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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담배 15개비 피우는 것만큼 해로워"… 설에도 은둔하는 청년들​

이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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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에도 가족 친지 지인을 만나지 않고 고립 은둔하는 청년의 수가 서울시에서만 최대 1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통 일어나서 휴대폰으로 SNS 하다가 밥 먹고, 집안일이나 할 일 있으면 하고… 평소 외출은 거의 잘 안 하고 집에서 책을 읽거나 잠을 많이 자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요.” (고립·은둔 여성 A, 30대)

“11시에 일어나 잠깐 밥 먹고 또 들어가서 유튜브 같은 걸 계속 봐요. 밖에 잘 나오진 않고요. 간식 먹으라 해도 안 나와요. 새벽에 잠깐 나가 간식을 사 와서 자기 방에 두고는 먹어도…” (고립·은둔 청년 C씨의 부모, 50대)

한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떨어져 살던 가족 친지를 만나는 때다. 그러나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고립 상태’ 청년과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 상태’ 청년이 서울시에만 최대 13만 명, 전국적으로는 최대 61만 명일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 주관으로 전문조사기관 피앰아이(PMI)가 ‘서울시 고립, 은둔 청년 실태 조사’를 시행한 결과다.

본 조사는 서울시 만 19~39세 청년 5513명과, 청년 거주 5221가구를 대상으로 2022년 5~12월까지 온라인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방 안에 틀어박힌 이유로 ‘실직 또는 취업 어려움(4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심리·정신적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게 어려움(40.3%)’ 등이 높은 순위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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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한 피앰아이 설문조사 응답 결과(복수 선택 가능)/사진=피앰아이 제공


고립·은둔 청년 중 55.6%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생활을 ‘1년 이상~3년 미만(28.1%)’ 지속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이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순이었다. 은둔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된 청년 비율도 28.5%로 높았다.

한국인의 ‘외로움 종합 지수’ 역시 높게 나타났다. 피앰아이가 ▲고립·은둔 ▲저출산 ▲우울 ▲극단적 선택 ▲고독사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서 비롯한 현대인의 외로움 정도를 측정해 수치화한 결과, 외로울수록 점수가 높게 나오는 UCLA 외로움 지수에서 한국인들은 80점 만점에 평균 43.94점을 기록했다. 중등도 외로움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한국인 10명 중 3명은 중고도 이상의 심각한 외로움 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 종합 지수’ 산출에 참여한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외로움을 느끼는 건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몸에 해롭다고 알려졌다"며 “‘외로움부 차관’직을 신설한 영국이나, ‘고독 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외로움을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로 봐야 할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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