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억지로 재우는 유치원 낮잠, IQ 떨어뜨린다

소아때 수면 습관이 아이의 성격,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

자녀에 대한 관심이 유별난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은 아마도 자녀의 성적향상일 것이다. 이를 위하여 부모들은 돈과 시간을 최대한 투자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인생 마저도 아이의 교육을 위하여 희생하기도 하는 것이 한국 부모들의 현 주소이다.

그런데, 너무도 상식적인 것을 알지 못해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만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소아수면장애이다.

왜 그럴까? 바로 수면장애가 있으면, 주의가 산만해져 집중력이 떨어지게 됨으로써, 학업에 관심을 가지기가 점점 어려워 지게 되며, 그러한 수면장애는 상당히 많은 어린이에게서 발견되고 있는데, 이 말은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수면장애를 치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업에 집중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에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힘든 원인을 계속 안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아수면장애의 경우,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가 상당히 어려워지므로, 얼굴의 틀 형성이 끝나는 10세가 되기 전에 치료를 해야 만 아이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므로, 사랑하는 아이의 수면에 문제가 없는지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러한 수면장애는 잘못된 수면습관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경우도 많은데, 대표적인 경우가 유치원 등에서 낮잠을 일괄적으로 재우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보통 2개월 미만의 영아의 경우, 16~20시간을 자게 되고, 2~12개월의 유아의 경우 9~12시간의 잠을 자게 된다.

생후 18개월 이후에는 하루 두 번 자던 낮잠을 한번으로 줄이게 되는데 본격적인 수면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건강한 수면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일상생활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적절한 수면시간은 개개인 마다 서로 다른데, 보통 7~8시간이 적정한 수면시간이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6시간 미만을 자도 충분하거나, 어떤 사람은 10시간 이상을 자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기에게 맞는 수면시간을 찾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렇듯 4세가 넘어가게 되면, 어린이마다 자기만의 수면습관을 갖게 되고, 자기만의 필요한 수면의 양이 있는데,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일정한 시간에 전체적으로 낮잠을 자게 하면, 필요한 잠의 일부를 낮에 자버리게 되면, 밤에 자야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버려 늦게 자거나, 일찍 일어나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 시간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게 되면, 수면습관이 뒤틀려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게 되므로, 반드시 낮잠은 아이들마다 필요한 경우에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수면장애가 있었던 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동수를 오늘도 억지로 깨운다. 8살인 동수는 초등학교 입학한지 3달 정도 된 새내기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그럭저럭 아침에 힘들어하지 않고 일어났는데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숙제와 학원 생활에 치여 아침에 5분 10분만 더 자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울 정도다. 짜증을 내도 곧잘 일어나지만 이내 다시 자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동수야 일어나서 세수하면 정신이 날거야. 우리 동수 힘내야지”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학교에서 동수는 활달한 성격으로 많은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최근 들어 너무 활달하고 오히려 부산해 보이기기 까지 한 동수의 행동에 걱정을 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닐 때 까지만 해도 침착하고 모든 일에 집중하는 아이였는데 최근에는 책상에 30분 이상 앉아 있는 모습조차 보기가 힘들었다.

학교에서도 곧잘 선생님께 부산하고 수업시간에 딴 생각하는 모습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으로 발전 되면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아이의 부산한 행동을 아이 탓으로 돌려 자꾸 지적하고 꾸짖고 심지어 버릇을 잡아 준다고 약간의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더 심하게 부산해지면 혹시 요즘 말하는 “주의력 결핍장애”가 아닌가 걱정을 하게 된다. 물론 주의력 결핍 장애가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더 흔한 상황인 수면 장애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영유와 수면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주디스 오언스 교수는 “ 전 세계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영 유아 5명중 1명이 잠이 잘 들지 못하거나 잠을 자다 중간에 깨는 등의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가 수면에 문제가 있어 깊은 잠을 못 자거나 수면의 양이 부족하면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낮에 졸리어 하지 않고 흥분하고 부산해 진다. 그럼 도대체 어떤 아이들에서 수면 장애가 있기에 영유아 5명 중 1명이 수면 장애를 보인단 말인가. 일단 코를 곤다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은 소아 코골이 질환의 대표적인 예이다.

