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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도 ‘4차 접종’ 검토… 백신 또 맞아야 하나?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2/24 17:00
방역당국 “당장은 3차접종 주력… 근거 쌓이면 검토”
전문가 “필요 시 고위험군 위주… 치료제 사용 등 새 전략 짜야”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승인을 앞둔 가운데, 영국, 독일, 브라질 등도 부스터샷에 이은 추가 접종 검토에 들어갔다. 방역당국은 현재로썬 국내 4차 접종을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의 접종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4차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고 해도, 전 국민이 아닌 고위험군 중심으로 추가 접종을 진행하는 등 접종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스라엘, 고령자·의료진 대상 4차 접종… 방역당국 “검토 안 해”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백신 자문위원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자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백신 4차 접종을 권고했다. 4차 접종은 보건부 최고행정 책임자의 승인을 거쳐 조만간 추진·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이스라엘 백신 자문위는 지난 12일 면역 저하자의 4차 접종을 검토한 뒤 권고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3차 접종을 통해 형성된 면역력의 지속 기간이 확인되지 않았고, 오미크론 변이 관련 불확실성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확진자 수 또한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고령자·의료진 대상으로 4차 접종 필요성 등을 재검토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실시할 경우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현재 이스라엘 외에 영국, 독일, 브라질 등에서도 4차 접종을 검토·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스라엘의 접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관련 검토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4차 접종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3차 접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홍정익 팀장은 “오미크론 발생국 및 3차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의 사례 등 과학적 근거가 축적되면 4차 접종도 검토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백신 또 맞아야 하나… 추가 접종 우려 여전
방역당국의 설명에도 4차 접종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면역 유지를 위해 3차(추가) 접종이 사실상 기본 접종이 되면서, 같은 이유로 4차 접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백신 추가 접종이 이어짐에 따라 4차 접종, 나아가 5차, 6차 등 ‘n차 접종’을 예상하는가 하면, 추가 접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는 잇단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이로 인해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2년째 지속·확대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백신 접종 후 겪었던 크고 작은 부작용 경험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2차까지 접종을 마치면 면역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2차 접종까지 완료했으나, 돌파 감염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부스터샷 접종이 진행됐다”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백신 접종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상 반응을 이겨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겪었고, 어린 아이들의 경우 추가 접종을 할수록 심근염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이 같은 위험들을 무릎 쓰고 추가 접종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필요하다면 고위험군 위주로… 새 전략 짜야”
방역당국은 물론 전문가들 역시 국내 4차 접종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아직까지 관련 자료나 연구가 적은 만큼 쉽게 예상할 수는 없으나, 변이 바이러스와 부스터샷 돌파 감염 등으로 인해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계속해서 급증한다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중요한 것은 4차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 오기 전에 관련 연구를 통해 국내 상황에 적합한 접종 계획을 마련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4차 접종이 필요해질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이스라엘을 지켜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닌 국내에 맞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같은 질병관리청 소속 연구기관에서 국내 3차 접종자 대상으로 연령별 항체 저하 시기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4차 접종이 필요할 경우 3차 접종과 같이 전 연령이 아닌 고위험군 위주로 접종하는 한편, 앞으로는 치료제 사용과 함께 다양한 접종 전략을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남도의사회 마상혁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백신을 매번 맞을 필요가 없다”며 “중환자 관리와 치료제 확보·활용, 4차 접종 대상·방식 등을 미리 구상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백신 접종과 봉쇄로 수비만 할 것이 아닌, 치료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바이러스에 맞설 생각을 해야 할 때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교수 또한 “4차, 5차 백신만으로 코로나19를 막을 수는 없다”며 “4차 접종이 필요하다면 고위험군 위주로 실시하고, 의료 현장에서는 치료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