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반

[여성건강프로젝트⑥] 계획된 임신·출산이 낙태 휴유증 없앤다

임형균

상황에 맞는 피임법이 여성건강 지켜


▲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정구 교수가 한 부부에게 여성 생식기 모형을 놓고 피임법을 설명하고 있다. / 전기병기자
초등학교 5,3학년 두 자녀를 둔 주부이자 직장인인 강모(38)씨. 얼마 전 금요일에 월차를 내고, 낙태수술을 받았다. 지난 5년 사이 벌써 네 번째. 피임약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불규칙한 잠자리를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챙겨먹기가 번거로워 흐지부지됐고, 콘돔은 남편이 질색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배란주기에 맞춘 ‘자연주기법’에 따르다 또 덜컥 임신을 한 것이다. 남편에게 “단산(斷産)할 때가 지났으니, 제발 정관수술 좀 하라”고 조르고 있지만 남편은 미적거리고 있어 속만 탄다. 강씨는 인공유산을 할 때마다 몸이 축나는 것 같고, 더구나 생명을 없앴다는 죄책감이 짓누르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여성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의 하나가 임신·출산이다. 임신 출산은 여성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주는 만큼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 계획 없는 임신과 출산이 여전히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피임 방법이 다양해지고 피임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졌는데도, 한국의 가임 여성 1000명당 낙태율은 평균 39명 꼴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1년)

낙태에 따른 골반염, 2차성 불임증 등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후회하지 않으려면 임신·출산은 철저하게 계획을 따라야 한다. 그 계획을 바탕으로 피임 계획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임의 책임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주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피임법 중에서 남성 피임법은 콘돔과 정관수술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 그리로 피임에 대한 계획과 실천 방법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혼 부부에게는 먹는 피임약= 성관계가 잦은 신혼부부가 임신·출산을 약간 늦추고 싶으면 먹는 피임약을 고려해볼만하다. 먹는 피임약은 여성호르몬 복합제로 기본 메커니즘이 배란을 억제하는 것이다. 월경이 시작된 날로부터 하루에 한 알씩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하루를 빼먹었다면 12시간 내에 두 알을 복용해야 한다. 이틀 이상 약을 거르면 피임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속이 메스껍고 몸이 붓거나, 유방이 팽팽해지며, 여드름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임신을 2~3년 미루거나, 터울 조절을 할 때= 장기 피임법을 골라야 한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기혼 여성들에게 최근 출시된 ‘임플라논’이 관심거리다. 요즘 산부인과를 찾은 여성들이 다짜고짜 “임플란트를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그 피임법이다. 피부 아래 성냥개비 크기의 작은 봉을 삽입해 3년 간 피임효과를 내는 방법으로 피임성공률이 높고, 봉을 제거하면 바로 임신이 가능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장점. 하지만, 이 시술을 받은 일부 여성들이 불규칙한 질 출혈을 경험하므로 시술 전에 산부인과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출산 계획을 정하지 못했을 때= 자녀를 둘 이상 낳아 더 이상 낳을 계획이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경우에는 자궁내 장치를 고해해볼만하다. ‘루프’로 알려진 자궁내 장치는 정자가 난관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고, 설사 수정되더라도 수정난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한다. 다만 월경량 증가, 골반염증, 자궁천공 등의 부작용이 있다. 최근에는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자궁내 장치도 있는데, 이의 장점은 생리기간이 짧아지고 양도 적으며 생리통도 줄어드는 것. 그러나 적응 기간 중에 불규칙적인 질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시술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단산(斷産)을 원할 때= 영구피임법은 정관(남성), 난관(여성)수술이 있다. 정관수술이 가장 간편한 영구피임법이지만, 많은 남성들이 근거가 부족한 속설들 때문에 주저하는 것이 큰 장애이다. 최근에는 무도(無刀)수술법이라고 해서 메스를 사용하지 않고 간단한 마취 하에 2㎜ 정도의 작은 관을 뚫어 정관을 차단하는 수술도 행해지고 있다. 난관수술은 나팔관을 묶는 방법. 영구피임법은 성공률이 높지만, 나중에 임신을 원할 경우 복원 성공률은 떨어질 수 있다.

<도움말: 김정구·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홍순기·청담마리산부인과 원장>

( 임형균 기자 hy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