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고양이 알레르기, 고양이 껴안고 고친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원인 물질 투약 '면역 치료' 제한적 효과뿐… '셀프 치료' 금물

이미지

알레르겐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는 않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괜찮아졌다거나, 봄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했는데 어느새 적응돼 증상이 사라졌다는 경험담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정말로 알레르기 질환은 반복적으로 겪으면 사라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규칙적인 항원 접촉을 이용해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의학적 치료법도 존재하지만, 자연적인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항원 투약하면 알레르기 치료 효과
실제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일부러 환자에게 투약해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면역 치료'라고 불리는 방법이다. 주로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결막염 등 치료에 쓰인다. 주사나 정제를 통해 알레르겐(항원)을 주 1회 혹은 월 1회 정기적으로 투약하면 면역 체계가 더는 알레르겐에 반응하지 않는 '면역 관용'이라는 상태로 이어지며, 증상이 호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면역 치료는 모든 종류의 알레르기에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겐 검사를 통해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 ▲곰팡이 ▲바퀴벌레 등이 원인일 때만 적용할 수 있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만 해도 알레르기가 낫는다면, 매년 봄 찾아오는 꽃가루로 인해 고통받는 성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동물을 기르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가 싹 나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째서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항원에는 면역 관용이 안 생기고 약으로 투여했을 때만 관용이 생기는 걸까.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민진영 교수는 "의학적으로 유효한 면역 관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주기로, 관용을 일으킬만한 용량의 항원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레르기 '셀프 치료' 가능할까? "절대 하지 말아야"
그런데도 알레르기 질환이 저절로 나았다고 느끼는 것은 면역 반응이 항상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오해인 것으로 추측된다. 감기에 걸려도 어쩔 땐 심하고, 어쩔 땐 별다른 증상 없이 넘어가듯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은 건강 상태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민진영 교수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됐다고 반드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알레르겐 검사를 통해 확인된 원인 물질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내가 어떤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는 피부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알레르기 질환은 '자연 치유' 된다는 오해로 인해 아이를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일부러 노출시키는 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므로 절대 시도해선 안 된다. 민진영 교수는 "가정에서는 전문적 치료와 달리 알레르겐의 농도를 정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며 "만약 시도할 경우 아이가 의미 없이 상당한 괴로움을 느끼거나 아나필락시스(심각한 알레르기 반응)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에서 받는 면역 치료 또한 아나필락시스의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피하주사법을 통한 면역 치료는 설하(혀 밑)에 정제를 투약하는 방법에 비해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비교적 높다. 따라서 병원에서 면역 치료를 받았더라도 반드시 30분~1시간 정도 이상 면역 반응이 없는지 경과를 지켜본다. 민진영 교수는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경우 급성 반응을 치료하기 위한 '에피네프린' 등 약제와 응급치료 환경을 갖춘 곳에서 면역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