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곧 들어올 ‘코로나 치료제’… 머크 VS 화이자 효과 차이는?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1/02 10:01
몰누피라비르 '내성' vs PF-07321332 '독성' 강점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머크(MSD), 화이자, 로슈 등 3개 제약사의 경구용 치료제 40만4000명분을 선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20만 명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9월)했고, 화이자와는 7만명분의 선 구매 약관 체결(10월)이 완료됐다. 현재 미국 FDA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유일하게 정식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탁월하지 않아 머크와 화이자가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는 두 약은 과연 어떤 약인지 알아보자.
◇내성 위험 낮은 머크 '몰누피라비르'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신약으로 개발돼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앞둔 머크(MDS)의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약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원래 뇌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개발과정에서 메르스 등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고, 인플루엔자 등을 위한 치료제로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 인플루엔자 등의 치료제로 개발되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인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됐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복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한다. 바이러스 RNA에 몰누피라비르가 끼어들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전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머크가 미국 FDA에 긴급사용신청 근거로 제출한 임상결과를 보면,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감염 5일 이내 환자 755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입원율과 사망 위험을 50% 수준으로 줄였다. 몰누피라비르 복용자의 입원율은 7.3%이었으나, 위약 복용자는 14.1%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
RNA 복제를 방해하는 몰누피라비르의 기전은 내성 위험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내성이 발생하는 부위에서 몰누피라비르가 작용하면서 감염을 막기 때문이다. 대한약학회 최준석 홍보위원장(대구가톨릭대학 약학대학 교수)은 "바이러스가 가진 특정 DNA 복제 효소들은 형태가 변하면 죽는데,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의 RNA 합성과정에 끼어들어 변형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 대부분은 스파이크 단백질(감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위)에 위치하고, 몰누피라비르는 이 부위를 표적으로 작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내성이 없는 약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진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최준석 교수는 "로슈의 '타미플루'도 처음엔 인플루엔자에 효과적인 치료제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가 출연했고, 내성을 극복한 GSK의 '리렌자'가 출시돼 함께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몰누피나비르가 작용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핵산복제요소는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남는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 바이러스가 우세 종이 되면 또 다른 약이 필요해진다"고 밝혔다.
또한 몰누피라비르는 국가 소득에 따라 가격이 책정돼 비교적 합리적인 금액으로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크는 유엔과 국제 특허 협약을 통해 몰누피라비르를 자격을 갖춘 다른 제약사들이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허 사용 협약에 합의했으며,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를 국제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는 한 기술특허사용료도 받지 않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 계약은 105개 저소득 중상위 소득 국가에 적용된다.
◇독성 위험 낮은 화이자
우리나라가 7만명분의 선 구매계약을 마친 화이자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PF-07321332'는 몰루피나비르와 기전이 다른 약이다. 화이자가 임상시험 중인 약은 'PF-07321332'와 HIV 감염자 치료제인 리토나비르 저용량을 혼합한 것으로, 프로테아제 저해제 계열의 약이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PF-07321332는 코로나 초기 감염환자에 효과적이다. 프로테아제 저해제는 체내에서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사용되는 프로테아제라는 핵심 효소의 작용을 막아 환자를 치료하는 원리의 약이다. 그 때문에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확산하기 전인 감염 초기 단계에 특히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기전 특성상 독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준석 교수는 "프로테아제 저해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만 가진 단백질 분해효소를 자르고 변화시키면서 프로테아제 효소의 작용을 막는데, 사람은 단백질 분해효소가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영향을 받지 않아 인체 독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성이 낮다는 게 부작용이 적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최 교수는 "독성이 낮은 약이라고 해서 인체 부작용도 낮다고 할 수 없으며, 실제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임상에서 사용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PF-07321332는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화이자는 임상이 성공하면 올해 4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EUA)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산 치료제는 언제?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구매 확정까지 이뤄졌지만, 국산 코로나 치료제의 소식은 조용하다. 종근당의 '나파벨탄', 대웅제약의 ‘카모스타트’ 정도가 성과를 내고 있다.
나파벨탄은 란셋(Lancet)이 출간하는 온라인 학술지 이-클리니컬메디슨(E-ClinicalMedicine)에 코로나19 고위험 감염증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카모스타트는 임상 2b 시험에서 호흡기 증상을 가진 50세 이상 경증 환자의 증상을 약 40% 빠르게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국산 치료제들은 주로 기존의 약물에서 또 다른 효과를 발견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개발되고 있어, 국회에서는 국산 치료제 사용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나파벨탄과 카모스타트도 췌장염 치료제로 10년 이상 사용된 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백신·치료제 특별위원장)은 "미국 FDA도 초기 코로나 백신 3상 시험에 들어갈 때 조건부 허가를 걱정하고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조건부 허가를 강력하게 지시해서 현재 치료 효과가 증명됐다는 교훈을 되새길 때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코로나에 감염된 국민을 치료제 없이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효과와 효능이 아직까지 검증이 좀 덜 되었더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재창출 약을 쓰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