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임신부 조산 최대한 늦추고, 미숙아는 발달 위한 집중 치료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6/28 08:00
[헬스 특진실] 경희대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클리닉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협진
산모·아이 건강 고려해 출산 조절
양막 파열 환자, 14주 간 임신 유지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재활까지
이씨가 경희대병원에 오게 된 건 갑자기 시작된 진통 때문이었다. 임신 후 줄곧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봐 왔지만 진통이 너무 빨리 시작되고 양수가 오염돼서, 의사는 "큰 병원에서 집중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아기가 나오지 못 하도록 묶어놨던 산도(産道)를 경희대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풀었고, 5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는 오염된 양수 속에 있어서 위험한 상태였다. 스스로 호흡하는 게 힘들어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고, 위장 천공 수술도 받았다.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집중 관리를 받은 덕에, 3월에는 몸무게가 2.3㎏으로까지 늘어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국내 출생아 열 명 중 한 명은 미숙아(未熟兒)다. 미숙아란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출생 시 몸무게가 2.5㎏ 미만인 아기를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0.14%였던 국내 조산(早産)율은 2014년 15.24%가 됐다.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이경아 교수는 "고령 임신이 많아지면서 조산아 비율도 많아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고령 임신일 경우 임신성 고혈압·당뇨병 같은 질환이 잘 생기는데, 그러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이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하기도 한다.
미숙아는 사망률이 높고,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는 "임신 주수가 지나면서 아기의 폐도 점점 발달하는데, 미숙아더라도 22주는 지나고 태어나야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공급했을 때 이를 받아들여 호흡할 정도가 된다"며 "발달이 덜 된 상태로 태어나면 호흡곤란증후군을 비롯해 뇌실내출혈, 산소 독성, 미숙아 망막병증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호흡곤란증후군은 24주 미만에 태어난 미숙아의 88%가, 26주 미만이면 76%, 32주 미만일 땐 50% 정도가 겪는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협진 중요
경희대병원에서는 미숙아가 태어날 상황을 대비해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협진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조산 위험이 있는 임신부가 병원에 오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최대한 고려해 출산 시기를 정한다. 의사의 숙련도도 높다. 자궁 수축 억제 약을 쓰는 등 조산을 막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경희대병원 의료진은 이와 관련된 최신 치료법과 최신 진단법을 도입하기 위해 끊임 없이 연구한다. 해외 학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다른 병원들과의 공동 연구도 활발히 시행한다. 이경아 교수는 "19주에 양막이 파열된 산모가 있었는데 여러 방법을 동원해 33주에 출산하도록 한 적이 있다"며 "산모와 아이 모두의 건강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출산 시기를 정하기 위해, 정밀 초음파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숙아가 흔히 겪는 호흡곤란증후군은 '인공 폐표면 활성제'를 써서 치료한다. 아기에게 이 약을 쓰면 호흡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돼서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경희대병원은 이 치료법을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한 병원이다. 분만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이 마주 보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 인큐베이터로 바로 옮길 수 있다.
◇인지·행동 발달 위한 재활 치료 받아야
미숙아는 인지·행동 발달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1.5㎏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의 절반 정도가 인지 발달 지연을 겪고, 그 중 15~20%가 중증이다. 행동 발달 지연도 비슷하다. 최용성 교수는 "미숙아들의 인지·행동 발달 지연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소아발달클리닉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중에서도 신생아·소아 정신건강·소아 재활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같은 요일에 진료를 보면서, 아이의 상태를 공유하고 적절한 발달 치료법을 논의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한 치료가 달라지는데, 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