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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교육·상담 시행 임박… 산부인과 의사는 몰랐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의료계, 8월 시행 거부… 시행 불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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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임신중절 교육·상담 8월 시행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오는 8월부터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에 보험급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 확정됐다. 복지부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임신중절 교육·상담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정작 교육·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낙태 허용 기준 아직인데… 교육·상담료 신설만
산부인과 계는 임신중절 교육·상담료 신설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가 결정된 지 2년, 형법상 낙태죄가 폐지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합법적 임신중절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부터 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낙태죄 대체 법안은 지난 10월부터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임신중절 교육·상담절차 신설을 위해 논의하기는 했으나 시행시기나 수가(진료비) 등에 대한 논의나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낙태죄 대체입법이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임신중절 교육·상담료가 확정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임신중절 교육·상담 가이드라인을 만든 의학회조차 교육·상담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들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복지부의 요청으로 임신중절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달했고, 시행시기나 수가 문제 등은 추후 논의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복지부가 일방적인 임신중절 교육·상담 시행계획을 밝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필량 이사장은 "임신중절 교육·상담 프로그램 자체도 아직 낙태약 허가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약물 낙태에 대한 교육·상담 지침이 완전하지 않은데, 이를 8월부터 시행한다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정부가 임신중절을 일반 질환처럼 취급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임산중절을 고혈압·당뇨와 비슷한 질환 정도로 정부가 판단하지 않고서야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단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임신중절은 두 명의 생명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 기존 심층상담과 동일하게 생각해선 안 되는데, 임신중절 교육·상담료가 만성질환인 고혈압·당뇨 상담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으로 결정한 수가 책정 수준만 봐도 정부가 임신중절 교육·상담이 생명과 직결된 과정임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 참석한 두 차례 자문회의를 통해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 요양급여 세부 적용기준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측은 "의료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 수가를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수렴, 반영했다"고 말했다.

◇ 임신중절 교육·상담 8월 시행 거부하는 의료계
정부는 임신중절 교육·상담 관련 고시를 7월 중 개정하면 8월부터 임신중절 교육·상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임신중절 교육·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관련 교육·상담 8월 시행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필량 회장은 "의료계가 낙태죄 대체 입법을 위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우선 해결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임신중절 교육·상담 시행도 차차 논의해가기로 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학회는 정부의 편의를 위해 학회를 이용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에 더는 협조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동석 회장은 "7월에 관련 고시 의견조회 과정에서 다시 논의가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일방적인 결론을 내는 회의는 의미가 없기에 보이콧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낙태죄 대체 입법부터 마련해 임신 중절이 언제부터 가능한지를 분명히 밝히고, 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한 다음 교육 상담료가 신설되는 게 맞는 순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낙태죄 대체 입법 결정권을 쥔 국회는 임신중절 교육·상담 논란을 주목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임신중절 교육·상담 문제는 낙태죄 관련 대체 입법부터 해결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형법부터 개정되어야 하는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안소위만 열리면 낙태죄 대체입법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