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혈관은 '생명선'… 막히면 투석 치료 불가능할 수도"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전문의에게 묻다] 이재진흉부외과의원 이재진 원장



 



말기 신장질환 환자는 혈액 내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내기 위해 주기적으로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다. 투석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치료 시작 수개월 전 수술을 통해 ‘투석혈관’을 조성해야 한다. 투석혈관은 환자의 동맥과 정맥을 이은 ‘자가혈관 동정맥루’와 ‘인조혈관’ 등 두 가지며, 혈액투석이 시급한 시점에 투석혈관이 없는 경우에는 목 주위를 지나는 경정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해 투석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투석 치료 특성상 장기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투석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3~4개월에 한 번씩 투석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게 되며, 이때마다 환자가 갖게 되는 심리적·경제적 부담 또한 늘어난다. 이는 많은 환자들이 투석 치료만큼 투석혈관 협착·재협착을 우려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재진흉부외과의원 이재진 원장을 만나 투석혈관 관리 중요성과 확장 치료에 대해 들었다.

▲ 이재진흉부외과의원 이재진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혈액투석 치료란 무엇이며 어떤 환자들에게 시행되나?
신장기능이 나빠져 노폐물과 과잉수분을 배출하지 못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시행되는 치료법이다.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투석기계에 순환시키고, 혈액 속 노폐물과 과잉 축적된 수분을 제거한 다음 다시 체내로 넣어준다. 평균 주 2~3회, 1회당 4시간정도 시행한다.

-국내 혈액투석 치료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는 2019년 기준 10만명 이상이다.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10년 사이 2배가량 늘었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한 말기 신부전 합병증 치료가 발전하면서 혈액투석 환자의 생존율이 증가했고, 동시에 투석 치료 환자 수도 증가했다.

-투석혈관을 조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혈액투석 시 분당 약 300mL 전후의 혈액을 이끌어낸다. 이를 위해서는 투석 바늘을 찌를 수 있는 혈관(혈관통로)이 있어야 한다. 자가혈관으로 조성하는 동정맥루를 이용하거나, 자가혈관이 부적절한 경우 피부 밑으로 이식하는 인조혈관으로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투석 치료를 진행한다.

-동정맥루와 인조혈관을 조성하는 기준은?
투석혈관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동맥과 정맥의 크기, 상태 등을 확인하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동정맥루나 인조혈관으로 투석혈관을 조성한다. 자가혈관을 이용할 경우 인조혈관보다 합병증이나 감염 등에 대한 우려가 적고 통증이 덜해 좀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 장기간 혈액투석을 받는 과정에서 정맥에 가해지는 동맥압으로 인해 내막이 두꺼워지면 혈관에 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장기간 혈액투석 치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장기간 혈액투석을 하다보면 투석혈관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맥에 가해지는 동맥압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내막이 두꺼워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내막증식증이 발생하면 혈관이 좁아지는 협착이 생긴다. 협착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혈전증의 원인이 되며, 혈전증은 폐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바늘을 찌르는 곳, 문제가 나타난 위치에 따라 유입로, 천자구역, 유출로, 중심정맥 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혈관이 계속 커지는 동맥류, 고혈류량 등으로 인해 심장에 부담이 가중될 위험도 있다. 혈액 투석을 받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경우 투석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정상적으로 투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생활 자체도 매우 힘들지만, 투석혈관 이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투석혈관이 ‘생명선’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기도 하다.

