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죄가 없다… '안면마비'는 코로나19 후유증?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美 연구, 코로나19 환자 안면마비 위험 높아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원인 추측 안면마비 의심되면 빨리 병원 찾아야

▲ 코로나19 감염이 안면마비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안면마비'가 발생했다는 사례 보고가 나오며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백신과 안면마비의 연관성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 오히려 백신보다는 코로나19 감염 자체에 대한 후유증으로 안면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아직 코로나19와 안면마비 간의 정확한 연관성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환자, 백신 접종자보다 안면마비 위험 '7배' 높아
미국 클리블랜드 대학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34만808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벨 마비(안면마비)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의 벨 마비 발생률은 10만명 당 82명으로, 15~30명 정도로 알려진 기존 발생률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 과정에서 신경학적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혜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벨 마비 발병이 늘어난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라며 "다만, 코로나19와 벨 마비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뇌척수액 검사나 장기 관찰 등 병리적인 기전에 관한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접종한 사람을 대상으로도 벨 마비 발병률을 조사했다. 백신 접종자의 벨 마비 발생률은 10만명 당 19건으로, 기존 발생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비교하면 약 7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백신 접종으로 인한 벨 마비는 mRNA 기전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에서 잘 발생한다고 알려진 바 있는데, 지난달 24일에는 화이자 백신과 벨 마비 간에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국제 학술지 '자마(JAMA)'에 이스라엘 샤미르병원 연구팀은 급성 벨 마비 환자 37명과 대조군 74명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는데, 화이자 백신 접종과 벨 마비 간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감염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원인인 것으로 추측되기도
벨 마비(특발성 안면마비)는 안면마비가 발생했지만 특별한 원인은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추측되는 위험 요인 몇 가지는 알려져 있다. 대개 몸이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동맥 부종으로 인한 신경 압박이 있거나, 면역학적 염증이 생긴 경우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구본혁 교수(침구과)는 "안면마비 환자 중에서는 불면증이 있거나, 오랫동안 감기·폐렴 등 호흡기질환을 앓았던 경우가 많다"며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잘 발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안면마비 또한 컨디션 저하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면역력 저하로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질환도 벨 마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대상포진'과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대상포진은 어릴 적 걸렸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에 남아있다가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는 질병이다. 단순포진(헤르페스) 바이러스 역시 신경절 내에 잠복하고 있다가 외상, 발열, 스트레스 등 자극을 받으면 재활성화되어 증상을 나타낸다. 이들 질환은 학계에서도 벨 마비의 위험 요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혜림 교수는 "벨 마비 환자의 뇌척수액을 추출해 PCR 검사를 해 봤더니,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벨 마비와 특정 바이러스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병원 찾아야, 스테로이드제로 치료
코로나19 감염과의 확실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유 없이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안면마비에 대해 알아둘 필요는 있다. 안면마비는 초기 발생 72시간, 약 2~3일에 걸쳐 점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저절로 낫겠지'라는 생각에 내버려두지 말고, 발견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구본혁 교수는 "안면마비는 신경의 염증성 손상이기 때문에 염증이 오래 남아 있을수록 신경이 많이 손상된다"며 "완치율을 높이고, 후유증을 최대한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치료를 시작해 손상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그 즉시 알아챌 것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의외로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사람도 많다. 이혜림 교수는 "안면마비 발생을 모르고 있다가 양치를 하거나, 거울을 보다가 얼굴이 비대칭이라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는 환자도 많다"며 "발견하는 데로 바로 병원에 오면 되는데, 만약 뇌졸중으로 인해 생긴 안면마비일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단순 안면마비와 달리 뇌졸중으로 인한 안면마비는 ▲몸에 힘이 빠지거나 ▲극심한 두통·어지러움증을 느끼거나 ▲감각이상 등을 동반할 수 있다. 또한 이마 주름을 잡기 어려워지는 단순 안면마비와 달리 뇌졸중으로 인한 안면 마비는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어 구분된다.

안면마비를 치료할 땐 주로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한다. 이혜림 교수는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먼저 사용하고, 암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재활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항바이러스제를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본혁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안면마비 환자를 양·한방 협진을 통해 치료한다"며 "초기에는 스테로이드제, 항바이러스제 등 약물치료를 먼저한 후 신경 회복을 돕기 위해 침, 뜸, 봉독약침 등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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