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8℃ 실내에 30분 있었더니 뇌파 약해지고 피부 거칠어져
이동혁 헬스조선 기자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1/12 16:29
난방의 생리학_겨울철 건강에 좋은 실내 온도는?
바깥 날씨는 영하 15도, 실내 온도는 영상 28도…. 한겨울에도 집안에선 방바닥이 뜨끈뜨끈하게 난방을 하면서 반팔 옷을 입고 사는 게 우리나라 아파트 생활의 모습이다. 정부는 "실내 온도를 18도로 맞추라"고 권고하지만, 실제로 따르는 가정이나 사무실은 거의 없다. 난방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또, 실제로 건강에 가장 좋은 실내 온도는 몇 도일까? 과학적인 실험과 의사·한의사의 조언으로 알아봤다.
지난 7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과 함께 크기가 같은 검사실 두 곳을 정해, 한 곳의 실내온도는 18도로 맞추고 다른 곳은 28도로 유지했다. 27세 남성과 24세 여성 한 명씩을 두 방에 번갈아 30분간 머무르게 한 뒤, 그 자리에서 뇌파 검사와 피부수분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18도가 건강에 좋은 것으로 증명됐다.
◆28도에선 두뇌 활동 느려지고 피부는 습진처럼 건조해져
우선, 뇌파 검사 결과 머리를 쓸 때 활성화되는 알파파가 28도 방에서 18도 방보다 41%(여), 46%(남) 감소했다. 더운 방에서 두뇌 활동이 둔해진 것이다.
또, 두 대상자 모두 28도 방에서 수면1단계파가 9초 나타났다. 자신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뇌는 일시적으로 졸음에 빠졌던 것이다. 18도 방에서는 수면파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오동훈 신경과 교수는 "우리 몸은 실내온도가 24도가 넘으면 덥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따라서 28도 방에서는 '덥다'는 신호가 뇌에 보내졌고, 뇌는 몸의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전신의 혈관에 '넓어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넓어진 혈관을 메우기 위해 신체 다른 부위로 가는 혈액량이 늘면 뇌의 혈액량은 준다. 이에 따라 뇌는 활동이 느려지고 멍하고 졸린 상태가 됐으며, 이것이 뇌파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피부수분 상태는 상의를 걷어올려 한쪽 팔을 30분 정도 노출시킨 상태에서 피부를 통해 빠져 나가는 수분의 양을 측정해 알아봤다. 28도 방에 있을 때 18도 방보다 여성은 71%, 남성은 20% 외부로 방출되는 수분의 양이 많아졌다. 허창훈 피부과 교수는 "실내온도가 20도 이상이면 대기가 피부보다 건조해져 피부에서 수분을 빼앗아간다.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으로 피부 장벽의 상태와 노화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데, 28도 방의 여성은 습진 환자와 비슷할 만큼 피부 방어벽이 손상됐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28도 이상의 실내 온도에 몇 달 이상 노출되면 반드시 피부 탄력도가 떨어지면서 노화가 가속화된다"고 말했다.
◆건강에는 22~24도가 가장 좋아
의학적으로는, 22~24도가 신체적·심리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난방 온도이다.
송재철 한양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기온이 22~24도이면 더워서 땀을 내거나 추워서 몸을 떨지 않으면서 자율신경계로만 체온 조절이 가능하다. 따라서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추위나 더위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온도를 '온도 쾌감대'라 부르며, 이 온도에서 뇌를 비롯해 인체 모든 부위의 활동이 가장 잘 이뤄진다. 운전할 때에도 1년 내내 에어컨 온도를 24도 전후에 고정시키면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정부는 실내 온도 24도 이상을 과난방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의학적으로도 합리적인 기준이다. 단, 잠을 잘 때는 난방 온도를 22~24도보다 1~2도 가량 올리는 것이 좋다. 수면 중에는 체온이 0.5~1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밖에, 김명주 서울대 생활과학대 의류학과 연구원이 12월말부터 1월초 사이 성인 26명에게 가벼운 긴팔 옷차림으로 다양한 실내 온도에서 자신이 느끼는 쾌적한 느낌을 기록하게 한 결과, 이들이 가장 쾌적하게 느낀 실내온도는 역시 24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