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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쓰면 코로나19 예방? 청소 안 하면 '도루묵'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美 연구진, ‘코 면역-습도’ 연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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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습도를 유지해야 코의 면역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가습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호흡기가 건조하면 감기에 잘 걸리듯, 코로나19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습기를 쓰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올겨울에는 지난해보다 가습기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가습기 사용이 코로나19 예방에 일부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호흡기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건조한 날씨, 바이러스 코에 더 오래 머무른다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 감각 센터의 파멜라 달튼 박사는 가습기 사용이 코로나19 예방에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조한 겨울철에 가습기로 실내 습도를 높이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코 속에서는 '섬모'라고 불리는 작은 털과 점액이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역할을 한다. 점액은 섬모가 걸러낸 바이러스가 소화 기관으로 안전하게 배출하도록 돕는다. 달튼 박사는 최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한 것도 북반구에 겨울이 찾아와 건조해졌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달튼 박사는 코의 면역 기능과 습도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합성 조미료로 사용되는 '사카린' 알갱이를 코로 흡입하도록 하고, 맛이 느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습한 환경에서는 1~2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지난 후 맛을 느꼈지만, 건조한 환경에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카린을 바이러스라고 가정하면, 건조한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코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할 여유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예일대가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건조한 곳에 있던 쥐는 독감에 더 취약했다.

◇습도 40~60% 유지하고, 가습기 청결 신경 써야

가습기는 호흡기의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올바르게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호흡기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미국 드렉셀 의대 이비인후과 로버트 사탈로프 교수는 "가습기를 과도하게 사용해 습도가 너무 높아지거나, 깨끗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 곰팡이는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악화하거나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면역억제제 복용자나 질환으로 인해 면역력이 낮아진 사람은 곰팡이가 체내에 침입하면 폐렴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가지면서, 호흡기 건강도 지키려면 실내 적정 습도인 40~60%를 유지하는 게 좋다. 특히 실내에서 히터를 사용한다면 더욱 건조한 환경이 되기 쉬우므로 습도 관리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습기를 사용한다면 청결 유지가 중요하다. 가능한 한 매일 세척하고, 사용하지 않을 땐 물을 버리고 건조한 상태로 보관한다. 고여 있는 물에는 세균이 더욱 쉽게 번식한다. 가습기가 없다면 젖은 수건, 빨래 등을 걸어놓거나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숯을 흐르는 물에 씻어 말린 후, 그릇에 물과 함께 담아 놓으면 천연 가습기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