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코로나 알약 쟁탈전서 뒤진 한국… ‘복제약’도 못 만든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제네릭 생산 목적상 국내 수입 불가… 국내엔 오리지널만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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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머크와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제네릭 생산·구매가 불가능하다. /머크 제공

미국 FDA가 화이자와 머크(MSD)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긴급사용을 연달아 승인했다. 경구용 치료제는 코로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비싼 가격, 전 세계 수급 경쟁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충분한 물량의 치료제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일부 국가는 가격이 더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생산·구매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제네릭 의약품 생산, 구매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저소득 국가 공급용 제네릭, 국내 공급 불가
105개 국가에선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몰누피라비르)'를, 95개 국가에선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성분명: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를 로열티(기술특허사용료) 지급 없이 복제할 수 있다. 복제된 약은 사실상 원가에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구용 치료제 복제도, 복제약 구매도 불가능하다. 코로나 입원·사망 위험을 88% 감소시킨다는 팍스로비드의 경우, 미국이 1000만 명분, 영국이 250만 명분, 일본이 200만 명분을 선구매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7만 명분만 계약했다. 한국은 팍스로비드 공급 우선 순위에서 뒤쳐지고 있는데, 복제약 생산·구매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머크와 화이자가 유엔이 후원하는 비영리 기구 '의약품 특허 풀(MPP, Medicines Patent Pool)’을 통해 일부 중·저소득 국가에만 제네릭 제조를 허용, 판매 로열티 면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머크와 화이자가 지정한 중·저소득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는 라게브리오와 팍스로비드 제네릭은 당연히 만들 수 없고, 중·저소득 국가에서 생산해 판매 로열티가 면제된 제네릭 구매도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가 계약한 내용을 보면, 로열티 등이 포함된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 가격은 머크의 라게브리오가 700달러, 팍스로비드는 530달러 수준이다.

특허 문제와 직결된 제네릭 생산만 하지 않는다면, 생산된 제네릭을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네릭은 특정 국가에 한해 특허를 개방한 결과물이라 특허권 문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본래 신약의 특허(물질특허, 조성물 특허, 용도특허)는 출원일로부터 20년 동안 독점 사용권이 유효하다.

한국 MSD 관계자는 "머크는 라게브리오의 제네릭 생산을 중·저소득 국가에만 허용했는데, 이는 중·저소득 국가에도 최대한 빨리 치료제를 공급하려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 허용·생산의 목적이 '중·저소득 국가를 위한 빠른 치료제 공급'이기에 중·저소득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에는 제네릭 공급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네릭을 생산하는 국가, 제약사와 우리 정부와의 계약은 당연히 불가하다"고 밝혔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도 "MPP 계약의 취지 자체가 중·저소득 국가에 빨리 치료제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선구매약관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특허 개방 국가에 해당하지 않기에 화이자와 별도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엔 오리지널 제품만
제네릭 수급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나라엔 오리지널 제품만 들어오는 걸까?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머크와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는 모두 각 제약사의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오리지널 제품이다. 두 제약사는 선구매계약 국가 공급을 위한 물량을 일정량 생산완료한 상태이다.

한국 MSD 관계자는 "머크는 올해 안에 1000만명분의 몰누피라비르 생산 계획을 밝혔고 차질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머크가 지정한 중·저소득 국가가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에서 생산한 몰누피라비르 오리지널 제품이 공급될 예정이다.

화이자 역시 국내엔 팍스로비드 오리지널 제품만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중·저소득 국가가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도록 특허를 공개하긴 했으나 실제 제네릭이 생산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선구매계약을 했기에 (제네릭 생산)그전에 현재 생산 중인 오리지널 의약품이 공급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라게브리오와 팍스로비드의 국내 공급 시기는 예측이 어렵다. 정부는 지난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1월 중 고령층 재택치료자 등에게 경구용 치료제를 공급할 계획이라 발표했으나, 제약사들은 공급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으나 내년 상하반기 생산물량을 고려해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에는 대략적인 공급 시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국내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허가 이후에도 여러 절차가 필요해 도입 시기를 언급하기는 어렵다. 허가만 나면 최대한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본사와 긴밀히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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