-투석혈관 협착이 발생할 경우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투석혈관이 좁아지면 투석혈관 속 혈류 흐름에 이상이 생겨 혈액투석 치료가 어려워지고 투석 효율이 저하되면서 환자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좁아진 부위에 따라 팔이 붓거나 지혈시간이 길어지며, 투석혈관이 부분적으로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협착이 더 진행되면 결국 혈전증으로 투석혈관이 막혀 혈액투석 치료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협착이 의심될 경우 어떤 검사들이 시행되는지?
대부분 신체검사와 혈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중심정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혈관조영술을 이용해 진단한다. 이 같은 검사에서 투석혈관 문제에 따른 임상적인 증상·징후가 발견되면 치료를 하게 된다. ▲투석혈관을 만지거나 들었을 때 문제가 있는 경우 ▲투석혈관이 있는 팔이 붓는 경우 ▲투석 치료 동안 혈관 내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거나 낮아지는 경우 ▲지혈시간이 갑자기 길어지는 경우 ▲투석 효율이 특별한 이유 없이 떨어지는 경우 ▲투석 바늘을 투석혈관에 찌르기 힘든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투석혈관이 있는 쪽 손이 차갑게 느껴지면서 통증이 있거나 투석혈관에 감염이 발생한 경우 등도 치료 대상에 포함된다.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투석혈관 문제는 원인에 따라 시술이나 수술이 결정되지만, 복잡하지 않고 시술 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른 경피적혈관성형술이 우선 고려되고 있다. 다만, 예방 차원에서 받는 정기적·반복적 시술이나 짧은 기간 내에 시행하는 잦은 시술은 오히려 혈관을 손상시키거나 수술에 대한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시술과 수술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징후, 신체검사, 초음파와 조영술 등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재진흉부외과의원 이재진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풍선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혈관성형술이란?
피부를 통해 카테터를 삽입한 뒤, 풍선으로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넓히고 열어주는 시술이다. 수술과 달리 특별한 전처치 없이 시술 가능하며, 시술 시간이 짧고 바로 투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투석혈관 협착 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란 무엇인가?
기존 풍선카테터 시술의 한계, 반복적 재발, 재협착을 개선하고 투석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시점을 늦추기 위해 최근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가 개발됐다. 일반적인 풍선카테터가 크기에 따라 혈관을 확장시키는 방식이라면,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는 풍선 표면에 항암제로 사용되는 약물을 도포해 혈관 내벽에 적용함으로써 혈관내막의 증식이나 재생되는 작용을 억제해 혈관 재협착을 낮춘다. 관상동맥이나 하지동맥 분야에서 이미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기존 풍선카테터보다 혈관 개통 효과와 지속력 또한 높다.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혈관성형술 효과는?
최근 발표된 국제 학술 논문에 의하면, 일반 카테터 대비 24개월 시점에서 혈관 재협착률이 더 낮았고, 혈관 개통률 역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협착이 잦은 환자에게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를 적용할 경우 혈관 재협착을 지연시켜 시술·재발 빈도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투석혈관 치료 경향은?
최근에는 치료 시 환자의 혈관상태뿐 아니라 전신 상태, 인생계획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음 투석혈관을 조성한다면 어떤 부위에 어떤 투석혈관을 만들 것인지 생각해 투석혈관을 조성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수술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으므로, 시술과 수술이 모두 가능하도록 다양한 치료옵션을 갖출 필요가 있다.

▲ 이재진흉부외과의원 이재진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투석혈관 문제가 발생하게 돼 중재적 시술, 수술을 받게 될 경우, 투석을 받지 않는 날에는 산정특례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혈액투석 산정특례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라는 취지를 고려한다면, 혈액투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석혈관 시술·수술 산정특례 적용을 투석 당일에 한정하지 말고 모든 날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선진국에 비해 약물 풍선 카테터 도입이 늦은 편이다. 일반 풍선카테터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수술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가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됨에도, 국내에서는 혈액 투석 치료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도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가 투석혈관 치료에 적용된다면 반복적 경피적혈관성형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투석혈관 유지·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조언 부탁드린다.
말기 심부전 환자가 투석을 받지 못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투석혈관은 한 번 망가지면 새로운 곳에 만들어야 하고, 새로 만든 투석혈관을 사용하기까지 1~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로 인해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는 스스로 투석혈관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평소 혈관에서 느끼는 진동음을 확인해야 한다. 팔이 붓거나 지혈이 지연되는 경우, 투석기계에서 소리가 나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에는 투석혈관을 집중 치료할 수 있는 클리닉을 방문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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