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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사 수요 급증… '유료화' 전환 필요?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1/02 16:58
현 수준 감당 가능… 유료화 시 '숨은 확진자' 증가 예상
본격적인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방안)’ 시행과 함께 코로나19 PCR 검사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이 완화되면서 확진자 수가 늘 수 있고, ‘백신 패스’ 중 하나인 음성 확인서를 받기 위해 검사를 받는 사람 또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검사 방법·시설 다양화와 선제검사 조정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검사 유료화 필요성 또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사 유료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재는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의견을 모은다.
◇정부, 검사 건수 확대… “현 수준으로 감당 가능”
지난 29일 정부는 하루 최대 53만 건 수준인 현재 코로나19 PCR 검사 역량을 65만 건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위드코로나 시행 후 검사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와 같이 생활 전반에 걸쳐 방역이 완화될 경우 일시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검사 수요가 늘 수 있으며, 일부 시설 출입·이용에 필요한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검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백신 패스에 사용되는 음성 확인서의 경우 효력이 48시간으로 제한돼, 검사자 한 명이 일주일에 두 번씩 검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현재 접종률을 고려한다면 검사 수요가 늘더라도 지금 수준에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50대 이상은 1차 접종률이 90%를 넘겼고, 20~40대도 대개 70%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3~4주 정도가 지나면 20~40대도 90% 이상 접종을 완료하게 되므로, 18세 이상 성인에서는 미접종자 규모가 상당히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중 PCR 음성확인서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만큼, 수요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현재 확충하는 PCR 검사 능력으로 대응이 가능하고,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탄력적으로 수요 대응에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미접종자만 370만명, 검사 역량 부족할 수도”
전문가들은 정부 예측대로 위드코로나 시행 후 검사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간 검사 수요가 급증할 경우 현 수준에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현재 1차 예방 접종도 하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 미접종자가 370만명 정도다. 이 중 3분의 1만해도 120만명이 넘는다”며 “이들이 의심 증상이 있거나 음성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된다면 단기간 검사 건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검사 역량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검사 역량이 부족해 확진자 선별 지연으로 이어지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그는 “검사 수가 증가해 검사 결과 통보가 늦어질 경우 전반적인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늦어져 치명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검사 수 폭증으로 인한 의료인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현재도 임시선별소에 인력이 몰려 전반적인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검사 수를 늘려 임시선별소 인력이 더 충원된다면 향후 재택치료에 필요한 인력은 물론, 중환자 간호 인력 등도 지금보다 훨씬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료화 검토할 단계 아냐… “비용 낮춰야” 의견도
정부는 검사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백신 검사 역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접종자 선제검사를 조정해 검사체계를 효율화하고 검사기관·방법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검사 유료화의 경우 당장은 계획하지 않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1~2차 일상회복 개편 과정에서 검사 목적에 따라 부분 유료화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는 검사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유료화할 시기가 아니라고 의견을 모은다. 지금과 같이 연일 1000~2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검사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경우, 드러난 검사 건수와 확진자 수만 줄어들 뿐 오히려 ‘숨은 확진자’를 늘리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유료(약 2만엔, 한화 약 20만원)로 전환하면서 검사 건수와 확진자가 크게 줄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만 감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혁민 교수는 “검사 비용이 발생하는 순간 의심 증상이 있어도 숨게 된다. 특히 무증상자,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사회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음에도 검사를 받지 않으려 한다”며 “예방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가고 코로나19가 다른 호흡기 질환처럼 받아들여진다면 필요할 수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유료화할 단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향후 검사를 유료화할 경우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천은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당시 10~17만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며 “향후에도 이처럼 검사 비용이 비싸면 비용 부담으로 인해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독감 검사 비용 정도로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