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7
|
가장 흔한 사례가 신약 또는 신 치료법의 개발과 관련된 뉴스입니다. 1998년 미국 하버드의대 주다 포크만 박사의 암 치료제(신생혈관억제제)는 동물실험 단계에 불과했지만 뉴욕타임즈 등 세계의 거의 모든 언론과 방송이 “암 정복이 멀지 않았다”며 호언하는 ‘우(遇)’를 범해, 의약학 분야 세계 최대 오보(誤報) 또는 과장 보도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된 신 물질 등이 세 번의 임상실험을 끝내고 신약으로 ‘탄생’할 확률은 수천~수만분의 1입니다. 또 동물실험 단계에 있는 약이 임상실험을 거쳐 환자들에게 시판되기 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립니다. 따라서 신약 개발 등에 관한 기사는 개발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주의해서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동물실험 단계라면 아카데믹한 관심은 끌 수 있겠지만 실용 가능성은 아직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는 동물실험에서 입증된 유해물질의 독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유해물질을 쥐 또는 다른 동물에게 주사했더니?’ 식의 보도가 많지만, 농축된 유해 물질을 사람에게 직접 투여한다는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또 쥐에게서 나타난 것과 ‘유사한’ 독성 반응이 인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가정도 비과학적입니다. 실험 동물로 많이 쓰이는 쥐와 사람의 면역체계는 과히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 그 식품 또는 물질을 가급적 회피하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며, 너무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셋째는 특히 미국에서 특정 약의 부작용이 과대하게 부풀러 지는 경우입니다. 특정 약의 사망이나 암 발병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알려진 뒤, 보건당국이 그 점을 경고하고 나서거나, 해당 제약사가 그 약을 수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수년 전 폐경 여성의 만병통치약으로 애용되는 여성호르몬을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경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며, 최근 바슈롬사에서 콘텍트렌즈를 리콜하는 것도 이런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부작용 자체가 크기 때문이기 보다 그로 인한 의료소송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더라도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선 유방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호르몬 요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부작용이나 독성 등에 관한 뉴스가 보도되면 ‘뉴스’만 보고 혼자서 의학적 판단을 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물질 또는 치료법에 관한 정 반대의 연구결과가 쏟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C를 과다 복용하는 건강법에 대해선 암을 억제하고 노화를 방지한다는 연구결과와 반대로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독자로선 정말 황당한 경우이겠지요. 그러나 이는 암 발병의 각기 다른 메카니즘을 연구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처럼 신문과 방송에서 쏟아내는 건강과 의약학 관련 뉴스는 ‘장님 코끼리 더듬기식’으로 매우 국소적인 것이며, 따라서 그 하나만 의지해 ‘섣부른 판단’을 해선 곤란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와 유사한 연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전혀 반대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 같은 건강 의약학 뉴스를 쏟아내는 건강담당 기자로서 책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분명히 동물실험을 했다고 기사를 썼는데 어디가면 그 약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이상 말씀 드린 몇 가지를 이해하시고 의학 뉴스를 읽으면 의학 뉴스가 훨씬 재미있고 유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료건강팀장
우리나라 100대 홈페이지로 선정된 인기블로그, 헬스조선 대표컬럼으로 새롭게 꾸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