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비듬 일고 가려운 머리… '두피' 넘어 '온몸' 살펴야" [헬스조선 명의]

이해림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두피 질환 명의’ 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

 


두피도 피부다. 그러나 머리카락에 가려진 탓인지, 얼굴 피부만큼 신경 써서 관리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비듬이 일고, 염증 탓에 가려워도 ‘머리 잘 감으면 되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식이다. 그러나 두피가 건강하지 않은 지 오래라면 탈모가 생길 위험이 크다. 얼굴 피부 못지않게 두피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시시때때로 가렵고, 비듬이 떨어지는 머리. 원인 질환은 무엇이고, 평소에 두피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를 만나 두피 건강의 이모저모를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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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건강하지 않은 두피를 떠올리면 보통 ▲지루성 두피염 ▲두피 건선 ▲비듬 ▲모낭염이 생각난다. 각각의 특성을 간단히 짚어본다면?
지루성 두피염은 말 그대로 두피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머리카락 모공에 염증이 생기는 모낭염과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염증 탓에 손상된 각질 세포가 떨어져나가며 비듬이 생기기도 한다.

두피 건선은 면역계 불균형 탓에 생기는 피부질환 ‘건선’이 두피에 나타난 것을 말한다. 지루성 두피염보단 가려움증이 덜하고, 비듬이 더 두꺼운 경향이 있다. 병변이 나타난 곳과 건강한 피부의 경계가 지루성 두피염에선 모호하지만, 두피 건선에선 비교적 뚜렷하다.

지루성 두피염과 건선은 질환의 한 종류지만, 비듬과 모낭염은 질환이 아니라 질환에 따라오는 증상이다. 비듬은 두피에 있는 각질 세포가 떨어져나간 것으로, 지루성 두피염과 두피 건선 환자 둘 다에 생길 수 있다. 모낭염도 마찬가지다. 지루성 두피염이 있을 때 잘 생기지만, 다른 질환이 있어도 모낭염이 생길 수 있다. 두피 백선이 대표적이다.

- 지루성 두피염과 두피 건선 이외에 또 다른 두피 질환이 있나? 
두피 백선을 눈여겨볼 만하다. ‘백선’은 피부 사상균에 감염됐을 때 생기는 피부 질환이다. 백선이 두피에 나타나면 ‘두피 백선’, 발에 나타나면 ‘족부 백선’, 즉 발 무좀이다. 무좀이 있는 사람이 발을 만진 손으로 머리를 긁으면 두피 백선이 생길 수 있단 뜻이다. 위생 상태가 나빴던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두피 백선 환자가 매우 많았다. 지금은 개인위생과 의료 환경이 개선돼 환자 자체는 줄었지만, 최근 들어 발생률이 약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려동물의 피부에 기생하는 피부 사상균이 사람에게 옮는 사례가 많아져서다.


곰팡이균에 감염된 반려동물을 안거나 쓰다듬으면 그 균이 사람에게도 옮는다. 두피가 아니더라도 피부라면 어디든 백선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 피부에 생기는 백선은 눈에 잘 띄니 환자 대부분이 항진균제로 빨리 치료받는다. 그러나 두피는 백선이 생긴 줄 모르고 내버려뒀다가 병변이 생긴 부분의 모발이 소실되기도 한다. 반려동물에게 피부 질환이 있다면 꼭 수의사에게 데려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지루성 두피염이 생기는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치료는 어떻게 하나?
지루성 두피염이 생기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진 않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게 바로 말라세지아 효모균이다. 말라세지아 효모균은 두피를 비롯한 피부에 원래 사는 상재균이다. 그러나 면역력이 떨어진다든가, 피곤하다든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중하면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과증식한다. 이에 우리 몸이 면역 반응을 하는 과정에서 지루성 피부염이 생긴다는 가설이 현재 가장 유력하다.

