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떠나는 힐링여행 캄보디아 시엠립
여행의 가치를 비교적 일찍 깨달은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 중 하나다. 엄격하게 따지면 ‘깨달은 건’ 한참 뒤의 얘기고, 10대, 20대의 참을 수 없는 혈기와 역마살이 나를 끊임없이 떠나게 다그쳤다.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세상의 아름다움이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풍부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우치기 시작했다.다양한 인종과 문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져 어느 순간부터 그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 비로소 여행의 가치를 알아보게 됐다. 하지만 30~40대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나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행의 가치’를 쉽게 잊고 살면서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보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점점 더 많아진다.

나는 시엠립 여행의 목적을 ‘최대한 짧게 관광하고 최대한 느리게 여행하기’로 정했다. 조급하게 장소를 옮겨 다니며 ‘보기’보다는, 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앙코르 지역을, 시엠립이란 도시를 ‘느끼’고 싶었다.

하노이보다는 덜 복잡하고 루앙프라방보다는 좀더 역동적인 시엠립은 인구가 100만이 채 안 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다(매년 2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물론 대부분의 관광객은 ‘신비의 사원’ 앙코르와트(Angkor Wat)와 앙코르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대유적을 보기 위해 이 도시를 찾는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듯, 시엠립에는 캄보디아 현지인의 삶이 있고, 도시 주변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도 있다.
여행 첫날, 나는 자전거(MTB)를 대여해 도시를 관통하는 시엠립강을 따라 앙코르 지역의 반대 방향인 남쪽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10분도 채안 돼, 자동차와 툭툭(Tuk Tuk,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 오토바이가 뒤섞인 도시를 벗어나 비포장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골집을 지날 때면, 자전거 헬멧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낯선 이방인의 모습이 신기한지 어린아이들이 뛰쳐나와 나를 ‘구경’했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30℃가 넘는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노는 데 필요한 것은, 고가의 장난감이 아니라 자유로운 환경이라는 사실도 내게 상기시켜 주었다.
More tip
시엠립·앙코르 유적지 자전거여행 TIP
➊시엠립 시내에서 자전거를 쉽게 대여할 수 있다. 보통 하루 1~7달러(약1100~7700원)로 일반 자전거에서부터 고성능 MTB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신분증(운전면허증·여권 등)이 필요하며, 없을 시에는 현금으로 보증금을 지 불하고 반환할 때 돌려받는다. 비포장도로가 많기 때문에 MTB를 권장한다.
➋헬멧과 자전거 장갑, 자전거 고글, 자전거 바지, 물통 등은 한국에서 준비해 가자. 자전거 자물쇠는 대여점에서 제공한다.
➌현지인들도 자전거를 일반 교통수단으로 많이 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해가 진 이후에는 되도록 자전거 를 타지 않는 것이 좋다.
➍스마트폰의 GPS로 길을 찾는 방법도 있지만, 도로가 몇 개 안 되고 지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종이지도를 참고해 도 무방하다. 단, 나침반이 있으면 방향을 잃었을 때 유용하다.
➎식수는 작은 배낭에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또한 변덕스러운 날씨를 대비해 우비와 갈아입을 옷을 비닐봉지에 담 아 물과 함께 가지고 다니면 도움이 된다.
시엠립·앙코르 유적지 자전거여행 TIP
➊시엠립 시내에서 자전거를 쉽게 대여할 수 있다. 보통 하루 1~7달러(약1100~7700원)로 일반 자전거에서부터 고성능 MTB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신분증(운전면허증·여권 등)이 필요하며, 없을 시에는 현금으로 보증금을 지 불하고 반환할 때 돌려받는다. 비포장도로가 많기 때문에 MTB를 권장한다.
➋헬멧과 자전거 장갑, 자전거 고글, 자전거 바지, 물통 등은 한국에서 준비해 가자. 자전거 자물쇠는 대여점에서 제공한다.
➌현지인들도 자전거를 일반 교통수단으로 많이 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해가 진 이후에는 되도록 자전거 를 타지 않는 것이 좋다.
➍스마트폰의 GPS로 길을 찾는 방법도 있지만, 도로가 몇 개 안 되고 지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종이지도를 참고해 도 무방하다. 단, 나침반이 있으면 방향을 잃었을 때 유용하다.
➎식수는 작은 배낭에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또한 변덕스러운 날씨를 대비해 우비와 갈아입을 옷을 비닐봉지에 담 아 물과 함께 가지고 다니면 도움이 된다.
자전거로 천천히 즐기는 오감(五感)여행

