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코로나 극단 선택', 통계로 확인됐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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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극단적 선택에 직·간접적 영향을 줬다.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팬데믹이 국내 자살사망에 직·간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고위험군이었던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경제 상황, 대인관계 등의 악화를 겪으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7년간(2015~2021) 자살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과 변화 상태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검토해 그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심리부검 대상은 19세 이상 자살사망자들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1월 이후 자살사망자는 132명이다. 이 중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살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29명이었다.

29명 모두 코로나19 상황 이전부터 직업·경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자살에 취약했다. 이들은 코로나 감염을 경험하진 않았으나 코로나로 인해 실직·폐업·부채 증가 등 경제 상황 변화와 정신건강 문제 악화, 사회적 활동 제한 등의 문제를 겪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19명(65.5%)은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를, 23명(79.3%)은 경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사업부진·실패를 겪은 경우는 9명으로 대부분 관광·문화·교육 산업 종사자였으며, 관련 산업의 실직자도 2명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은 자살사망자도 2명 있었다.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23명 중 10명은 부채, 8명은 현재 혹은 미래의 경제적 상태에 대한 불안감 등을 호소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자살사망자(28명, 96.6%)가 정신과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15명은 코로나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사건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한 경우로 파악됐다.

전체 자살사망자를 살펴보면, 이들은 사망 전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건은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60.4%), 부채·수입 감소 등 경제문제(59.8%), 동료 관계·실직 등 직업문제(59.2%)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자살사망자는 스트레스 사건 발생 뒤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 또는 악화해 자살에 이르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 연령층에서 우울 장애가 8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물질 관련 및 중독장애(32.8%), 불안장애(22.4%)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자살사망자의 94%는 극단적 선택 전 주변에 신호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극단적 선택 전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주변 정리, 수면 상태 변화 등 언어·행동·정서적 변화를 보였다. 자살사망자 394명 중 50.3%(198명)는 사망 전 3개월 이내 도움을 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도 했다.

자살은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자살사망자 유족 97%는 우울 증상 등 심리변화를 겪고 있었다. 유족의 83.3%(793명)는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60.9%(580명)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59.9%(566명)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도 응답했다. 실제 이번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42.8%(343명)는 생존 당시 자살로 가족, 지인(친구, 직장동료 등)을 잃은 자살 유족이었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자살은 정신질환, 자살 시도 경험, 스트레스 사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 자살 고위험군 사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범부처 차원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12월 중 수립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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