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손발이 얼음장 '수족냉증' 말초동맥질환 의심하라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이모(39·서울 서대문구)씨는 몇 년째 겨울만 되면 유난히 손발이 시리고 저릿저릿한 통증까지 오는 수족냉증(手足冷症)으로 시달리다가 최근 병원을 찾았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춥지 않다고 하는 날도 자신의 손과 발은 얼음장이다. 골프나 등산 등을 나갈 때는 양말을 세겹씩 겹쳐 신고, 면장갑에 가죽장갑을 덧끼워야 한다. 이씨는 손·발목의 혈압을 비교하는 검사 결과, 손·발끝 혈관에 노폐물이 끼어서 피가 공급되지 못하는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받았다.

유병욱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손발이 차가운 것을 단순히 체질이나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생기는 증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족냉증은 만성 동맥경화의 하나인 말초동맥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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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냉증이 말초동맥질환 때문인지는 발목과 팔에서 잰 수축기 혈압을 비교하는 동맥경화협착검사로 알아보면 된다. 의료진이 환자의 다리와 팔 부분에 혈압기를 장치 하고 동맥경화협착검사를 하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 제공


◆수족냉증 60~70%는 말초동맥질환

우리나라 수족냉증의 유병률은 약 12%이다(옥선명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팀 연구). 옥선명 교수는 "수족냉증 중 60~70%는 말초동맥질환으로 추정되며, 1~2%는 말초 신경 손상이 원인인 레이노이드 증후군, 나머지는 원인 미상"이라고 말했다.

유병욱 교수는 "손발이 차갑고 저린 증상이 몹시 심하거나 손발 끝이 하얗게 변하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초동맥질환으로 혈액 속의 산소와 각종 영양분이 손발의 근육과 세포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손발이 저리고 차가워진다.

병이 진행되면 피부에 탄력이 없어지고, 주름이 잘 지며, 상처가 나도 빨리 아물지 않는다. 남성은 다리에 난 털이 점점 줄어든다.

◆발목 혈압과 팔 혈압 비교로 진단

말초동맥질환은 일단 시작되면 나빠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병 초기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지만, 병이 진행돼 혈관이 심하게 막히면 염증이 생기고 썩어 들어가 해당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손보다 발이 더 심해, 발의 경우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염증이 생길 때까지 놔둘 경우 10명 중 3~4명이 절단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족냉증이 말초동맥질환 때문인지는 발목과 팔에서 잰 수축기 혈압을 비교하는 동맥경화 협착검사로 진단한다. 발목의 수축기 혈압이 팔의 수축기 혈압보다 90% 미만이면 말초동맥질환이 진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더 자세한 진단을 위해 MRI나 초음파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족저부통증선별검사를 통해 말초동맥질환을 검사할 수도 있게 됐다. 특수한 종이가 깔린 기구에 맨발로 올라서면 온도측정을 통해 혈액순환에 장애가 없는지, 말초동맥혈관에 문제가 있는지 1차적으로 알 수 있다.

◆일단 발병하면 빠르게 진행

옥 교수는 "수족냉증의 원인이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되면, 우선 혈전용해제와 고혈압약 중 말초동맥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는 약품을 처방한다. 은행나무잎 성분의 혈액순환개선제도 도움이 되며, 미국에서는 은행나무잎 성분 제제도 많이 처방한다"고 말했다. 말초동맥이 거의 막힌 경우는 인공혈관을 이용한 혈관우회수술로 막힌 부분을 돌아가게 해서 막힌 혈관의 파열을 방지하기도 한다.

말초동맥질환도 관상동맥질환과 마찬가지로 위험 인자를 멀리해 예방하고, 일단 발병한 경우 진행을 억제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흡연은 이 질환을 진행시키는 가장 큰 위험 인자이다. 흡연자는 금연자보다 말초동맥질환 발병 위험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말초동맥질환자 중 흡연자는 10년 생존율이 46%인 반면, 금연자는 82%라는 미국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외에도 고혈압·고지혈증·혈당 등을 관리하는 것이 말초동맥질환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데 핵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