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나에게 준 은퇴 선물'

글: 김숙경 (전 부산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 | 사진=헬스조선DB

은퇴 후 하고 싶은 일 가운데 1순위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였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그곳에 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한번 쯤 줄 끊어진 연처럼 바람가는 대로 한없이 무작정 걷고 싶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 한 평생 사는 것, 종이우산 한번 접었다 펴는 것”이라는데…. 그 동안 무엇 때문에 바쁜지도 모르는 채, 나에게 의미 있는 일들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은퇴를 기회로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고, 급히 해야 할 일도 없이 길에다 몸을 맡긴 채 걸으리라. 혼자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말이다. 내 삶을 재충전하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다. 

드디어 8월 31일. 34년 6개월의 공직생활을 마치며 내 인생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수고했다고 칭찬하며, 위로하며, 다독이며, 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선물을 한 것이다!


헬스조선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200km’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머릿속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은퇴 선물’이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을 상상했다. ‘그 때는 새로운 삶의 디자인으로 남은 삶을 꾸릴거야’라는 각오를 다졌다.  비행기와 함께 설렘이 두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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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 200km코스 첫 구간. 푸엔타 라 레이나에서 출발해 에스테야까지 22km를 걷는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길

200km를 걸으러 산티아고를 간다고 하니 모두들 말렸다. 특히 아들은 내 건강을 염려하며 한 마디 건넸다. “살 좀 빼고 걸으세요”란 조언(?)과 함께 응급조치용 구급약과 신발 깔창 등을 건넸다. 걱정하는 아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이런 나를 위해 의료진도 함께 간다”란 말로 아들을 안심시켰다.

늘 나의 여행 가방은 남들보다 커야했다. 정작 여행지에서는 한 번도 쓸 기회가 없던 잡다한 물건과 의상 그리고 한 달을 머물러도 될 만큼 넉넉한 정겨운 먹을거리 등으로 가득했다. 버거운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나의 내면 여행을 위한 준비에 필요한 것들만 챙겼다. 과거 나의 여행을 돌아보면 항상 “타세요,” “내리세요” “ 보세요” “사세요”란 이야기만 들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름다운 풍광도 유적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간편한 짐들을 보며 ‘이번 여행은 제대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찾았구나’란 생각에 기뻤다. 길을 걸으며 그야말로 몸과 마음과 영혼을 쉬게 하며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는 길이 되기를 다시 한 번 기원했다.


200km를 느릿느릿 걸었다. 내 자신에게 무엇을 버리고 갈 것인지, 무엇을 끝까지 가지고 갈 것인지 쉬엄쉬엄 물으며 걸었다. 또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함께하는 당당한 노년의 삶을 구상하며 걸었다. 인생을 좀 살아보니 성공과 행복은 다르다. 앞으로 ‘성공의 기준을 내가 즐기고 행복해 하는 것에 맞춘다면 노년의 삶은 풍요로운 가을을 거쳐 우아하고 품위 있는 겨울을 맞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어느새 나는 과거 속 고쳐야 할 부분을 떠올리고, 미래의 삶을 위해 정비 하면서 남은 삶을 재충전할 에너지를 내면에 비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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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혹은 홀로 걷는 길이 ‘까미노’다.

내 삶의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종교적 시선에서 순례길을 걷는다는 것은 몸으로 하는 기도라 한다. 하지만 나는 앞만 보고 살아온 내 삶에 대한 예의로 걸었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몸과 자아와 의식이 하나이기를 열망했다. 더불어 새로 펼쳐질 노년의 삶을 열어나갈 에너지를 얻고자 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나는 무엇을 잘하나, 앞으로 펼쳐질 내 새로운 삶을 어떻게 맞을까를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 길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혼자서 일상적인 축제의 시간을 만끽하고도 싶었다. 삶을 정리해 볼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이면서도 결코 홀로가 아니었다. 이 길은 함께 하는 길이다. 걸으며 만나는 이마다 서로 격려하며 ‘올라’ ‘부엔 까미노’라고 인사를 건넨다. 짧은 인사말을 통해서도 각자의 힐링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래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홀로 걷지만 모두 함께 하는 길이라는 말의 참 뜻을 깨달았다. 내 노년의 삶은 이렇게 함께 배려하고 수용하면서 산티아고 길 것듯이 느리게 걸을 참이다. 삶의 호흡을 깊게 하면서 이웃과 함께 성장하리라고 다짐했다. 나 자신을 좀더 사랑하고 다독이며 살아야겠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은 600km를 다음 번 이룰 버킷리스트로 남겨 두었다. 꿈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에게 준 첫 번째 은퇴선물!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는 내 새로운 삶의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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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을 걷다보면 때로는 지역의 주인인 양떼에게 길을 양보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이름 모를 야생화 흐드러지게 핀 언덕길을 따라, 추수가 끝난 끝없이 펼쳐진 밀밭의 대평원을 걸었다. 때로는 오가는 양떼들이 지나가도록 길을 양보했다. 곳곳에 흐르는 작은 시내에 발을 담그고 쉬고 있는 여행자들을 보며 능선을 따라 언덕을 오르고 숲을 지나 느릿느릿 걸었다. 마을에 다다르면 내가 카페와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전용 숙소)를 지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스쳐 느리게 지나는 것을 즐기며 음미하며 걸었다.

몸과 다리가 지치면 바르(Bar, 간단한 음료를 파는 카페)에 들어가 찬 생맥주를 마시며 열심히 자기의 길을 가는 외국 순례객을 만났다. 친구끼리, 부자간에, 부부간에, 가족끼리, 고교생들, 여러 단체…. 걷는 일행도 다양했다. 죽은 친구를 생각하며, 먼저 간 아내를 생각하며, 불행한 이웃을 위해…. 걷는 목적도 다양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길을 걷기 위해 아일랜드, 멕시코, 엘살바도르,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미국 등지에서 온 사람들과 길에서 만나면 서로 “부엔 까미노”로 인사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만나고 헤어지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들과 서툰 영어로 대화하며 내 마음은 그들의 다양한 삶의 풍경을 들여다봤다. 그들의 삶의 흔적이 곧 나의 과거고, 미래라는 것을 그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느꼈다.


혼자 걷다 식사시간이면 일행들과 함께 와인 잔을 기울였다. 느슨해진 마음으로 각자의 삶의 빛깔들을 풀어 놓으며 오랜 이웃처럼 서로 파안대소했다. 서로 부르튼 발을 자랑했다. 먼저 발이 아 아파본 경험을 나눴다. 나처럼 체력을 분배해 마지막 날까지 느리게 걸어 탈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발가락이 곪은 사람, 임파선이 부어 병원을 찾은 일행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 즐겁게 걸었다. 단 한 사람도 결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200km의 대장정을 마치며 어떤 이들은 걷지 못한 프랑스 길의 남은 600km를 걷겠노라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다시 한 번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건강이 있기를.



* 글을 쓴 김숙경 씨는 지난 9월 헬스조선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 200km’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헬스조선은 2015년 4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를 200km와 100km로 나눠 진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 1544-1984(헬스조선 문화사업팀)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tour.health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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