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기술이전 방식 채택, 국내 제네릭 생산 가능
로열티·생산량 제한 등은 걸림돌

이미지
기술이전 방식을 채택할 경우,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합뉴스DB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6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재택치료자 역시 급증해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 수요는 늘었지만, 물량부족으로 처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환자와 의료계의 불만이 폭주하자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팍스로비드 제네릭(복제약) 생산 카드를 꺼냈다. 과연 우리나라는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사용이 가능할지, 팍스로비드가 로열티를 지급하고라도 물량을 확보할 가치가 있는 약인지 알아보자.

◇기술이전 방식 활용, 제네릭 생산 가능성 있어
지금 상황에선 우리나라에서 팍스로비드 제네릭을 생산·사용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보통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 권리기간인 최소 20년이 지나야 출시할 수 있고, 화이자가 이미 중저소득 95개 국가 한정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수출·사용을 허가하는 계약을 UN 지원 의약품 특허풀(MPP)과 체결했기 때문이다. 국내 몇몇 제약기업이 MPP가 선정한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기업이긴 하나, 해당 기업에서 생산한 제네릭 사용은 중저소득 국가로 제한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내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사용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일반 제네릭 생산방법이 아닌, '기술 이전' 방식을 채택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 윤경애 변리사는 "기술이전(authorize license) 방식을 채택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일정 수준을 갖추고 있고, 배양단계부터 관리·감독해야 하는 백신과 달리 경구 약제인 팍스로비드는 기술이전 등이 수월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윤 변리사는 "단, 제네릭을 생산한다는 건 오리지널 의약품 생산량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생긴다는 것이라 제네릭 생산량 자체가 제한될 수 가능성도 있다"며 "전반적인 생산량을 조율하고, 생산 시 공급 조건, 로열티 등 비용문제 등을 조정한다면 기술이전 방식으로 국내 제네릭 생산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계약을 추진한다면, 계약은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다양한 부수조항을 첨가해 진행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국제적인 상황 등을 살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열티도 감안해야 할 상황… "대유행 또 온다"
기술이전 방식을 사용, 우리나라에서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로열티이다. 팍스로비드는 특허 만료가 한참 남은 최신 신약이라 몸값이 비싸다. 로열티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을 위한 막대한 로열티 지급보단, 또 다른 경구치료제 MSD의 '라게브리오(성분명 : 몰루피라비르)'나 면역저하자 등도 사용할 수 있는 항체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이부실드(성분명 : 틱사게비맙·실가비맙)'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로열티를 지급하고라도 팍스로비드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매일 4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데, 절반 정도는 팍스로비드를 제때 복용했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라게브리오는 임상시험에서 약효가 60% 수준으로 보고돼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면 50%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임상시험에서 대개 위약의 효과가 30% 내외인데, 약효가 50% 수준이란 것은 먹으나 마나한 약이 될 수 있단 의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부실드 등은 항체치료제의 특성상 오미크론 대확산 시점에선 효과가 낮을뿐더러, 재택치료 환자가 많아 주사제의 처방·사용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염호기 위원장은 "다른 치료제에 비해 팍스로비드의 효과가 분명하고, 임상현장에서도 팍스로비드 투여 후 증세가 악화한 환자도 보지 못했다"라며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방법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제네릭 생산권 확보가 아니더라도, 상반기 중에는 팍스로비드 물량을 넉넉하게 확보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한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분명히 가을, 겨울이 되면 지금보다 더 큰 유행이 반복될 것이다"라며 "그전까지 치료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중환자 수를 관리하기 위해선 거리두기를 강화해 전체적인 환자 발생을 줄이거나 치료제를 확보해 중증화를 막는 수밖에 없는데, 현재 시점에서 거리두기 강화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도 급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로열티를 지급하고라도 팍스로비드 물량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역시 팍스로비드 제네릭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 적극적인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TF 3차 회의에서도 언급했지만, 확진자가 30만명대에서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선 치료제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팍스로비드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치료제를 추가 도입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 국민이 코로나 치료제를 좀 더 쉽게, 빨리 처방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대응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공급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 공급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정부와 인수위는 화이자와 팍스로비드 제네릭 생산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24일 대통령직인수위 측에 진행상황과 실제 제네릭 생산 가능성 등 검토한 결과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화이자 본사와 복지부가 제네릭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은 맞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