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7

제가 아는 대기업 임원 중 한 분은 특별한 병도 없고, 나이도 비교적 젊은데 이유 없이 손을 떱니다.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면 수저나 커피잔을 잡은 손이 눈에 띌 정도로 떨려 마주앉은 사람에게 부담을 줄 정도입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저런가…”하고 혼자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점잖은 자리’서 자신의 손떨림을 변명해야 하는 그 분의 속마음은 얼마나 애가 타겠습니까.

수전증(수전증)은 전체인구 0.3-1.7%에게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증상입니다. 인체의 근육은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미세한 반복운동을 하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누구나 다 손을 떤다고 합니다. 그러나 손떨림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정밀한 수작업을 할 수 없게 되고, 심한 경우엔 손이 떨려 식사도 못하며, 물도 제대로 못 마시게 됩니다. 사회활동을 하는 분은 대인관계에도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됩니다.

손을 떠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파킨슨병 등과 같은 신경계 질환, 저혈당, 갑상선 기능항진증, 기타 내분비계 장애 등이 손떨림을 유발하며 신경계나 호흡기계 약물 부작용, 중금속 중독, 알콜 금단증상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흔한 것은 아무런 이유가 없는 ‘본태성 수전증’입니다. 본태성 수전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가족력이 있으며,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게 특징입니다. ‘과장성 생리적 수전증’은 긴장·흥분하거나 피로할 때만 손을 떤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수전증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파킨슨병 같은 중대한 뇌질환의 후유증이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수전증이 생기면 큰 병에 걸린 것처럼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아무런 원인 질환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수전증은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수전증이 완치되지는 않지만, 증상은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동시에 수전증을 악화시키는 술, 커피, 홍차, 과로, 긴장, 스트레스 등을 피해야 합니다. 약이 효과가 없는 경우엔 뇌 신경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데, 언어장애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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