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산만한 아이는 얼굴만 보고도 안다?
헬스조선 편집팀 | 기고자=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교수, 숨이비인후과 박동선원장
입력 2013/09/02 09:00
[이비인후과 Y캠페인] '물어보세요 귀,코,얼굴-목'
이비인후과의사들이 점쟁이는 아니지만, 진료실에 들어오는 아이의 얼굴만 보고도 질병이나 아이의 특징적인 성격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아이가 산만하고, 숨쉬기 어려워하죠?”라고 물으면 얼굴만 보고 바로 아는 ‘명의’라고 생각하고 놀라운 눈길을 보내지만, 사실 아이의 얼굴에 질병적 특성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짐작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정밀한 검사를 진행하지만, 얼굴을 보고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이 ‘소아수면무호흡증’과 ‘편도 아데노이드 비대’인 경우이다. 이 질병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증상이 얼굴과 행동에 뚜렷이 드러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아데노이드 비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 대부분 입으로 숨을 쉬는 특성상 얼굴이 길어지는데,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크면 코로 숨을 쉬기 어려워 항상 호흡이 부족해 입을 벌리고 다니면서 하관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얼굴형이 되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 ‘아데노이드형 얼굴’ 이라고 부르며 이 증상이 있는 아이들에서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얼굴 형태이다. 또한 편도 아데노이드가 비대한 경우 치아의 부정교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하관이 길어 일명 ‘말상’에 가까운 얼굴형에 치열 부정교합이 있어 얼굴만으로도 문제를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소아에서 코골이, 수면무호흡이 있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아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일으켜 성장이 저하되어 또래보다 왜소한 특징을 보인다.
성장호르몬은 대뇌 밑에 위치한 콩알만한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데, 주로 깊은 수면에 빠져있을 때 분비된다. 이 호르몬 분비가 잘 이루어져야 성장이 잘 이루어 질 수 있는데, 소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깊은 잠을 방해하기 때문에 원활한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야 하는 어린 시절에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한 아이들은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좋지 않아 저체중과 저신장, 섭식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소아에서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소아의 코골이는 7~10%,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0.7~3.4% 정도로 학령기 전 소아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아이가 코를 심하게 골거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로 편도나 아데노이드 비대로 원인의 85%를 차지한다.
또한 이 같은 증상은 얼굴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 아니라 성격, 또는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편도, 아데노이드 비대- 소아수면무호흡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얼굴이나 키, 체형뿐 아니라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수면부족현상이 일종의 과잉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수면은 성장호르몬 외에도 프로락틴, 남성호르몬, 황체호르몬 등의 동화작용 호르몬의 분비와 연관이 깊고 중추신경의 발달과 뇌신경의 연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면 주기 중 렘수면은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여기에도 문제가 발생된다. 이런 문제가 소아에서 나타날 때는 집중력저하, 과잉행동, 인지능력저하, 학습장애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지나치게 화를 잘 내고, 공격적이거나 심하게 변덕스럽거나, 산만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성인이 잠이 부족한 경우 졸림증을 느끼는 것과 달리 아이들은 오히려 더욱 활발하게 움직여서 잠을 쫓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미시간 대학 수면장애센터의 로널드 쳐빈 박사는 6~17세 어린이-청소년 229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결과 코를 골며 자는 아이들이 아동기의 정신장애의 일종인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위험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바 있다.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비대하다고 하면 흔히 ‘성인이 되면 나아지겠지’ 또는 ’큰 병은 아니니 기다려보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수면무호흡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때 아이의 성장, 얼굴형, 산만함 등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아이가 평소 구호흡을 하거나 수면 중 코골이나 호흡이 곤란한 증상 등이 있으면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에서 편도 아데노이드 비대와 수면무호흡은 흔한 질환이므로 평소 아이가 입을 자주 벌리고 있는지, 구호흡으로 입마름이나 구취 증상을 보이는지 여부, 수면 중 이상증상이나 지나치게 산만하고 공격성을 보이는 지 여부 등을 평소 관찰하고 이상증상이 보이는 경우 바로 이비인후과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