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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의 두 얼굴… 휴식일 수도, 병일 수도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뇌신경, 뇌혈관 이상이 부른 '브레인 포그' 구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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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를 원해서 할 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복잡다단한 갖은 생각들이 비워지고, 눈앞의 허공 너머를 보는 게 목적이 된 채 주변은 흐려지는 상태를 우리 모두 안다. 멍 때리기다. 유독 멍을 많이 때리는 사람들이 있다. 원해서 멍 때리는 거라면 뇌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로와 함께 수시로 시야가 흐려진다면 뇌신경에 염증이 생겼을 수도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멍 때리기, 뇌 건강 좋아
마음먹고 하는 ‘멍 때리기’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현대인은 숨 가쁜 삶에 치여 뇌에 쉬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속 정보를 처리하고, 깊게 생각하는 등 과도하게 뇌에 부담을 주면 뇌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신체적, 감정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뇌 한가운데에는 지나치게 활성화됐을 때 오히려 안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며 “잡념, 후회 등의 생각을 계속했을 때 활성화되는데 이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기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멍 때리면 과활성화되던 뇌의 부분은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된다. 동시에 ‘DMN’(Default Mode Network)라 불리는 뇌의 특정 부위는 활성화된다.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대비해 비울 건 비우고, 기억해야 할 정보는 정리해 다시 효율적으로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관련 연구도 있다. 미국 코넬대학 연구팀은 유명인과 비 유명인의 얼굴 사진을 차례대로 보여준 뒤 전 단계에서 보았던 사진의 인물을 맞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멍 때리고 있었던 참가자 그룹이 다른 활동을 하고 있었던 참가자 그룹보다 인물의 얼굴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맞췄다. 멍 때리는 상태가 뇌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떠오르게 돕는다는 일본의 연구도 있다. 하루에 1~2번, 15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멍 때리기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나경세 교수는 “주도적으로 원해서 생각을 비우려 할 때 나타나는 효과”라며 “이런 멍 때리기는 자주 해도 의존성이나 중독성이 없어 습관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멍 때리기와 비슷한 브레인 포그, 인지 능력 떨어진 것
원하지 않았는데 머리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습관처럼 반복해서 자주 멍한 상태가 된다면 긍정적 효과가 있는 ‘멍 때리기’가 아니다. 일명 ‘브레인 포그’라고 불리는 상태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멍 때리기와 다르게 브레인 포그는 힘들어 견디기 어렵다 느껴질 정도로 피곤함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집중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고,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박기형 교수는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았거나, 잠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일 수도 있지만, 뇌신경에 염증이 생겼거나, 치매 등 퇴행성 질환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다”며 “브레인 포그가 나타나는 원인이 추측되지 않는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레인 포그를 겪는 사람들을 장기간 추적했더니 치매 위험이 보통 사람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빈혈,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의 만성질환으로 뇌 혈류 장애가 발생해도 브레인 포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도 보고되고 있다.

◇브레인 포그, 운동과 식단인 해결책
원인이 추측되지 않는 브레인 포그는 대체로 뇌신경에 염증이 생기면서 유발된다. 운동이 이런 증상을 개선하는 데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운동은 뇌신경의 염증을 줄이고 뇌세포 노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뇌 혈류량이 감소하면 뇌세포 대사가 감소하면서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유산소 운동이 뇌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아드레날린 등 호르몬을 분비해 기억 중추인 해마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중강도 운동을 할 경우에는 일주일에 150분, 고강도 운동으로는 75분 이상 과도하지 않게 조절해서 하면 된다. 담배와 술은 피하고, 스트레스 관리와 7시간 이상 수면은 기본이다.

염증을 줄이는 식단도 동반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염증을 유발하는 튀긴 음식, 가공 음식, 설탕 등은 섭취를 피하고 필수지방산, 채소, 과일, 단백질 등을 적절히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뇌 신경 염증을 완화하는 데 좋은 영양소로는 글루타치온, 레스베라트롤, 마그네슘, 커큐민 등이 있다. 글루텐 단백질이나 유제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특히 식단을 잘 관리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식품을 먹어 장염이 유발되면 늘어난 장 속 유해균이 장 점막에 상처를 내 뇌까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