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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양이와 인사하고 싶으면, 눈을 ‘이렇게’ 뜨자

이해림 기자

눈 빤히 마주치기, 동물에겐 ‘위협’ 친밀함 표현하려면 눈 느리게 감았다 떠야 고양이 이외 다른 동물 종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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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눈으로 소통하려면 위·아래 눈꺼풀을 천천히 감은 후, 실눈 상태를 몇 초간 유지하다 눈을 떠야 한다./일러스트=박상철 화백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혹은 길을 가다가 만난 낯선 고양이. 인사하고 싶은 마음에 ‘야옹’ 하며 다가가면 도망가기 일쑤다. 고양이 근처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고양이는 자리를 피한다. 고양이의 눈을 빤히 보는 건 고양이에게 위협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사람과 소통할 땐 눈을 똑바로 마주쳐야 하지만, 고양이와 소통할 때 만큼은 아니다.

고양이에게 친근함을 표현하려면 눈을 빤히 바라보기보다 천천히 감았다 뜨는 행위가 낫다. 더 정확하게는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이 닿을 듯 말 듯한 정도의 실눈 상태를 몇 초간 유지하다, 눈을 뜨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고양이 외에 다른 동물 종에게도 긍정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령, 소나 말을 쓰다듬거나 개와 놀아주면서 눈을 천천히 깜빡이는 행위는 사람으로 치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눈을 천천히 깜빡이는 게 고양이의 '인사법'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영국 서섹스대 연구팀은 눈을 깜빡이는 행위를 통해 인간이 정말 고양이와 소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주인이 1m 정도 거리에서 자신의 고양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실눈을 떴을 때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을 때, 고양이가 주인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고양이와 주인의 움직임은 모두 영상으로 녹화됐다.

고양이들의 눈 움직임을 촬영한 영상은 ‘고양이 표정 코딩 시스템(CatFACS)’으로 분석됐다. 근육의 해부학적 움직임으로부터 표정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위아래 눈꺼풀이 모두 반쯤 감긴 상태가 적어도 영상에서 2프레임 이상(약 0.08초) 지속할 때만 ‘눈인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위아래 눈꺼풀이 반쯤 감겼더라도 이어진 동작에서 바로 뜨는 경우는 단순 깜빡임으로 보고 눈인사로 분류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주인들이 고양이에게 천천히 실눈을 떴을 때 고양이도 주인에게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반응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주인이 고양이에게 눈을 깜빡이지 않은 채로 같은 방안에 있기만 했을 땐 고양이도 주인에게 눈을 별로 깜빡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서로에게 낯선 인간과 고양이도 눈을 깜빡이는 행위로 소통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첫 번째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고양이들이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연구자를 주인 대신 투입해 같은 실험을 진행해 봤다. 결과는 이번에도 비슷했다. 연구자가 고양이 옆쪽의 배경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기만 할 때보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친 채 천천히 눈을 깜빡여 보였을 때 고양이도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빈도가 더 잦았다. 연구자 가까이 다가오는 경향도 후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동물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친근함과 기쁨의 표현으로 보는 건 동물의 행동을 해석하는 고전적인 방법”이라며 “고양이가 자신과 눈을 깜빡이며 소통한 대상에게 더 가까이 가는 경향이 있다는 건 이 행위가 고양이에게 ‘긍정적인 표현’임을 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