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혼술에서 '알코올 중독'에 이르는 길, 멀까?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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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초기 성인기에 혼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후에 알코올사용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을 끊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술 때문에 질책을 받고 짜증 낸 적이 있다. 술 문제로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다. 해장술을 마시거나 오전에도 음주할 때가 있다.

알코올사용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케이지(CAGE) 검사법의 문항이다. 네 가지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하면 이미 술로 말미암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알코올사용장애는 일생 중 가장 경험하기 쉬운 정신질환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알코올사용장애 평생 유병률은 12.2%로 국내 주요 정신질환 중 가장 높다.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혼자서 술을 마셔본 적 있다면, 알코올사용장애에 걸리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 ‘나 홀로 음주’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코올사용장애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미시간대 연구팀은 나 홀로 음주와 알코올사용장애 간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미국의 18세 청소년들을 성인기까지 추적 조사한 ‘미래 모니터링(Monitoring the Future, MTF)’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였다. MTF는 18세 청소년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후, 이중 일부를 임의로 선별해 30세까지 2년에 한 번, 그 후로는 5년에 한 번씩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청소년인 18세, 성인인 23세·24세·35세일 때 ▲지난 1년간의 음주 빈도 ▲지난 2주간 폭음(한 번에 5잔 이상 음주)한 빈도 ▲알코올 사용장애 증상 중 해당하는 항목 ▲혼자서 술 마시는 빈도를 묻는 말에 답한 내용을 분석했다. 18세부터 35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설문조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사람은 총 5779명이었다.


연구 결과, 18·23·24세에 혼자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은 35세에 알코올사용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18세)에 혼자 술을 마신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5세에 알코올사용장애를 겪을 가능성(odds)이 35% 높았고, 초기 성인기(23·24세)에 나 홀로 음주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60% 더 높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잊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에 중독되기 쉽다. 감정 회피 목적의 음주가 알코올사용장애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청소년기 음주는 또래와 어울리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게 대부분인 만큼, 이 시기에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은 우울감 같은 부정적 정서 탓으로 여겨진다.

논문 주 저자인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 케이지 크레스웰 조교수는 “나 홀로 음주는 알코올사용장애의 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며 “폭음 여부·음주 빈도·성별·사회경제적 지위 등 알코올사용장애의 다른 위험 요인을 모두 통제한 후에도,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는 알코올사용장애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이번 달 ‘약물과 알코올 의존(Drug and Alcohol Dependence)’ 저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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