말라세지아 효모균을 피부에서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지루성 두피염도 ‘완치’라는 게 없다.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과증식해 염증을 일으키지 않도록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시판되는 비듬 전용 샴푸를 사용하는 게 도움될 수 있다. 비듬 전용 샴푸엔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항진균제가 들어 있어서다. 비듬 전용 샴푸를 사용해서 증상이 조절된다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피부염이 너무 악화한 상태라면 샴푸로 조절되지 않는다. 피부과에서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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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원 교수가 지루성 두피염이 생긴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비듬 전용 샴푸도 내성이 생길 수 있나?
그럴 수 있다. 비듬 전용 샴푸 속 항진균제도 내성이 잘 생기는 게 있고 잘 생기지 않는 게 있다. 클림바졸(Climbazole) 같은 항진균제는 내성이 잘 생긴다.

- 지루성 두피염을 완화하려면 생활 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습관이 필요한가?
첫 번째는 두피 청결이다. 하루에 머리를 몇 번 감아야만 한다는 법칙이 있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피지 분비량과 두피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 감아도 머리가 간지럽지 않고 두피가 깨끗하다면 한 번으로 충분하다. 피지 분비량이 많고, 헤어 스타일링 제품을 자주 쓰거나, 분진이나 먼지에 많이 노출되는 직종이라면 하루에 두 번 감아도 된다. 자신의 두피 상태에 가장 적합한 횟수를 찾아야 한다.

두 번째는 면역력 강화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두피에서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과증식한다. 장기 입원 중이거나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 육체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서 지루성 피부염이 잘 생기는 이유다. 두피에만 신경 쓴다고 두피가 건강해지지 않는다. 몸 자체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두피염도 완화된다. 물론, 이 둘을 모두 잘 지켜도 두피염이 악화할 수 있다. 이때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으로 증상을 조절해야 한다. 

- 비듬의 형태를 보고 지루성 두피염과 두피 건선을 구분할 수 있나?
지루성 두피염과 두피 건선은 별개의 질환이지만, 비듬이 생기는 등 일부 증상이 겹친다. 비듬의 형태만 보고서 원인 질환을 알아내긴 어렵다. 질환에 동반되는 여러 증상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가령, 두피 건선이 의심되면 피부의 다른 부분에 건선이 또 있는지를 살핀다. 건선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라 두피에 건선이 있다면 보통은 다른 부위에도 건선이 있다. 가려움의 강도도 확인한다. 두피 건선은 지루성 두피염보다 덜 가렵다. 이렇듯 여러 단서를 종합해야 원인 질환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지루성 두피염이나 두피 백선처럼 균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은 원인균을 직접 관찰해 확진하기도 한다. 지루성 두피염은 대개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과증식해 생기므로, 채취한 각질에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있는지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두피 백선은 각질에 피부사상균이 있는지 보고 확진한다. 두피 건선은 면역 체계의 불균형이 원인이라 감염균을 감별할 필요가 없다.

- 건선은 피부라면 어느 곳이든 생길 수 있는데, 하필 두피에 잘 생기는 이유가 있나?
건선이 두피에서 잘 생기는 이유가 명확히 밝혀진 건 아니다. 그나마 건선의 특징 중 하나인 ‘쾨브너 현상(Koebner phenomenon)’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외상을 입거나 자극을 받은 자리에 건선 병변이 잘 생기는 것을 쾨브너 현상이라 한다. 뜨거운 게 튀어서 화상을 입은 부위에 건선 병변이 생기는 식이다. 팔꿈치나 무릎에 건선이 잘 생기는 것도 다른 곳에 잘 부딪히는 부위라서다. 두피도 마찬가지다. 간지러워서 긁거나 모낭염을 짜는 등 손으로 자극을 자주 가하는 탓에 건선이 잘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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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두피 건선은 어떻게 치료하나?
엄밀히 말해 ‘두피 건선’을 치료한다기보단, 건선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 면역계 균형이 깨지면 건선은 몸 어디든지 생길 수 있고, 그중 두피에 병변이 생긴 경우를 ‘두피 건선’이라 칭하기 때문이다. 두피에만 건선이 있다면 경구 약물이나 주사제 같은 생물학적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증상이 나아진다. 국소부위에만 바르는 약을 쓰면 된다. 그러나 두피 건선 환자 대부분은 두피 외의 다른 곳에도 건선이 있다. 건선이 전신에 퍼져 있다면 경구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제를 써야 한다. 생물학적 치료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신약이 여러 개 나와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 지루성 두피염 등 두피 질환이 악화하면, 2차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탈모다. 두피에 염증이나 건선 병변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면 두피 상태가 나빠지고, 당연히 모발도 잘 자라지 않는다. 황폐한 땅에서 곡식이 잘 자라지 않는 것과 같다. 특히 지루성 두피염이 극심하면 모낭 속 머리뿌리가 손상되거나, 모낭이 균에 감염돼 아예 소실될 수 있다. 모발 굵기에도 악영향을 미쳐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곤 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탈모까지 올 수 있다.

