 문제가 생긴 건지 정확히 확인해볼 수 있어요. 우울증인지 ADHD인지를 구분하기보다, 각각의 증상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확인해서 치료하는 게 중요해요. 정신과 치료가 점점 예술과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약이 아닌 기기로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도 사용된다. 강력한 자기장으로 전전두엽 부위를 자극해서 세로토닌,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증을 치료한다. 의자에 20~30분간 앉아 있으면 된다.
"전기적 에너지가 뇌로 전달되는 건데 전혀 찌릿한 통증 같은 건 없어요. 약 먹기 싫거나 매일 약 먹는 게 힘든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대안이 됩니다" 효과가 큰데 왜 다수의 정신과에서 TMS를 사용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현재 정신과 전문의들은 전공의 때 배웠던 약을 많이 쓰는 보수적인 시도를 많이 하죠.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이 TMS로 효과를 봤고, 큰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점차 이를 활용하는 정신과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실제 일부 국내 유명 대학병원 정신과에서도 TMS를 쓰고 있다.
힘들더라도 버티고, 할 말은 하고 살고…
청년기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저도 거쳐왔어요. 개원할 때 많은 기대 속에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힘들었죠. 모든 걸 놓고 도망가고 싶다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두려운 중에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세요. 버티세요. 아무리 두렵고 미래가 힘들더라도 피하지 않고 버티면 분명히 더 많은 성과가 있고 답이 나옵니다"
일반적인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할 말은 하고 살라'고 강조했다. "환자들과 얘기해보면 대부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말을 안 하게 돼요. 내가 말을 하면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걱정해서 말을 아예 안 하거나 아주 순화해서 말하죠. 물론 어느 정도는 필요한 과정이지만 너무 과도하면 사람이 위축되고 우울감이 생겨요. 할 말은 하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하면 정신건강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