소아는 이비인후과 구조상 숨쉬기가 원활하게 되어 있어 웬만하면 수면 무호흡 소견은 나타내지는 않지만 코골이나 그에 따른 호흡 증세는 자주 호소한다. 일단 수면 시 자세를 살펴보면 편한 하게 자는 혹은 불편해서 발악을 하면서 자는지 알 수 있다.

즉 한자리에서 다소 곳이 자지 못하고 움직이며 잠자리를 휘젓고 다닌다면 수면 중 무언인가 불편해서 이 아이가 이렇게 자나 하고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 똑바로 눕지 못하고 엎드려 자는 모습이 종종 관찰 되어도 수면 시 호흡에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할 수 있다.

소아는 잠이 충분하지 않거나 양질의 잠을 자지 못하면 낮에 피곤함과 졸리움을 호소하는 성인과는 달리 낮에 쉽게 흥분하고 부산해지며 집중력 저하를 호소한다. 그 외 성장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깊은 수면(3,4단계 수면)이 부족해져 발육과 성장이 더뎌지며 면역 기능도 저하되어 감기등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리며 낮에 자극적인 단 음식이나 튀긴 음식을 선호 하여 쉽게 비만에 빠지기 쉽다.

비만에 빠지면 더욱 심하게 입을 벌리고 자고 그로 인해 더욱 심한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므로 엄마가 아이의 수면장애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①밤새 잘 잔 것 같은데, 낮에 놀다가 꾸벅꾸벅 졸거나 피곤해할 때
②수면 중 몸을 자주 뒤척이거나 움직이며 잘때, 특히 엎드려 자는 수면 자세가 종종 관찰 될시
③다른 집 애들만큼 잘 먹는데 체격이 또래 아이에 비해 작을 때
④짜증을 잘 내고, 노는 모습이 공격적일 때
⑤또래보다 악기를 배우거나 운동을 배우는 능력이 더딜 때는

수면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부산해지면 수면의 양을 늘려 보든가 양을 늘려도 마찬가지면 수면의 질을 악화 시키는 수면 장애가 없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동수는 엄마와 함께 수면클리닉에 내원하여 수면 다원 검사를 시행 받았다.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코 밑에 공기 측정과 산소 포화도를 측정한 결과 구강 호흡과 심한 코골이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얕은 잠과 잦은 각성을 보였다. 소아 수면 무호흡으로 진단된 것이다.

소아는 성인과는 달리 무호흡지수(한시간당 무호흡 숫자)가 1이상만 되어도(성인은 5이상) 뇌에 영향을 준다고 되어 있다. 뇌가 아직 미성숙 단계고 구강 구조가 성인과는 달리 숨 쉴 공간이 넓으므로 웬만하면 무호흡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수의 무호흡의 원인은 큰 편도와 아데노이드로 동수의 잦은 감기와 호흡기 질환과도 연관이 있었다.

수술을 시행 받고 시행한 수면 다원 검사상 수면 무호흡의 소견은 완전히 치료가 되었다. 수술 두 달 뒤 동수 어머님이 클리닉에 방문하여 “ 동수가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진득하고 매사 침착해 졌어요. 참 신기하네요.” 혹시 주위에 부산한 아이가 있다면 먼저 잠자는 모습과 수면 중 호흡 상태를 지켜 봐야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잘 알고 있지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으니, 깨지 않고 잘 자기만 하면 잠을 잘 잔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깨지 않고 잠을 자더라도 그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고, 정말 보약 같은 잠을 자는지 혹은 정말 중요한 건강상의,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수면장애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으므로, 수면의 중요성을 간과하여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아이의 수면습관에 최선의 관심을 기울일 것을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권하고자 한다.

/ 한진규-서울 수면 클리닉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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