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평생 질환’ 시대…당뇨병·COPD·혈우병 ‘편한 약’이 대세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4/24 09:00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혁신의 방향은 사용자의 편의성 증대다. 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의약품에서 편의성이 더해지면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 치료제를 제때 복용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합병증, 내성 발생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이런 혁신은 약물의 투여를 돕는 디바이스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당뇨병 주사 거부감 없앤 ‘펜 타입’ 주사제
당뇨병의 치료법 중 하나인 인슐린 주사는 국내에서 처방률이 8.9%로 매우 떨어진다. 미국 당뇨병 환자의 30.8%가 인슐린 주사로 당뇨병을 조절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다. 당뇨병을 진단 받고 조기에 인슐린 치료를 받으면 장기간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 당뇨병 환자들은 복약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거나 기피한다. 실제 인슐린 주사를 처방받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8명(77%)은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국내에 출시된 릴리의 ‘트루리시티’는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기존 주사제의 불편을 크게 개선한 치료제로 평가 받는다. 우선 하루 여러 번 맞아야 하는 불편을 주 1회로 줄였다. 또한 주삿바늘이 보이지 않고 별도로 투여량 조절을 할 필요 없는 펜 타입 디바이스를 사용해서 치료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COPD, ‘미스트 분사’ 방식 흡입제 눈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기본 치료법은 흡입제 스테로이드다. 폐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기 때문에 경구용 약물과 비교해 효과는 빠르고고 부작용은 적다. 그러나 국내 흡입제 처방률은 38% 수준에 그친다. 환자들이 흡입제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디바이스 사용의 어려움 때문이다. 익숙해지기까지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한 디바이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디바이스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출시한 COPD 치료제 ‘바헬바 레스피맷’은 COPD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스트(soft mist) 방식으로 제품이 분사돼, 다른 흡입기 대비 약물의 폐 도달률을 높였다. 폐 속 더욱 깊은 곳까지 약물이 전달된다.
◇혈우병 치료에서 복약 편의의 중요성
혈우병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희귀난치질환이다.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해서 생기는 출혈성 질환으로, 평소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주기적으로 투여해 비정상적인 출혈 빈도를 낮추는 치료를 한다. 주 3회 이상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많은 환자가 불편해 했다. 지난해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은 투약 편의성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투여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부모나 보호자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인 등교 전 치료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약 시간이 길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최근 샤이어가 출시한 ‘애디노베이트’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이런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기존 디바이스는 분말 주사제, 주사용수, 혼합기구 등 3가지를 연결시키는 불편을 매번 겪어야 했지만, 애디노베이트는 3가지 요소가 일체형으로 합쳐진 디바이스 ‘박스젯3’로 투약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이뿐 아니라 약물 혼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염 위험도 낮췄다.
지난 2월 허가를 받은 애디노베이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혈우병 치료제 애드베이트의 효과와 안전성은 유지하면서 반감기는 1.4~1.5배 연장시켰다. 이를 통해 투여횟수 역시 주 3회에서 주 2회로 감소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