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27
45세 여자 환자분이 내원하셨다. 어린이 집에서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고 일하는 분이셨는데 1년 전부터 왼팔이 저리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 보존적 치료 및 물리치료에도 호전이 없었고 5개월 전부터 왼팔을 들어 올리기 힘들어 종합 병원에 내원하여 목 X-RAY, MRI 시행하였다고 한다. X-RAY 및 MRI 결과 상에서 목 디스크 및 협착증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는 팔이 떨리고 손이 차갑고 힘이 잘 안들어가고 왼팔을 올리기 힘들어 혼자서 옷 입고 벗는 것 조차 힘들어 하였다. 통증이 오전 및 낮에는 괜찮다가 오후가 지나 저녁이 되면 손가락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반복되었다고 했다. 주로 왼쪽 4번째 손가락과 5번째 손가락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불편을 많이 느껴 여러 병원을 다녔으나 여러 검사에서 정상소견을 보여 난치병이라 듣고, 증세에 익숙해 가는 와중에 우연히 내원하게 된 분이었다.
팔이 저리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경추간판 탈출증 혹은 경추 협착증을 의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약물, 물리치료로 시작하여 증상 호전이 없을 시 정밀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게 되는데 목에서 문제가 안되는 경우 어깨를 의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깨 정밀검사 상에도 진단이 안되는 경우가 있어 환자는 난치병으로 알게 되고 병원 치료를 중단하거나 불신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흉곽 출구 증후군이란 말초신경염 중에서 압박성 신경염 중 하나로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위에 쇄골과 제 1늑골이 있는데 여기에 목근육 중 일부인 사각근이 붙고 쇄골 아래로 동맥, 정맥 및 윗팔 신경다발이 흉곽 출구를 나온 후 팔 쪽으로 향하게 된다. 여기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이 공간이 좁아지게 되면 윗팔 신경다발이 압박을 받게 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신경 압박 증상과 혈관 압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신경 압박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인구의 약 8%의 빈도로 나타나는 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병으로 알려져 난치병으로 오인 받는 경우도 있다.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다루는 음악가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시는 분들, 가방을 한쪽으로 메고 다니는 분들, 팔을 축 늘어뜨리고 앞으로 구부정하게 앉거나 서있는 분들, 한쪽으로 전화를 받는 사무직 직원에서 발생하기 쉽다. 또한 무거운 배낭을 자주 들고 행군하는 군인의 경우 외상에 의해 생길 수 있다.
이 질환은 사각근 단축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교통사고나 쇄골 혹은 제1늑골 골절 시, 과도한 운동이나 임신에 의한 자세 변화에 의해 생길 수 있다. 선천적인 원인으로 뼈에 문제가 생겨 발생할 수 있는데 경추 7 번의 횡돌기가 과도하게 늘어나 있는 경우, 쇄골의 변형, 제1늑골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거나 골절 되어 있는 경우 원인이 된다.
진단은 이학적 검진을 자세하게 하고 신경학적 검진을 통해 증상이 유발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근전도 검사나 흉부 X-RAY를 통해 뼈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타 질환과 감별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목부터 어깨까지 생길 수 있는 질환을 감별하고 손목터널 증후군과 레이노이드 증후군이 동반되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여러 검사가 요할 수 있다.
45세 여자환자분에게 흉곽 출구 증후군 진단이 내려지고 인대강화주사, 물리치료 및 스트레칭을 시행하니 급속도로 증상이 좋아졌다. 환자는 내원당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치료 후 일상생활에 불편감이 없어져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대부분은 이렇게 보존적인 치료로 호전 될 수 있고 스트레칭 및 자세 교정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수술적 치료로는 제1늑골 절제술이 시행된다. 수술은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근본 원인이 되는 생활 자세나 습관을 고치는 것이 최우선 된다.
난치병으로 보이지만 병을 알게 되면 의외로 쉽게 해결하는 병들이 있다. 흉곽 출구 증후군이 그 예이며 선천적 원인이 아니라면 후천적으로 본인의 잘못된 자세 및 습관, 무거운 물건을 오래 드는 행위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기에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증상이 악화되기 전 막을 수도 있다. 자주 스트레칭을 하길 권하며 적절한 운동은 여러 질환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이겨낼 수 있는 무기임을 알고 시간을 내어 내 몸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기고자 : 김영수병원 김도형 원장
척추‧관절‧통증의 건강지식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