여행의 묘미는 역시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 그리고 자동차나 버스, 기차보다는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로 여행을 할 때 그 순간을 가장 오래 즐길 수 있다.
여행의 목적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천천히, 오감을 즐기며 자유를 만끽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싶으면 가고, 때로는 오던 길을 잠시 다시 돌아가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여행의 자유를 실감한다.
태어나서 처음 두발자전거에 오른 건 초등학교 입학 전이니, 아마 여섯 살 때였던 것같다. 낡은 세발자전거를 바꿔 달라고 떼를 쓴 어느 날, 어머니 손을 이끌고 동네 자전거 가게에 갔다. 그러나 정작 집에 끌고 온 것은 세발이 아닌 두발 자전거였다. 그 나이 마가 타기에는 안장이 너무 높았지만, 나는 가게 안에서 제일 작은 이 두발자전거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고, 걱정하는 어머니를 설득하기보다는 생고집을 부려 결국 타지도 못할 새 자전거를 끌고 집에 온 것이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한 손으로 아파트 울타리를 잡고 열심히 연습한 결과 드디어 아무의 도움 없이도 페달을 밟으며 두 바퀴를 돌릴 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어쩌면 그 느낌은 꼬마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립심을 체험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자기만의 힘으로 부모님 곁을 벗어나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첫 자신감! 세월은 40년이 지나, 같은 자전거는 아니지만 똑같이 두 바퀴에 페달이 달린 산악자전거를 타고서 나는 인도차이나반도의 어느 낯선 길을 달리고 있었다.
200여 개의 서로 다른 앙코르의 미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란 주장과 마찬가지로, 유럽인 중심의 사고를 반영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오랜 세월 인디언이 살고 있었고, 앙코르 지역에는 크메르인이 짧게는 1000년 넘게 영광과 몰락을 경험하며 삶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는데 새삼 ‘발견’이라니! 간식으로 먹을 바나나와 큼지막한 물통이 담긴 작은 배낭을 양 어깨에 메고, 도시 중심을 지나 북쪽으로 페달을 밟았다.
일대가 평원이고, 도로 또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 툭툭과 일정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적 여유가 있어 자전거로 달리기에는 이상적이었다. 도로변 키 큰 나무들은 태양을 가려 주고, 맞바람은 온몸에 흐르는 땀과 열기를 식혀 주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가다 보니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 호텔을 떠난 지 30분 만에 유적매표소에 도착했고, 앙코르와트를 감싸고 있는 폭 200m의 수로를 따라 30분 좀더 달리니 넓은 주차장과 함께 사원의 서쪽 출입구에 많은 단체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그늘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더 북쪽에 위치한 앙코르탐(Angkor Tham)으로 향했다. 10km2 지역에 건설된 크메르제국의 마지막 수도 앙코르탐. ‘위대한 도시’라는 뜻의 이 성곽 도시 중심에는 바이욘(The Bayon) 사원이 있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앙코르의 미소’라 불리기도 하는 이 석상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각기 다른 신비한 표정을 짓고있다. 어떤 마음으로, 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미소들을 돌에 새겼을까? 나는 문득 이 작품을 탄생시킨 당시 조각가가 궁금해졌다.

옛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남긴 유적, 이집트의 피라미드, 마야·잉카·아스텍 문명이 남긴 건축물에 절대 뒤지지 않는 크메르제국의 앙코르 유적 지역을 둘러보며, 개인적으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곳은 앙코르와트가 아니라 타프롬(Ta Phrom) 사원이었다.
처음에는 자야바르만 7세의 효심으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건축됐으나, 후에는 불교 수도승을 가르치는 장소로 발전해 한때 사원 부지에 약 1만2500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담을 따라 자전거로 둘러보았다. 밀림과 돌담 사이의 좁은 길은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사원 내부 모습과 대조적으로 한적했다.

