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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마케팅? 음이온 드라이기, 머릿결 효과 “글쎄”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머릿결 영향 미치기엔 음이온 터무니 없이 적어 되레 오존 발생… 눈·호흡기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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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결을 개선한다는 음이온 드라이기는 실제로 효과가 불분명하고 유해물질인 오존을 만들어 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음이온은 오랫동안 유사 과학으로 군림해왔다. 공기 정화, 신체 밸런스 유지, 면역력 강화 등의 효능이 있다며 공기청정기, 침대, 팔찌 등에 방출 기능이 더해졌다. 그러나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음이온 방출 기능을 더하기 위해 천연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가 사용되면서 라돈 침대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제 없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일부 헤어드라이기에는 음이온 방출 기능이 붙는다. 머릿결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드라이기에서 방출되는 음이온은 진짜일까?

◇음이온이 머리카락 전기적 중성 만들어 차분해진다?

음이온이 머릿결에 좋다는 이유는 하나로 정리된다. 머리카락의 양이온과 드라이기에서 방출되는 음이온이 만나 전기적으로 중성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전기도 없어지고 머리에 수분감도 더해진다. 간혹 이중 음이온이나 수분 음이온 등 용어가 추가된 기능들도 보이지만 기본은 음이온이다. 음이온이 실제 머릿결을 개선할 수 있는지 따져보려면 먼저 음이온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음이온은 원자나 분자에 양성자 수보다 전자가 많은 상태를 일컫는다. 우리 주변 모든 것들은 원자와 분자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원자와 분자는 양전하를 가진 원자핵과 음전하를 가진 전자로 구성된다. 일반적인 원자핵과 분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띤다. 그러나 전자의 수가 너무 많거나 적어서 전기적 균형을 잃으면 ‘이온’이라 불린다. 전자가 부족해 양전하를 띄면 ‘양이온’, 전자가 너무 많아 음전하를 띄면 ‘음이온’이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다. 머리를 빗고 나면 머리카락은 양이온이 되는데, 빗이 전자들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의 모발은 표면의 큐티클(머리카락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투명한 막)이 쉽게 손상돼 거칠어지며 거칠어진 표면은 빛의 난반사를 유발해 모발의 광택 및 윤기가 떨어진다. 즉 머릿결이 나빠지는 것이다. 여기에 음이온을 쐐 머리카락을 다시 중성으로 만든다는 게 음이온 드라이기의 원리다.

◇머릿결에 영향 끼치기엔 음이온 수 터무니없이 적다

양이온·음이온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다. 빗질 하나만으로도 바뀌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음이온을 분사한다고 머릿결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음이온 자체만을 이용한 드라이기가 머릿결을 개선했다는 임상 연구 결과는 없다”며 “게다가 이미 손상된 머리카락은 양전하가 아나라 음전하를 띨 수도 있어서 음이온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음이온의 수도 너무 적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상온에서 1㎤ 부피에 포함된 산소 및 질소의 분자 개수는 약 3000경개다”며 “제아무리 음이온을 머리카락으로 분출한다고 해도 순식간에 공기 중 다른 분자들과 결합해 중성을 형성하므로 음이온 드라이기가 머릿결을 개선한다는 건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음이온 드라이기가 분출하는 음이온의 개수는 부피 1㎤ 당 약 1000만개 정도다. 

◇’음이온 발생 = 오존 형성’ 밀폐된 곳에서 눈·호흡기에 악영향

그렇다면 음이온의 수가 더 많아지면 될까? 이러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오존 때문이다. 이덕환 교수는 “음이온을 만들어내는 제품은 오존도 같이 만들어낸다고 보면 된다”며 “음이온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원자 분자 형태의 산소는 일시적으로 쪼개지는데, 쪼개졌던 산소 분자가 합쳐지면서 삼원자 분자인 오존(O3)을 만든다”고 말했다.

오존은 산화력이 강해 산화제, 표백제, 살균제의 원료로 쓰인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이기도 한데 눈과 호흡기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김동현 교수 연구팀이 안구건조증 환자 43명 총 86안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오존이 1ppb 증가할 때마다 안구표면질환지수(OSDI)는 0.328 증가했다. 안구표면질환지수는 안구건조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높을수록 안구건조증이 심한 것으로 본다. 오존에 노출된 개체의 기도염증과 기도과민성 수치가 증가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드라이기로 오존이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오존 발생량은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오존은 화학적 반응성이 큰 분자다. 환기가 어려운 장소에서 계속 사용하다 보면 실내에 쌓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방사능 만들지는 않지만 “소비자 기만”

음이온은 마케팅은 2019년 7월부터 금지됐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제 침대, 소파는 물론 팔찌, 비누와 같은 신체 밀착 제품에 음이온 기능은 붙을 수 없다. 그러나 헤어드라이기와 같은 전기제품엔 적용되지 않는다. 방사능을 검출시키지 않아서다. 인위적으로 음이온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모자나이트나 토르말린과 같은 천연 광물질을 제품에 도포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기분해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라돈 침대와 같이 방사능이 검출됐던 제품들은 천연 광물질이 원인이었다. 음이온 방출 기능이 더해진 전기제품은 전기분해 장치를 사용하므로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는다.

방사능 대신 소비자들을 괴롭히는 건 허위광고다. 음이온 드라이기의 효과는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유해물질인 오존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이덕환 교수는 “음이온 마케팅은 1980년대 한 공기청정기 업체로부터 시작됐는데 근거 없는 과학이 40년이 간 계속되고 있다”며 “음이온이 머릿결, 더 나아가 건강 상태를 개선한다는 말은 키 큰 사람이 더 똑똑하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소비자 기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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