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미프진' 허가 검토만 1년째… 식약처 속내는?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신약 품목허가 심사 법정 기한 120일 초과 식약처, 허가심사 자료 미흡·제출 지연 등 방치

▲ 낙태약 '미프지미소' 허가가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엑셀진 제공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공임신중절약, 일명 '미프진'으로 불리는 낙태약 '미프지미소' 도입 촉구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현대약품이 지난해 7월 2일 국내허가를 신청한 임신중절약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ug 4정으로 구성된 복합제이다. 임신 9주 이내에 사용 가능하며, 유산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미프지미소는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도입이 촉구, 국민적 관심이 높은 약임에도 현재 허가 여부가 불투명하다.

◇120일 내 품목허가 결정해야지만… 454일째 '심사 중'

법대로라면, 미프지미소 허가심사 결과는 지난해 10월 말 공개됐어야 한다. 신약의 허가심사 법정 처리기간은 120일이다. 그러나 미프지미소 허가심사는 454일째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120일 이내에 허가심사 결과를 통보하기 위해 미프지미소 사전 검토 신청을 받아, 허가심사를 위한 자료와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미리 검토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사전 검토는 보통 1~3개월이 소요되는데, 미프지미소 사전검토는 5개월 이상 진행했다. 사실상 2020년 10월부터 미프지미소 허가가 논의됐음에도, 정식 허가 결정은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허가자료 제출 미루는 현대약품 · 손 놓은 식약처

미프지미소의 허가 심사가 1년 이상 지연되는 이유는 현대약품과 식약처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낙태에 대한 사회 각계 의견충돌이 계속되자 현대약품은 허가 자료 제출 자체를 미루고, 식약처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현대약품의 경우, 미프지미소 허가 신청만을 했을 뿐, 추가 자료 제출 등 정식 허가를 위한 추가 업무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7월 미프지미소 허가 신청 이후 식약처에서 보완자료 제출을 요구받았고, 자료 제출기한 연장까지 했으나 28일 현재 자료 제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본래 미프지미소의 허가심사 보완 자료는 2021년 11월 21일까지 제출되었어야 한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보완자료 제출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며, "미프지미소 허가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허가신청 취하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의에도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약품 허가 전권을 가진 식약처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식약처는 제약사의 허가심사자료가 미흡하거나 지연되면,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자료 제출을 재촉한다.

정부는 제약사의 정식 허가 신청 이후 업무일 기준 120일 이내에 허가 여부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미프지미소 보완자료 제출 등은 재촉없이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허가 심사도 서두르지 않고 있다.

헬스조선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식약처는 미프지미소의 허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은 올해 4월과 9월 미프지미소 허가 심사 진행 상황을 질의했으나, 식약처는 두 차례 모두 "안전성·유효성, 품질 등을 심사 중"이라는 답변만을 전해왔다. 또한 식약처는 "현대약품에 요청한 자료 제출 내역 등 구체적인 보완 사항도 진행 중이나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가 지연, 불법약 사용 이어져… 인명 피해 증가 우려

전문가들은 미프지미소 허가 지연으로 불법 낙태약 유통과 관련 인명사고 증가를 우려한다. 특히 전문가 지도가 생략된 불법 낙태약 복용이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이정민 팀장(약사)은 "미프지미소는 제대로 복용을 해도 2~7%는 유산이 되지 않아 수술이 필요하다"며, "복용법도 까다롭고 복용 후에는 전문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미페프리스톤은 프로게스테론을 교란해 유산을 유도하는 약이라 복용한 여성의 호르몬 주기를 바꾸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의료계는 미프지미소가 허가를 받더라도 당장 사용할 수 없는 제도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낙태 시도로 인한 인명사고 증가 문제를 제기했던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전 회장은 "낙태가 더는 죄는 아니지만, 대체 입법이 없어 낙태약 처방은 불법이 되는 상황"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관련법도 함께 정비를 해야 문제 상황이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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