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뉴트리션

하루 물 8잔, 꼭 마셔야 할까?

취재 이해나 기자 | 사진 셔터스톡

[YES OR NO] 마셔야 한다 VS 마시지 않아도 된다

‘건강을 지키려면 하루 물 8잔을 마셔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피부가 촉촉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등의 이유로 불문의 명제로 자리한 지 오래다. 그러나 하루 물 8잔을 다 마실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하루 물 8잔’의 근거는 무엇이며, 진실은 무엇일까?

 

이미지

'하루 물 8잔' 어디서 유래했나

하루에 물 8잔을 먹으라는 권장 사항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70년 전인 1945년, 미국 식품영양위원회가 1kcal당 1mL의 물을 마시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성인의 하루 권장 열량이 2000~2500kcal이므로, 하루 2L 정도의 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 시 하루 물 섭취량을 1.5~2L로 권고하고 있다. 물 한 잔이 약 250mL인 것을 고려했을 때, 총 8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루 중 대소변으로 배출되는 수분량 1.6L,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량 0.6L, 호흡을 통해 수증기로 배출되는 수분량 0.4L를 더한 2.6L 만큼(10잔)의 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 도 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물 섭취량은 약 960mL다(국민건강영양조사).

 

YES 하루 물 8잔 마셔야 한다

하루에 물 8잔이 필요하다는 주장 은 대부분 미국식품영양위원회나 WHO의 수분 섭취 권장량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이 권고하는 물 8잔 이상을 마셔야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가정에 따라 물 섭취량이 이보다 부족하면 피부가 노화되거나, 몸의 전반적인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우리 몸에서 물이 해야 할 일이 잘 안 이뤄진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도 더러 있다.

미국국립신장재단은 2015년 물을 하루 8잔 이상 마시면 신장결석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7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9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250mL 용량의 잔으로 하 루 8~10잔의 물을 마신 사람의 신장결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절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물이 소변의 노폐물 농도를 낮추고, 소변을 자주 보게 함으로써 결석 을 형성하는 물질이 신장과 요로에 침착될 확률이 줄기 때 문으로 추정했다.

꼭 8잔이 아니더라도, 물을 많이 마셔야 혈당이 높아지거나 암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 국립리서치연구소는 물을 두 잔 이상 마시지 않으면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1년 발표했다. 361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하루 0.5L(물 2잔) 이하의 물을 마신 그룹이 혈당이 비교적 쉽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제암저널에는 물을 많이 마실수록 결장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NO 하루 물 8잔 마시지 않아도 된다

하루 8잔의 물이 불필요하다는 주장 역 시 미국식품영양위원회가 70년 전 발표한 권고에 기반을 둔다. 해당 권고안에는 하루 2L의 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에 덧붙여 '섭취하는 음식 속 수분으로 필요한 물의 대부분이 충족된다'는 점이 함께 강조됐기 때문 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에는 인디아나대학 의대 소아과 아론 캐럴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하루 8잔의 물을 마실 필요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아론 캐럴 교수는 2008년 영국의학저널에서도 '주스나 맥주 등 음료는 물론, 과일이나 채소로도 수분 섭취가 가능 하다. 하루에 물을 몇 잔 마셔야 하는지 공식적인 권장량은 없어 개인에 따라 상황에 맞게 물을 마셔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밖의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은 2007 년 물 8잔을 먹어서 피부가 좋아지거나 다이어트, 두통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 수분 섭취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탈수 상태가 되면 피부 탄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일이라는 내 용도 덧붙였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은 2002년 여러 논문을 분석한 결과, 하루 8잔의 물이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 공중보건전문가 봅 퀴글리는 "하루 물 8잔을 마시는 것은 화장실만 자주 가게 할 뿐"이라며 "성인은 하루 2L 정도의 수분이 필요한 게 맞지만 전부 물로 섭취할 필요는 없으며, 사과 하나를 먹는 게 물을 한 잔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수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우려도 있다. 세포외액의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서 세포외 액이 세포 내로 이동해 중추신경계 부종, 근육 약화가 생기 고 심각한 경우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다고 알려졌다.

 

이미지

한국영양학회, 1일 물 충분 섭취량은 4~5잔

그렇다면 물을 얼마나 마시면 충분할까. 한국영양학회가 만든 ‘2015년 한국인 영양소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녀별 수분 충분 섭취량은 4~5잔이다. 성인 남성이 하루 섭취해야 하는 총 수분량은 2100~2600mL이지만 음식물을 통해 1100~1400mL을 섭취하고 있으므로 물이나 음료로 따로 섭취해야 하는 양은 1000~1200mL이다. 성인 여성이 하루 섭취해야 하는 총 수분량은 1800~2100mL이고, 이 중 물이나 음료로 따로 섭취해야 하는 양은 900~1000mL이다. 따라서 성인은 하루에 1000~1200mL, 물 4~5잔을 마시면 충분하다는 의미다.

한편 물을 적게 섭취했다고 해서 심각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체내 수분이 1~2%만 부족해도 몸은 갈증을 느끼고 물을 찾게 된다는것이다. 물론 이때만 기다려 몸을 매번 갈증 상태로 만들기보다 하루 물 4~5잔을 따로 챙겨 먹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 혹여 물 4~5잔을 마셨는데도 갈증이 나면 그 외의 음식으로 필요 수분량이 채워지지 않은 것일 수 있어,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물을 적절히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