물론 지루성 두피염이나 두피 건선이 잠깐 생겼다고 곧바로 탈모가 생기진 않는다. 두피 상태가 악화했는데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단 말이니, 증상이 나타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


- 두피에 멍울이나 혹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원인이 무엇인가?
2차적인 세균 감염 때문에 종기·봉소염·낭종이 생긴 것일 수 있다. 봉소염은 피부 피하조직에 세균이 감염돼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는 것이다. 종기는 모낭염이 심해져 결절이 커진 것을, 낭종은 모낭 입구가 막혀 내부에 피지나 케라틴 단백질 등의 성분이 덩어리진 것을 말한다.

작은 모낭종을 손으로 짜거나 머리를 세게 긁어 상처가 나면, 손에 있던 균이 상처로 침투해 2차 감염을 일으키곤 한다. 이에 종기·봉소염·낭종이 생기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혹처럼 부피가 커질 수 있다. 지루성 두피염이 심하면,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피부과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본인이 직접 염증을 관리하려고 모낭종을 손으로 짜는 등의 행동을 하다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 약산성 샴푸를 쓰는 게 두피에 더 좋은가?
샴푸든 화장품이든 기본적으로는 약산성 제품을 쓰는 게 좋다. 피부의 pH 농도가 약 4.5로 약산성을 띠니 화장품이나 샴푸도 pH 농도가 이와 비슷한 게 좋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 등 피부 질환이 극심하면 피부가 알칼리화된다. 약산성 제품을 쓰는 게 피부 보습과 pH 농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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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사진=신지호 사진기자
- 시판되는 두피 브러시를 사용하거나, 두피 스케일링을 받는 게 오히려 해로운 때도 있나?
두피 브러시가 두피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발모를 촉진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환자들 실제로 봤다. 브러시로 두피에 가벼운 자극을 주는 정도는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피에 이미 염증이 있다면 두피 브러시를 쓰거나 스케일링을 받지 않는 게 좋다. 지루성 두피염 환자는 두피에 물리적인 자극을 최대한 가하지 말아야 한다. 머리를 감을 때도 손톱이나 두피 브러시를 쓰기보단 손가락 끝의 살 부분으로 가볍게 마사지하듯 샴푸질해야 한다. 브러시로 두피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건 좋지만, 우선 염증부터 치료한 다음에 사용하길 권한다.


- 머리의 빈 곳을 메우기 위해, 흑채나 헤어라인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얼굴에 화장할 때와 같다. 사용하고 나서 잘 씻는 게 가장 중요하다. 흑채나 헤어라인 메이크업 제품을 두피에 얹은 채로 오래 있으면, 운이 나쁠 경우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더라도 두피에 자극이 된다. 저녁에 메이크업을 꼼꼼히 지우듯, 흑채나 헤어 제품도 샴푸로 깨끗이 잘 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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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사진=신지호 사진기자
이양원 교수는…
건국대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피부과학을 전공, 의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이며, 대한피부진균 및 감염학회에서 회장을, ▲대한피부과학회 ▲대한모발학회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등 다수 학회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대한 피부과학회에서 다수의 학술상을 수상하고, 피부과학 관련 저서를 여럿 출판하는 등 연구 활동에도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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