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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쫒으려고 카페인 맹신하다 '큰 코'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1/30 05:00
귀성길, 운전대를 잡는 시간이 늘어나면 어김없이 졸음이 찾아온다. 졸음운전을 피하려고 운전 도중 간식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효과는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짧다. 졸음운전을 피하려면 항히스타민이 들어있는 성분의 약과 전날 야식을 피해야 한다.
◇졸음운전, 사고 원인, 치사율 모두 1위
졸음운전은 교통사고 원인 1위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교통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22.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과속(21.7%), 주시 태만(17.9%), 타이어 파손(6.0%)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럴만한 것이 속력이 시속 100km라 가정했을 때 운전자가 1초만 졸아도 차는 28m를 통제 없이 이동하는 셈이 된다. 3초는 84m다. 시속 100km에서 권고되는 차량 간 간격이 100m인 점을 감안했을 때 졸음운전은 추돌 사고를 연쇄 추돌사고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졸음운전 치사율은 18.5%로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7.8%)보다 2.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간식? 졸음 쫓는 근거 없거나 효과 짧아…커피도 맹신 금물
간식을 먹으면 졸음을 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근거 없는 이야기다. 무언가를 씹을 때 관자놀이 근육이 움직이면서 대뇌피질을 자극해 순간 졸음이 달아나는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3분을 채 넘지 않는다. 졸음은 뇌 활동의 부산물인 아데노신 화합물이 뇌 속에 쌓이면서 찾아온다. 아데노신과 아데노신 수용체는 결합하면서 신경세포의 활동을 둔화시키는데 간식으로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나마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건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뇌 혈류 장벽를 쉽게 통과해 아데노신 수용체와 직접 결합한다. 그러면 졸음 대신 각성 상태가 찾아온다. 그러나 카페인의 효과 역시 사람마다 다르고 어디까지나 일시적이어서 맹신은 금물이다.
◇운전 전후 약물 복용 주의… 특히 알레르기약 위험
졸음·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는 약은 피해야 한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약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 성분이 들어 있다. 항히스타민 성분은 염증·메스꺼움 등은 가라앉히지만 졸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든 약(디펜히드라민)을 먹고 운전하는 건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일 때의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 약 외에 우울증약, 근육 이완제, 진통제 등도 위험할 수 있다. 이러한 약을 먹은 직후에는 운전을 피해야 한다.
◇운전 전날 야식이 졸음·피곤 유발
운전 전날 늦은 밤 무언가를 먹었다면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몸은 수면할 때 호르몬 등을 분비해 낮에 소모했던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자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위해 위장에 혈액이 쏠리면서 근육과 뇌 등 다른 부위의 대사 작용이 방해받는다. 또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역시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얕은 잠을 자게 되며 누운 자세에서 위산 역류가 촉진되고 체내 호르몬 균형이 깨지며 다음 날 피로감 역시 커지게 된다. 운전을 오랫동안 할 예정이라면 전날 야식은 피하는 게 좋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이다. 운전 전날 8시간만 자도 졸음운전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운전 도중 졸음이 몰려오면 쉼터 등에서 20분 정도 잠을 취하는 것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