애초에 자연의 자리였으나 인간이 그곳에 건축물을 지었고, 인간이 떠나자 자연이 다시 그 자리를 치열하게 되찾아가는 스팩타클이었다. 그러나 다시 인간이 나타났고, 현재는 앙코르 유적지를 관리하는 국제기구 및 캄보디아 정부가 자연보호와 유적보존 사이의 선택으로 고심에 빠졌다. 최근 학자들이 ‘공기 매개 레이저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밝힌 사실에 의하면, 현재 눈으로 확인되는 유적지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걸쳐 과거 크메르인들이 생활했던 도시가 흙과 숲 밑에 감춰져 있다고 한다.

시엠립을 떠나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고 해서 찾은 곳이 톤레삽(Tonle Sap) 호수다. 바다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호수는 동남아에서 가장 크고, 우기가 되면 전체 면적이 제주도의 8배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물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수상촌 사람들의 낯선 생활모습을 보면서,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실감했다.
물 위에 지어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작은 나무배를 타고 물 위의 집으로 돌아오는 여학생, 육지에서 장을 보고 통통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부, 배에 물건을 가득 싣고 방문판매를 하고 있는 장사꾼, 막 잡아온 물고기를 저울에 올려 놓고 다른 배 위의 구매자와 가격협상을 벌이는 어부, 외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는 물 위의 식당과 호텔 종업원….
내가 탄 작은 배가 다시 육지를 향해 1시간가량 항해하는 동안, 뱃머리에 앉아 석양으로 곱게 물들어 가는 구름을 감상했다.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것 같은 하늘 아래서 불과 30여 년 전 ‘킬링필드’로 전 세계 알려진 비극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당시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 만 명이 자국민에 의해 학살당했다).
만약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탐을 건설한 크메르인 조상들이 이 장면을 저승에서 목격했다면, 얼마나 분노하고 한탄했을까. 캄보디아 하늘에 펼쳐진 구름마저 낯설게 느껴졌던 이유를 귀국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흔히 ‘여행 중에 자기 자신도 만났다’고 말한다.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평상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라면, 여행은 우리를 잠시 머물게 한다. 육체적으로는 계속 움직이고 있을지언정, 기억으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게 해주고 오감으로는 현재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런 환경과 여유를 선물한다. 그리고 ‘순간’에 감사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more tip
여행 정보
수도 프놈펜
언어 크메르어
면적 181,035㎢ / 세계 90위
인구 약 15,458,332명 / 세계 68위
화폐 리엘 (KHR)
GDP 169억$ / 세계 111위
1인당 GDP 1104$ / 세계 156위
비자 시엠립 공항에 도착해서 간단한 비자신청서 작성 후 발급받는 방법이 가장 쉽고 간편하다. 단, 신청서에 붙이는 증명 사진 1장을 출국 전 잊지 말고 준비할 것. 시차 캄보디아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통화 현지 화폐 리엘은 거의 쓸 일이 없다. 미국 달러가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기후 일반적으로 고온 다습하다. 5~10월은 우기이며 건기는 11~4월이다.
항공 소요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여행 정보
수도 프놈펜
언어 크메르어
면적 181,035㎢ / 세계 90위
인구 약 15,458,332명 / 세계 68위
화폐 리엘 (KHR)
GDP 169억$ / 세계 111위
1인당 GDP 1104$ / 세계 156위
비자 시엠립 공항에 도착해서 간단한 비자신청서 작성 후 발급받는 방법이 가장 쉽고 간편하다. 단, 신청서에 붙이는 증명 사진 1장을 출국 전 잊지 말고 준비할 것. 시차 캄보디아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통화 현지 화폐 리엘은 거의 쓸 일이 없다. 미국 달러가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기후 일반적으로 고온 다습하다. 5~10월은 우기이며 건기는 11~4월이다.
항공 소요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인 ‘포루투나2002’ 대표.
다양한 국내 외 자전거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