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내가 만난 정신과 의사 ④] 한경호 원장의 비만 이야기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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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호 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정신과에서 비만을 치료한다? 선뜻 이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당수의 비만 환자가 정신과 진료를 통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에 앞장서는 의사가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탑정신건강의학과 한경호 원장이다. 그는 강남역 중심에서 비만으로 고통받는 젊은층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고 있다. 한 원장은 "거의 모든 비만 환자에게 정신과 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과의 비만 치료에 대해 언급하기 앞서 한 원장에 대해 소개하자면, 그는 고등학생 때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프로이트의 책 《꿈의 해석》을 읽고 정신과 의사를 꿈꿔왔고 한다. 결국 목표했던 정신과 의사가 됐고, 지난 2018년 9월 '탑정신건강의학과'를 차렸다. 그는 환자의 정신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로 인한 신체적 고통까지 해결해주고 싶다고 했다. 병원 이름의 앞 글자인 '탑'도 'Treatment Of the Psyche & Physique'의 약자다. 마음과 육체를 모두 치료한다는 의미다.


한경호 원장은 환자와의 충분한 면담, 치료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예약제'로 병원을 운영하며 진료 환자 수를 제한한다. 더불어 가능한 선에서 환자가 원하는 치료 방법을 존중한다. "환자가 원하는 진료 형태를 파악, 최대한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 치료해요. 그리고 제 경험담을 환자에게 스스럼 없이 공유하면서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실제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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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호 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그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스니커즈를 사는 것(물론 정해진 한도 내에서). 그리고 달리기다. "아파트 주위를 일주일에 4회 이상 달려요" 아들과 몸으로 노는 것도 좋아한다. 레슬링을 하거나 축구, 산책을 같이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가 많다.

한 원장은 정신과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정신질환 치료'라는 무거운 주제로 병원을 방문할 필요 없어요. 인생 전반의 모든 주제에 대해 의사와 이야기 나눠볼 수 있거든요. 연애, 학업과 적성, 교우관계, 자신의 성격 등이 있을 수 있죠. 편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한 번의 진료 후, 그것이 정신과 치료의 전부인 것처럼 속단하거나 실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한 원장은 정신 건강을 위해 '완벽과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좇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완벽과 행복은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 같은 거예요.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완벽해질 수 없고, 욕망의 깊이 역시 끝이 없어 현재 얻은 행복으로 만족에 도달할 수 없어요" 그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하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삶이 조금씩 나아지는 '개선'. 다른 하나는 행복 대신에 좋은 것과 나쁜 것, 즐거운 것과 괴로운 것, 성공과 실패를 모두 수용하고 조화롭게 공존시키는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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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

"혼자 살 빼면, 5년 이내에 거의 다 돌아와요"

비만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영양 섭취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어 살이 찐 '일차성 비만'. 유전질환이나 신경내분비계 질환 등으로 유발된 '이차성 비만'이다. 비만 환자의 90%는 일차성 비만이다. "일차성 비만은 대부분 심리적 문제와 행동습관과 관련 있어요. 정신과에서는 심리적 문제와 행동 개선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정신과에서 비만 치료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비만으로 정신과를 찾으면 어떤 치료가 이뤄질까?

"우선 환자에게 정신의학적 문제가 있는지 살펴요. 비만은 불안장애, 식이장애, 공황장애를 흔히 동반하고, 특히 우울증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비만이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체중 감량이 우울증 증상을 개선하기도 하죠. 더불어 우울증 때문에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어요. 즉, 비만에 영향을 주는 정신과적 문제를 찾아내고 치료합니다"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지 못해 폭식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것도 조절시킨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뇌에서 '식욕 증진'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기능을 떨어뜨려 계속 식욕이 높아지게 한다. "호흡법, 근육이완법, 자기주장훈련 등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기술을 알기 쉽게 알려드려요" 정상체중이거나 심지어 저체중인데도 살을 빼야 한다며 병원에 오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왜곡된 신체상'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원인을 탐색해 바꿔준다.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국내에 장기간 사용(1년 이상)이 허가된 비만 치료제는 올리스타트,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리라글루타이드(주사제),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총 4가지다. 약물 치료의 1차 목표는 6개월 이내에 체중을 10%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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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호 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하지만 한경호 원장은 약물 치료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온갖 약을 한 번에,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살은 급속도로 빠지게 되어 있어요. 한 마디로 약으로 살 빼기는 쉽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더불어 불면, 초조, 불안, 감정기복뿐 아니라 약에 대한 의존성이 생길 위험도 있다.

"비만의 기본 치료 방법은 식사조절, 개인에 맞는 운동, 행동요법이 돼야 해요. 약물은 이들의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거죠. 절대 약에만 의존하면 안 되고, 약을 쓰더라도 의사의 처방 하에 적당량만 활용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비만 치료를 위해 정신과 도움을 받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체중 관리를 해서 비만 탈피에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5년 이내에 원래의 비만 상태로 돌아온다는 보고가 많아요. 그만큼 체중 감량뿐 아니라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죠. 모든 과정을 혼자 이겨내려 하지 말고, 정신과적 상담을 받는 게 좋습니다. 그럼 살을 뺀 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확률이 크게 줄어요"




한경호 원장이 알려준 비만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행동요법' 사례를 몇 개 소개한다. 직접 실천해 보고, 효과를 체험해 보는 건 어떨까.

▷음식 구입 시=배가 부를 때 음식을 구입한다. 음식을 구입할 때는 미리 구입 목록표를 작성한다. 패스트푸드나 조리하지 않고 먹는 음식은 피한다. 음식 구입 시 미리 필요한 만큼의 돈만 가져간다.

▷외식 시=식사가 꼭 필요하지 않은 약속은 차를 마시는 약속이나 운동, 쇼핑 등 다른 활동을 중심으로 잡는다. 외식이 예정되었을 때 기존의 식사계획은 계획대로 진행시키고 미리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계획한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자기 자리에서 되도록 멀리 놓는다. 야채를 우선 먹고 드레싱은 되도록 곁들이지 않는다. 음료수는 되도록 시키지 말고 시원한 물이나 차로 대신한다. 가격이 절약된다고 세트 음식을 시키는 것을 피한다.  여러 음식을 시켜서 나눠 먹지 말고, 각자 자기 음식을 주문해 자신의 음식만 먹는다.

▷회식 시=술을 적게 마신다. 미리 간단하게 간식을 비롯한 음식을 먹는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지 않는다. 고기를 먹을 때는 함께 식사를 한다(고기를 먹은 후에 식사하지 않는다). 가끔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뷔페에 갔을 때=모든 것을 조금씩 맛보려 하지 말고 자신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음식을 정한다. 그리고 배를 부르게 하는 샐러드나 밥 같은 저열량 음식을 선택한다. 큰 접시보다 작은 접시를 사용한다. 음식을 담으러 한 번만 나가고 다 먹었으면 가능한 한 빨리 접시를 치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하고 대신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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