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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낀 주에 자살, 생리 주기…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달-건강 연관설’

이지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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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잊힐 만하면 등장하는 게 ‘달-건강 연관설’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보름달 낀 주에 자살이 많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언론을 탔다. ‘9월’과 ‘오후 3~4시’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방정식이 복잡해졌지만, 미국 인디애나대 의대 연구팀의 분석이라니 황당한 잡설로 제쳐두기도 찝찝하다. 달은 과연 사람 몸에 영향을 미칠까. 달에 관한 의학적 연구는 왜 끊이지 않을까.

달이 사람 몸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의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인력, 하나는 빛이다. 인력에 관한 주장부터 살펴보자. 단순하고 명쾌하다. 달의 중력은 쉬지 않고 바닷물을 들썩이게 한다. 우리는 언제라도 달과의 거리에 따라 변하는 간조와 만조를 볼 수 있다. 사람 몸의 70%가 물이다. 바닷물을 들썩이게 하는 것처럼, 달은 사람 몸도 뒤척이게 한다. 그 영향권 안에 여성의 생리 주기도 포함된다.

◇“팔에 모기 앉았다고 사람 몸이 변하나?”
그러나 애매한 통계를 이용해 과장하지 말라는 게 반대편 과학자들의 입장이다. 사람 몸에 영향을 미치기엔 달의 인력이 미미하단 것이다. 달-건강 관련성을 따지는 그간의 논문들을 메타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허구성이 드러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 미국 공대 교수의 레토릭이 강력해 언론이 즐겨 인용하기도 했다. 우리 팔에 앉은 모기의 중력이 달의 중력보다 강하다, 모기가 팔에 앉는다고 사람 몸이 변하나…?


달에 관한 ‘최신 연구’는 인력보다 빛에 주목한다. 불면은 현대인의 골칫거리다. 그런데 불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빛이다. 빛은 우리를 잠재우는 멜라토닌을 무력화한다. 그런데 지붕을 덮칠 듯 휘황한 보름달은 얼마나 밝은가. 초승달은 몰라도 보름달은 확실히 수면의 적 아닌가…? 복잡한 시계열 통계로 논리를 보강하려 한다. 그러나 빌딩들의 밤샘 조명과 스마트폰의 폭발적 광도를 보름달이 당할 수 없는 시대다.

불리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달-건강 연계에 관한 연구는 간헐적이지만 끊이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지구 공전 주기를 세분화하고, 생리를 포함한 인체 변화 데이터의 집계 기간을 수십 년으로 연장하면서 ‘달의 신화’를 실증하려 애쓴다. 그러고 보면 달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건 우리 몸이라기보다 과학자들의 마음이다. 인력을 통한 것인지 빛을 통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달은 38만 5000㎞ 떨어진 지구 과학자들의 마음을 주기적으로 훔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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