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는 총 267만3485명이었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4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인구 대비 수급률은 5.0%였지만, 고령층에서는 10.7%로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여성 노인(12.1%)이 남성 노인(9.0%)보다 더 많았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은 61.3%로, 65~74세(30.8%)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빈곤 문제와 함께 자살률도 고령층에서 두드러졌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고의적 자해(자살)로 사망한 65세 이상 노인은 1만8044명이었다. 2023년 한 해에만 3838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 평균 10.5명꼴이다. 같은 해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으로, 15~64세 연령층(28.0명)보다 45% 높았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자살 문제를 단순한 정신건강 이슈가 아닌,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지에 따르면,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박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올해 6월 해당 학술지에 게재한 ‘노인 자살의 이해와 예방’ 논문에서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뿐 아니라 만성 신체질환, 통증,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대인관계 갈등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특히 자살 고위험군 노인들의 정신보건 서비스 이용률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 중 35세 미만은 24%가 사망 전 1년 이내 정신과 진료나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했다. 반면, 55세 이상은 이 비율이 8.5%에 불과했다. 고령층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낮고, 치료 접근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노인들은 농약 같은 치명적인 수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회복 가능성도 작다. 오 박사는 “노년기에는 자살 시도 대비 자살률이 현저히 높고, 자살 이전에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낮아 조기 개입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며 “자살 고위험 노인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어적·정서적·행동적 징후를 조기에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민감한 게이트키퍼의 역할이 의료 전반에 요구된다”며 “자살 예방은 다양한 의료진과 지역사회 전체가 협력해 다층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실천할 때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