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내가 만난 정신과 의사 ⑬] 이호선 원장의 '치매' 이야기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서대문봄정신건강의학과 이호선 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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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서대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초고령화 사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노인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들을 노리는 것은 역시 치매. 치매는 환자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 삶까지 고통스럽게 할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병'이기 때문에, 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으로 꼽힌 바 있다. 이런 날을 대비해 노인 정신건강을 전문으로 공부, 최근 서울 중심에 개원한 젊은 의사가 있다. 바로 서대문봄정신건강의학과 이호선 원장이다.

이호선 원장이 서대문에 병원 문을 연 이유 중 하나도 '노인 환자'를 보기 위해서다. 서대문 근처에는 구시가지가 많아 어르신 환자가 많다. 하지만 아직 서대문봄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노인 환자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어르신들은 젊은층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는 편이에요. 우리 병원 어르신 환자들도 주로 주변 내과 병원 등에서 의뢰를 해 진료받고 있어요. 더 많은 어르신이 편하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호선 원장의 병원을 찾는 노인 중에는 투석 치료를 하는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투석은 콩팥 문제 때문에 시행하는데, 콩팥 문제가 있는 사람은 뇌혈관에도 손상이 생겨서 기억력 장애를 잘 호소합니다. 투석으로 인해 극심한 체력 저하를 겪으며 불면을 호소하시기도 해요. 수면장애는 다른 진료과에서도 다루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더 세밀하게 약을 조절하며 증상을 관리할 수 있죠"   

이호선 원장의 진료철학은 환자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 "넉넉한 상담 시간을 위해 모든 진료를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상담을 통해 환자의 답답한 부분을 최대한 풀어주고, 병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고 장기간의 상담을 지향하지는 않아요. 힘들게 오신 분들의 상황이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거든요.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와 입원치료도 권유하는 편입니다"

아직 정신과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보다 편견이 많이 사라진 편이긴 해요. 가벼운 마음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죠. 그런데 무시하지 못할 편견은 영전히 존재합니다. 정신과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거나, 정신과질환은 치료받아도 증상이 낫지 않는다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기록이 남아 취업을 못한다는 식의 생각이죠. 모두 잘못됐어요. 꼭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크다면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친구나 가족한테 얘기하기 뭐하고, 얘기한다고 해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면 언제든지요. 정신과에서는 '답이 없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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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서대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치매, 치료하면 심각 상태 1년 이내로 줄어

치매 환자들은 주로 어떤 상태에서 병원을 찾을까? 이미 중기로 넘어선 상황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전까지는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구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치매 중기는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다. 집을 못 찾거나, 지갑이나 핸드폰 등 귀중품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최근에 있었던 사건을 아예 기억 못 하는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건망증과 치매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이호선 원장은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기억해내는데, 치매는 사건 자체를 아예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뇌는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두 가지 기능을 하는데, 이중 인출이 잘 안 되는 게 건망증이고, 저장조차 안 되는 게 치매다. 또한 건망증은 갈수록 심해지지 않지만, 치매는 증상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특징이 있다.

부모님에게 치매가 의심되면 자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호선 원장은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 하기보다는 치매 노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에 어떤 게 있는지 미리 찾아보고 알려드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치매안심센터가 있어서 어르신들이 치매 검사와 치료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데이케이센터도 잘돼있는 편이에요. 정신과 방문을 권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요"

치매는 정신과와 신경과에서 모두 진료를 본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두 진료과 모두 치료하는 방법은 유사합니다. 다만 장기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정신과에서는 치매를 비롯해 우울증, 환각 등의 정신증상이나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 행동문제 등을 조금 더 잘 컨트롤해요" 실제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공격성은 정신과 치료 약물로 상당히 개선된다.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으면 우선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이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 치매 의심 증상이 시작됐는지, 나타나는 치매 의심 증상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신경 심리검사다.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의 정도를 파악하는 심리 검사로 보면 된다. 어떤 기억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등을 파악한다. 치매 수준이 판별되면 그 원인을 찾는 세 번째 검사를 시행한다. 피검사나 소변 검사를 진행하면서 신체적 장애 여부를 보는 거다. 뇌CT나 MRI를 찍을 수도 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되면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치매는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어도, 좋았던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이후 증상 악화를 늦추기 위해 약은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자연 경과 상 사망 전 마지막 3~5년은 심각한 장애상태가 유지돼요. 다만,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통해서 이런 심각한 장애가 지속되는 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대부분 불안과 우울, 불안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를 같이 치료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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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서대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호선 원장은 가족에게 치매가 발생하면 '마라톤' 같은 장거리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대비를 해야 한다.
"치매 어르신이 계시면 모두 다 같이 돌보긴 힘들어요. 주보호자가 생기죠. 문제는 모든 짐이 주보호자한테 넘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한 분이 전담해서 환자를 돌볼 수는 있지만 다른 가족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경제적으로 도움 주거나, 돌아가면서 돌봄을 하는 식으로 주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치매 관련 마지막 조언을 물었다. 이호선 원장은 "보호자가 모든 걸 떠안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원뿐 아니라 치매안심센터 등 각종 기관의 도움을 받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 것.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다음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치매 환자, 보호자뿐 아닙니다. 모든 분이 혼자서 힘들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임상심리선생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거든요. 언제든 가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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