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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더 괴롭더라도… COPD 환자, 금연·운동·흡입제 치료 꼭 해야" [헬스조선 명의]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명의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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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중앙대병원 제공

호흡기질환자 수난시대라고 할 만큼 코로나19는 호흡기질환자들에게 긴장감과 공포를 주고 있다. 특히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항상 보이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은 매일이 살얼음판과 같다. 언제 해결될 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에게 코로나 팬데믹 시대 만성폐쇄성폐질환 관리에 대해 들어봤다.

Q.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COPD는 어떤 질환인가?
만성폐쇄성질환(COPD)은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을 통칭하는 용어로, 질환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기간 발생한 만성적인 손상에 의한 기관지 염증 및 폐기종'을 말한다.

COPD 확진은 엑스레이와 폐 기능 검사로 한다. 우리가 숨을 최대한 들이마시었다가 있는 끝까지 다 내쉬었을 때 나온 공기의 양(volume)을 폐활량이라고 표현하는데, 폐활량은 첫 1초(1초 후기량, FEV1)에 80%가 나와야 정상이다. COPD로 기도가 좁아진 경우에는 1초 후기량이 70%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때 COPD라고 진단을 한다. 정상범주인 80%와의 10%의 차이는 매우 크다. 괜히 폐활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의학 용어로 폐쇄성 패턴 장애라고 하는 기관지 확장증이나 암이 기관지에서 자라서 기도를 막은 경우, 결핵의 후유증에서도 1초 후기량이 70% 미만인 상태가 발견될 수 있다.

Q. COPD의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대표적인 발병 원인은 담배 연기다. 물론 비흡연자의 10~20%에서도 발생한다. 장기간 실내에서 나쁜 공기를 반복해서 흡입하거나, 먼지가 많은 공장 및 탄광 등 근로환경이 좋지 않다면 폐포에 손상이 발생해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으로 이어지면서 COPD가 발생한다. 기관지와 폐는 신선한 공기를 혈액으로 전달하고, 혈액 속 나쁜 공기가 다시 폐로 나오게 하는 가스교환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관지에 담배 연기 등 손상물질이 흡입되면 마치 먹물이 나무줄기를 따라 스며들어 검어지듯 기관지도 손상되는 것이다.

Q. COPD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초기 증상은 호흡 곤란, 그다음이 가래, 기침 등이다. 초기에는 아주 격한 운동을 할 때만 호흡 곤란이 느껴지다가 나중에는 일상생활에서도 숨이 차게 된다. 병이 진행되면 앉아 있기만 해도 숨이 찬다. COPD는 한번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이 급격히 진행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정 임계치를 넘어가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그래서 중증 상태에서 바로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한쪽을 잘라내도 남은 폐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큰 기관이다. 흡연자를 예로 들자면, 한쪽 폐로만 담배연기가 갈 리가 없기에 당연히 양쪽 폐가 손상되지만 본인은 못 느낄 수도 있다. 폐가 반 이상 손상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하면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 식이다.

Q. 기관지나 폐가 원래 안 좋은 사람들, 흡연자들은 기침, 가래, 숨이 찬 증상 등이 있어도 COPD까지는 생각도 못 할 거 같다.
천식 환자 등 기관지가 안 좋거나, 흡연자라면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엑스레이나 폐 기능 검사, 저선량 CT를 찍어서 COPD 단계에 돌입했는지, 폐암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흡연자는 만성폐쇄성질환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침, 가래가 흔한 증상이다 보니 대부분이 평소와 다른 호흡 곤란 증세까지 더해져야 병원에 온다. 이때는 경증을 지나 중등증 및 중증, 고도 중증까지 진행된 경우가 많다.

결국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최선이다. 폐는 간과 달리 재생능력이 없어, 한 번 손상되면 돌아오지 못하는 비가역적 손상이 발생하기에 더 위험하다.

Q. COPD는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고 알고 있다.
만성폐쇄성질환이 발생하면 결국 폐가 망가져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장기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수 경우를 제외한다면, COPD는 담배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병이라고 할 만큼 담배가 주요 원인인데, 담배는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폐만 나쁘고 다른 기관이 멀쩡할 수가 없다. 담배는 폐뿐만 아니라 혈관을 타고 동맥경화를 일으켜 협심증,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고, 뇌경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암 중에 담배와 연관되지 않은 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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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교수가 COPD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중앙대병원 제공

