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일하다 禪… 아마존이 촉발한 ‘직장인 명상’ 논란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불교 컨셉트의 명상부스 ‘아마젠’… “일터·휴식처 분리해야”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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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명상부스 ‘아마젠’/사진=연합뉴스DB

최근 아마존이 물류센터 직원들을 위해 창고 내에 ‘명상부스’를 설치한 것을 두고 비난이 일고 있다. ‘스트레스 완화와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공간’이라는 회사 측 설명과 달리, 실제 근로자들의 의견이나 실효성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 또한 직원 복지를 위한 시도 자체는 좋았으나 방법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보다 실효성 있는 사내 복지를 위해서는 일터와 휴게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근로자들의 특성, 요구 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명상부스? “‘우는 방’ 들여놨다” 조롱 쏟아져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아마존은 물류센터 내에 명상부스 ‘아마젠(AmaZen)’을 도입했다. 아마젠은 회사명(Amazon)과 불교(Zen)를 합성한 이름으로, 공중전화 부스 크기의 독립된 공간에 앉아 명상과 심호흡, 정신건강 관련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설계·제작됐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심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마존 측은 홍보영상을 통해 “직원들이 마음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 부스는 정신건강 콘텐츠와 각종 명상법 등을 통해 내부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랙티브형 키오스크’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실제 아마젠을 접한 직원과 대중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회사 측이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보다는 보여주기 식 대처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일터 한복판에 우는 방을 들여놨다’ ‘아마존 기업 규모에 걸 맞는 초대형 복지(반어적 표현)’와 같은 조롱도 나온다.

◇전문가 “취지 좋았으나 방식 잘못… 일터와 분리·시스템 개선 필요”
관련 전문가 또한 아마존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방법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심리적 안정을 취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라면 일터와 완전 분리되는 것이 기본임에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완형 교수는 “옳고 그름을 따지긴 어렵지만, 장시간 긴장된 상태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 물류창고 근로자들을 위해 이 같은 시도를 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그러나 창고 내 부스에 들어가서 쉴 경우 주변의 시선, 작업장 소음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터와 업무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명상부스와 같은 특정 시설을 도입하기 전 심적 부담과 정신적 긴장을 높이는 실질적 원인인 업무환경부터 개선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일의 경우 업무환경 내에 안정을 찾는 장소(아마젠)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회사가 시스템·체계 문제에 대한 해결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근로자 건강, 특히 정신건강의 경우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체질 개선 없이 시설만 도입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명상부스라도 있었으면…”
아마존의 사례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사내 복지시설·문화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과 젊은 벤처기업 중심으로 이색적인 사내 복지시설과 문화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운동시설과 휴게실은 기본이며, 안마기, 그물막침대 등을 비치한 낮잠 공간과 네일숍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 기업일 뿐 아직까지 대다수 기업의 사내 복지가 부실한 것은 물론, 도입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물류창고를 예로 든다면 국내에서 아마존의 사례는 오히려 ‘박수 받을 만한 일’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완형 교수는 “물류창고의 경우, 국내에서는 (명상부스가)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될 만큼 전반적인 근무환경이 열악한 상태”라며 “다행히 최근 여러 회사들이 복지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규모나 특성에 맞게 복지 시설을 도입하고는 있으나, 속도감이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사내복지,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 활용 분위기 조성해야
진정한 의미의 사내 복지를 위해서는 어떤 움직임이 필요할까. 우선, 사내 복지를 기획·검토하는 단계에서는 공간을 완전 분리하는 동시에, 연령, 성별, 육체노동, 사무직 등 근로자와 업무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육체노동이 많은 작업장에서는 근육을 풀어줄 수 있는 안마기를 비치하고, 고령 근로자가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마련하는 식이다. 회사 내부 의견이 제한된다면 기획·검토 단계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복지시설을 도입했다면 근로자들이 적극 사용할 수 있는 환경·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역시 회사의 몫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복지시설을 도입해도, 조직문화 개선과 상호배려 없이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많은 근로자들은 복지시설이 부족한 것 만큼 사용의 어려움을 문제 삼기도 한다. 안마기, 침대 등이 있어도 직급이 낮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를 사용하거나 사용하기 위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는 게 눈치 보여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수직적 조직문화가 형성된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교수는 “사내 복지의 장점은 근로자로 하여금 회사에 대한 소속감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업무 능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늘 그렇듯 문제가 생긴 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사전 예방 차원에서 복지시설과 문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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