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15

47세 남자 환자가 내원하였다. 앉자마자 첫마디가 제목에 써있듯이 인대가 뼈로 될 수 있냐고 물어본다. 환자는 수개월전부터 야근하고 나면 목 뒤가 뻐근하고 손끝 저린 감이 계속되어 디스크가 아닐까 해서 이번에 목부위 정밀검사를 받아보았더니 이런 질병이 있다고 들은 후 본원에 내원한 경우다. 한마디로 후종인대 골화증 (ossification of the 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 OPLL) 을 물어보고 있었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후종인대가 골화가 되어 뼈로 되는 질환으로, 한정된 척추관내에 골화된 인대가 자라나게 되면 척수신경이 눌려 증상을 나타내게 되는데 대부분 경추에 발생하고 한국, 일본, 중국에서 호발하며 미국, 독일에서는 매우 낮은 빈도로 생기는 질환이다.

원인은 정확하게 발견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이 관련 되어 있고 가족력이 있는 병이어서 후종인대 골화증 진단을 받으면 직계 가족인 부모와 형제를 병원에 내원하게 하고 단순 방사선 검사(X-RAY)를 통해 질환 유무를 평가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목뒤 뻐근함, 손가락 감각이상만을 호소하며 지내다가 후종인대 골화증이 서서히 커져 척수신경을 압박하게 되면 증상이 악화된다. 경추 후종인대 골화증의 증상은 디스크 질환같이 팔저림 같은 방사통 보다는 척수 압박으로 인해 척수병증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척수병증이란 손이나 팔에 힘이 떨어지고 감각이 무뎌지거나 남의 살 같은 감각이상 및 다리에 힘이 빠져 보행장애가 오는 것을 말한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지고, 밥 먹거나 글씨 쓰기가 어려워지는 경우 척수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어도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계단에서 구르는 경우, 미끄러지면서 고개를 심하게 젖혔을 경우 증상이 악화되거나 사지 마비가 올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종인대 골화증 진단을 받은 환자를 10년간 추적해 보았을 때 약 17%에서 척수증 증상이 발현되었고 약 66%에서 새로운 증상이 생기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다른 논문에서는 초기에 척수증 증상이 있었던 환자 중 약 64%가 증상이 심해져 수술적 치료를 요하였지만 경미한 환자 중 71%에서 30년 간 증상 발현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즉, 증상이 없는 후종인대 골화증 환자에게 예방적 수술적 치료는 추천되지 않으나 증상이 있는 척수병증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외적으로 수술적 치료에서 나이가 젊고 척추관 협착이 심한 환자는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척수증 예방 목적으로 조기 감압술이 권장된다.

본원에 내원한 47세 남자 환자는 현재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 환자로, 일년에 몇 번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외래에 들러 검진을 받고 간다. 이 환자에게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인대강화치료를 통해 보존적 치료를 하고 있다. 초기 진단 후 정밀검사는 무조건 추적검사를 하지 않으나 증상이 새롭게 발생되었거나 악화되면 바로 시행하는 것을 권유한다.  이때 CT는 뼈를 관찰하기 좋은 정밀검사이므로 꼭 시행해보는 것이 좋다.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진행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요하게 되는데 수술적 치료는 목 앞에서 하는 전방 접근 방법과 목뒤에서 하는 후방 접근 방법이 있다. 전방접근 감압술은 골화된 후종인대를 직접 제거할 수 있고, 제거 후 추체 유합술을 통해 목의 변형이나 불안정성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분절에 걸쳐 후종인대가 있을 경우 시행하기 힘들며, 골화된 후종인대를 제거하는 도중 척수 손상이나 뇌척수액 누출의 위험성이 있다.

후방접근 감압술은 3분절 이상의 심한 척수 압박이 있는 경우나 선천적 척추관 협착증과 동반되어 있는 경우 시행하는 수술방법이다. 후방접근 감압술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척추관 뒤를 덮고 있는 후궁제거술과 후궁확장술이 있다. 후궁확장술에는 2가지 방법의 수술 기법이 있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후방접근 감압술의 단점으로 수술 후 백조목 변형이나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에 후종인대 골화증의 크기가 증가할 경우 전방접근 감압술을 2차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수술이 결정될 경우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일반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병으로 척수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여러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전문의 진찰을 받은 후 정밀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기고자 : 김영수병원 김도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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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김영수병원'의 건강한 칼럼

[김영수병원]
김영수 병원장

<김영수 병원장>
김영수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학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석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경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국립암센터 이사장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명예회장
Asia Pacific Spinal Neurosurgery Society(APSNS) 아태 척추신경외과학회 초대명예회장
세계척추학회 상임이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주임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척추센터 소장
국제신경손상학회 회장
대한신경외과 학회 이사장
한일 척추신경외과학회 회장
국제체열학회 회장
대한체열의학회 회장
대한신경통증학회 회장
대한 척추신경외과학회 명예회장
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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