Q. 코로나19로 인해 호흡기 질환자들의 병원 방문 자체가 어려워졌다. 지난 1년 사이 증상이 악화된 경우도 있는가?
임상현장에서 크게 체감될 정도로 지난 1년간 증상이 악화된 환자들이 많다. 코로나 감염이 무서워 병원을 찾지 않기도 했지만,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하면 병원에서 들여보내 주지 않으니 방문 자체를 하지 못해 상태가 안 좋아진 환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COPD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Q. 항상 호흡기 증상이 있는 COPD환자들은 어떻게 진료를 받아야 하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선별진료소를 거쳐 코로나19 음성을 확인한 후, 다음날 진료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이 무섭고 번거로워 병원을 찾지 않는 COPD 환자들이 많은데, 진료를 계속 받지 않으면 급성악화로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실제 COPD 급성악화로 중환자실로 바로 실려와 지금도 입원하고 있는 환자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 호흡기질환 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진료를 받고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Q.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호흡기 증상도 있을까?  
호흡기 증상은 기복이 있다. 오늘은 가래가 심했는데, 내일은 덜할 수 있다. 오늘은 숨이 차다가도 내일은 나아질 수 있다. 다만, 평소와 다르게 호흡곤란이 훨씬 심해지고, 가래가 늘어지면서 누레지는 것은 급성악화의 증상이기에 그럴 때는 병원을 즉시 방문해야 한다.

Q.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는 없나?
진료를 안 하는 것보다 원격진료,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게 낫다. 하지만 호흡곤란 등은 COPD뿐만 아니라 심부전, 빈혈 등 수많은 질환에서 나타나기에, 병력만 보고는 정확한 진단을 못 할 수가 있다. 비대면 진료는 대학병원의 많은 최신시설과 검사장비를 두고 대화로만 진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확하지 않다. 비대면진료는 배를 탄 사람이 응급질환이 생겼거나 섬에 있는 사람이 폭풍으로 나오지 못할 경우에는 좋겠지만, 일반적인 환자의 경우 한계가 존재하기에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을 것을 권고한다.

Q. 호흡기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COPD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를 이어가야 할까?
중요한 것은 꾸준히 기관지 확장 흡입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흡입제의 사용은 폐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코로나로 인해 대리처방이 가능해졌기에 직접 병원을 방문하기 어렵다면, 가족이라도 대신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아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COPD 환자들은 특히 흡입제 치료를 꼭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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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교수가 금연과 유산소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Q. 코로나 시대에 COPD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활습관이 있을까?
반드시 금연하고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금연이 무조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유산소 운동이다. 힘들더라도 마스크를 쓰고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그냥 숨쉬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마스크로 호흡기를 덮고 숨을 쉬려 하니 기도가 더 좁아져 외출 자체를 하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경증이나 중증등 COPD 환자라면 마스크를 쓰고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과격한 운동보다 빠르게 걷기 정도의 운동을 하루에 30분~1시간, 1주일에 3~4번 정도가 좋다.

먹는 약은 보조제라고 생각하고, 기관지 확장 흡입제를 정기적으로 잊지 않고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COPD환자들은 전신에 산소공급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특히 근육이 빠르게 쇠퇴한다. 체중 감소, 골다공증, 고혈압 등의 여러 전신질환도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균형 있는 식사를 잘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Q. 기관지나 폐를 강화하는 다른 방법은 없는가?
기관지는 강화되지 않고, 폐는 재생능력이 없어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물론 유산소 운동을 하면 폐활량은 개선된다.

여러 번 강조하고 있지만, COPD 환자에게는 금연과 유산소 운동이 무조건 도움이 된다. 특히 흡연 중인 COPD 환자라면, 담배를 끊는 것이 기관지와 폐 건강을 위한 최우선 방법이다.

Q. 호흡기 질환자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굉장히 위축되고 불안감이 높아졌다. 호흡기 질환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외출했을 때 본인은 마스크 때문에 괴로운데, 계속 기침과 가래 증상이 있으니 사람들은 눈치를 준다. 눈총이 따가워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가 약이 떨어져 악화되는 악순환(spiral)을 겪는 경우가 꽤 있다. 호흡기 질환자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기본을 잘 지켜야 한다. 아무리 불안해도 병원은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금연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기관지 확장 흡입제 치료를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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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교수 /중앙대병원 제공

김재열 교수
김재열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전임의를 거쳐 현재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내과학회 기획이사와 역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행이사 및 학술이사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산하 금연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의 2012년 최고 100인의 의학자로 선정됐으며, 2013년 의료기관의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인증제도 정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중환자에 대한 패혈증-3 기준 적용'이란 연구 논문을 대한중환자의학회지에 게재해 서태평양 중환자의학회(WPACCM)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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