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건강한 정자 만들어지는 '3개월', 남성 임신 준비 '이렇게'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8/18 20:00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남성 난임 인구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 동안 남성 난임 진료 인원이 약 47% 증가했다.(5만 3980명에서 7만 9251명)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으로 정자수가 감소되고 있다. 2017년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와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공동연구팀은 1973년~2011년 지난 40년간 북미와 유럽, 호주 등 산업화한 서구에 사는 남성들의 정자농도가 52.4% 감소했고 정자수는 59.3% 줄었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생식의학분야의 국제저널인 ‘휴먼 리프로덕션 업데이트’에 게재했다.
이제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아빠도 임신 준비가 필요하다. 자연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모양과 활발한 운동성을 가진 ‘건강한 정자’가 많이 필요하다
성삼의료재단 미즈메디병원 비뇨의학과 김기영 주임과장은 “건강한 정자는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와 중간부위, 꼬리 모양이 모두 정상인 것”이라며 “이러한 정자들이 충분히 있어야 자연선택의 장벽을 극복한 후 난자를 수정시키고 임신을 잘 유지하게 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자의 질적·양적 개선에 3개월 걸려
난임이란 피임을 시행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임신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로 정의하는데, 전체 부부의 15% 가량이 이에 해당되고, 원인의 절반은 남성에게 있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데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정자의 질적, 양적 개선을 기대하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정자가 만들어져 밖으로 나오기까지 총 3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자는 고환에 있는 세정관이라는 기관에서 만들어진다. 세정관 속 정자세포는 정원세포부터 시작해 제1정모세포, 제2정모세포, 정세포를 거쳐 머리가 응축되고 꼬리가 생기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성숙한 정자가 되는데, 이 과정이 약 74일 소요된다. 이렇게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부고환관과 정관을 이동해 외부로 나오는 데에 또 10~14일이 걸린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 아빠라면 최소 3개월은 건강한 정자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김기영 주임과장은 “남성 난임의 원인은 ‘정자’에 있다”며 “정자 운동성 저하, 정자 수 감소 등 정자의 질이 떨어지면 임신 확률이 낮아지고 생활습관, 운동부족,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남성들의 “정액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생활습관 개선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자를 위협하는 요인
▷치약·샴푸의 환경호르몬=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의 성호르몬 균형을 깨뜨리고 정자를 파괴시킨다. 환경호르몬은 치약·샴푸에 함유된 살균제 트리클로산, 플라스틱에 함유된 비스페놀A가 대표적이다.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에 따르면, 환경호르몬이 남성의 정자를 파괴시켜 난임이 늘어났다.
▷스마트폰·노트북의 전자파=고환에 나쁜 영향을 줘 불량 정자를 만든다. 2011년 아르헨티나 연구팀은 하루 4시간 이상 와이파이가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사용할 경우, 25% 이상의 정자가 움직임을 멈추고 9%는 DNA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거나,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는 등 고환과 전자기기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꽉 끼는 바지·사우나=고환은 체온인 36.5℃보다 온도가 3~4도 낮을 때 정자를 활발하게 만든다. 반면 36.5℃를 넘으면 정자 생산이 중단된다. 꽉 끼는 바지는 고환의 온도를 높이므로 정자 건강을 생각한다면 헐렁한 바지를 입어야 한다. 사우나도 고환의 온도를 높여 좋지 않다. 2013년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15분간 사우나를 할 때 고환 온도는 최고 3도 가량 올라갔다. 하루 6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있으면 고환에 압력이 증가하고,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 정자 건강을 해친다.
▷베이컨·술=2013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에 베이컨을 한 조각 미만으로 먹는 남성은 베이컨을 가장 많이 섭취한다고 분류된 남성 그룹에 비해 정자수가 30% 정도 많았다. 연구팀은 "가공육에 포함된 여러 성분이 정자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알코올 섭취도 좋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0년 수컷 생쥐에게 알코올을 9주간 투여한 실험에 따르면, 알코올을 투여한 생쥐는 고환의 무게와 정자 운동성이 감소했다.
▷스트레스=스트레스는 정자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4년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남성의 정자는 수가 적고 비정상적인 모양도 많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가 자극되는데, 이때 남성호르몬 생산이 억제돼 정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임 다양한 원인, 정확히 파악해야
남성 난임의 원인으로는 정자형성 장애, 정자 이동과정의 장애, 부부관계의 기능성 장애 등을 들 수 있다. 정자형성 장애는 고환에서 정상적인 정자를 만들지 못하여 정자 숫자의 감소, 활동성 저하, 모양 이상을 유발하는 경우이며, 정자 이동과정의 장애는 고환에서는 정상적으로 정자가 만들어지지만 부고환, 정관, 정남, 전립선 등의 이상으로 정자 이동 및 배출의 장애가 있는 경우이다. 발기부전, 사정장애 등에 의한 부부관계가 어려운 경우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무정자증, 정계정맥류, 비뇨생식기계 감염, 사정장애, 호르몬분비 이상, 환경호르몬 노출, 흡연, 음주, 스트레스, 비만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김기영 주임과장은 “일반적으로 남성 난임은 단순히 한가지 요인에 의해 유발되기 보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결과이며, 요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계정맥류나 정자이동통로가 막힌 폐쇄성 무정자증이 원인이라면 현미경 수술로 교정하고 수술적 교정이 불가능한 폐쇄성 무정자증과 고환기능 문제로 인한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고환에서 정자를 추출하여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