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꽉 채운 알코올 중독 환자, 무슨 사연이… [헬스컷]

오상훈 기자

피토해 내과 치료 받아도 재발 일쑤 정신과 치료 필수지만, 환자·병원 모두 원치 않아 내과·정신과 협진 치료해야 치료 성공률 높아져

▲ 사진=헬스조선DB


코로나 이후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습니다.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알코올 관련 질환 전체 사망자 수는 5155명이었습니다.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이 10명을 넘긴 건 2020년이 처음이었습니다. 문제는 알코올 중독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이 많은데 치료해 퇴원시켜도 다시 입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피토하면서 병원 찾는 알코올 중독 환자, “응급실 환자의 절반…”
알코올 의존성(중독) 환자들은 피를 토하면서 응급실에 내원합니다. 반복적인 구토로 위식도 점막이 손상되고 찢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간의 상태입니다. 심한 간 기능 저하를 동반한 급성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20~50%는 입원 도중 사망합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김상균 교수는 “알코올성 간질환은 급성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간세포가 알코올에 의해 파괴되다 못해 간이 셧다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전신 면역반응으로 간이식까지도 필요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알코올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응급실 내원 환자의 절반가량이라고 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권오상 교수는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 중 절반은 알코올이 원인이라고 보면 된다”며 “알코올 의존성은 급성 간염뿐만 아니라 궤양, 정맥류 출혈, 대사성 산증 등 응급 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질환의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중환자실 입원을 요합니다.

◇간 치료받아 퇴원해도 재입원 가능성 높아, 정신과적 치료 없어서
문제는 대다수 환자가 치료를 받고 퇴원해도 재입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정신과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서입니다. 알코올은 간만 망가뜨리는 게 아닙니다. 뇌혈류장벽을 뚫고 직접 뇌세포를 파괴합니다. 그런데 한 편으론 보상회로에 작용해 쾌락을 제공합니다. 오랫동안 알코올이 제공하는 쾌락에 의존했던 사람이 갑자기 금주하면 금단증상을 겪습니다. 떨림, 불면증, 메스꺼움, 구토, 환각, 불안 등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엔 경련과 발작, 진전섬망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금주지만, 환자 스스로 이뤄낼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알코올만 다시 복용하면 위와 같은 금단증상이 금세 사그라지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의존성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가장 효과 좋은 치료법을 포기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알코올 의존성 치료는 크게 갈망을 줄여주는 약물치료와 치료 동기를 갖게 하는 상담 치료로 이뤄진다”며 “환자 혼자서 금주는커녕 질환을 인식하는 것도 어려운데 입원한 뒤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받는 비율이 20%도 안 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환자도 병원도 치료 거부, “밑 빠진 독에 불 붓기”
입원까지 한 환자들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환자들이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의존성으로 폐쇄병동까지 들어가는 비율은 매우 낮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정신과 하면 폐쇄병동부터 떠올립니다. 실제 ‘정신’이라는 얘기만 꺼내도 경기를 일으키는 입원 환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환자가 이러면 보호자들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하나’라고 의문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병원도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치료 기간은 긴데 수익은 적기 때문입니다. 이해국 교수는 “알코올 의존성 환자들은 20대에 발병해서 40~50대에 급성 간염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암 4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제독 치료를 위한 입원 기간도 길고 상담 치료 등의 수가도 온전치 않아서 환자도 병원도 치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입니다. 사람이 알코올에 빠지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가족, 직장 등 개인적인 사정일 수도 있고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알코올 의존성 환자는 인지기능 저하를 보이는 경우도 잦은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수 주 동안 상담치료를 해도 금주로 이어질 확률은 낮습니다. 김상균 교수는 “이러한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내과적으로만 치료한 뒤 외래로 돌리는 건 치료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협진 체계 구축하고 전문 치료 기관 늘려야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협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입원했을 때 내과적 치료와 정신과적 치료를 한 번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암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데 내과, 영상의학과, 종양학과 의료진들이 다학제 진료를 펼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권오상 교수는 “알코올 의존성은 암만큼 사망률이 높은데 치료율은 매우 떨어진다”며 “환자 한명을 치료하는 데 소화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치료 등이 협진을 펼쳐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알코올 중독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도 필요해 보입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병원은 전국에 8곳인데 서울에는 없는 수준입니다. 알코올 의존성 환자는 오랜 입원 치료가 필요한데 마땅한 공간이 없으니 외래로 돌려지고 있습니다. 환자 스스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외래 특성상 알코올 의존성 치료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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