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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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 미국의 신경과 의사 프리맨은 안구의 위쪽으로 얼음 깨는 송곳을 찔러 뇌 속에 넣고 옆으로 휘젓는 엽기적이고 단순한 수술법을 개발했다. 그는 전국 정신병원을 돌며 이 수술을 ‘판촉(?)’했다. 통제가 어려운 환자 한 명당 1 년에 약 3만5000 달러의 관리비용이 들지만 단돈 250달러를 들여 수술을 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정신병원 책임자들은 귀를 기울였다.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195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만 4만명 이상이 이 수술을 받았다. ‘공격적인 충동’을 고치기 위해 이 수술을 받은 존 에프 케네디의 여동생 로즈마리는 바보가 되어 수도원에 보내졌다.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즈의 정신분열증을 앓던 여동생은 폐인이 되고 말았다. 진보적 활동가였던 유명 여배우 프랜시스 파머는 어느 날 당국에 의해 수용돼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
프리맨은 언론을 이용하는 재능도 뛰어나, 그는 자주 기자들과 식사를 했으며, 그 덕분에 ‘뉴욕 타임즈’의 표지에 실리기도 했다. 기자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그의 수술을 ‘용기 있는 치료의 빛나는 모범’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는 정기적으로 주요 신문에 등장했다. “나는 이 수술로 나았다”거나 “이를 뽑는 것보다 해롭지 않다”는 식의 낙관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는 기사들이었다. 어떤 기자도 이 수술의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1954년 ‘클로로프로마진’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약물치료법이 확립되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960년에는 10년에 걸친 장기추적연구 결과 수술에 문제가 많았다는 논문이 나왔다. 프리맨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1962년 출판된 켄 케시의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였다. 퓰리쳐상을 받은 이 베스트셀러가 정신병원의 인권유린과 비윤리적인 치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송곳수술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1967년 프리맨이 환자의 뇌 속 혈관을 찢어 사망시킨 사건을 끝으로 ‘얼음송곳 뇌수술’은 영원히 사라졌다.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