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평생 비뚤어진 얼굴로… 안면신경마비 치료 골든타임 '48시간' 지켜야
이금숙 기자
입력 2023/07/07 16:56
◇매년 1만명 안면마비 회복 기회 놓칠 수도
안면신경마비의 대표적인 원인은 벨마비이다. 벨마비는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에 의해 안면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벨마비의 경우 환자의 71%는 자연스레 회복이 되지만 나머지 29%는 회복이 되지 않아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된다. 그런데 초기(발생 2~3일 내)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86%가 완전히 회복된다. 15%p의 환자가 완전 회복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영구 장애를 안고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래 이미지 참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는 "한 해 10만 명의 안면신경마비 환자가 발생하는데, 1만 명의 환자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이 늦게 병원을 찾는 이유는 뭘까? 대한안면신경학회 임원진들은 6일 '안면신경의 날' 선포식에서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안면 마비 증상이 발생했을 때 어떤 진료과를 가야되는지 모른다는 점, 둘째 침 등 한의원 치료를 먼저 해 급성기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학회는 안면 마비 증상이 생겼다면 우선 귀와 관련된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김진 교수는 "안면신경 질환에 대해 가장 전문적으로 배우는 진료과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OECD국가 대부분에서 안면마비클리닉이 이비인후과 내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구안와사(口眼喎斜)라는 이름으로 한방 치료를 선호하는 것도 급성기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준희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 자료를 가지고 안면마비 환자의 의과 및 한방 의료 서비스 이용 분포를 분석한 결과, 벨마비 환자의 68.8%의 환자가 한방 의료 서비스만 이용했다. 의과와 한방 의료 서비스를 모두 이용한 환자는 15.9%, 의과 의료 서비스만 이용한 환자는 15.4%였다.
안면 마비 증상이 있는데 외래 진료가 여의치 않다면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김진 교수는 "드물기는 하지만 안면 마비가 생명까지 위협하는 뇌졸중의 증상일 수 있다"며 "이를 감별하는 것과 함께, 초기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위해서라도 응급실 방문을 권한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휘 교수는 "안면신경마비는 신경 손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데, 초기에 근전도 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정도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급성기 치료와 함께 신경근 재교육 등의 재활 치료를 같이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안면신경마비는 특별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예방법도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지만, 보통 과로를 한 다음에 많이 발생하므로 평소 신체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박시내 교수는 "벨마비의 경우 귀 뒤쪽에 통증이 먼저 나타난다"며 "감기나 중이염 등을 앓고 난 다음에 오는 경우도 많으므로 감염 질환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67%는 헤르페스바이러스 혹은 대상포진바이러스에 의한 벨마비와 귀 주변 대상포진에 의해 발생되는 람세이헌트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다. 13%는 귀 주변을 포함한 두부외상, 10%는 귀나 침샘 종양, 염증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면신경마비(말초성)와 뇌졸중(중추성)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이마를 살펴보면 된다.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한쪽 이마가 마비돼 움직이지 않지만, 뇌졸중이라면 이마에 마비가 없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